2008.11.28.쇠날. 푹한 / 김장 첫날

조회 수 1278 추천 수 0 2008.12.21 15:29:00

2008.11.28.쇠날. 푹한 / 김장 첫날


어제는 봄비 같더니 오늘은 봄바람 같네요.
바람 끝에 단내가 납니다.
3한 4온의 틀거리는 깨졌다 해도
매운 겨울에도 가끔 드는 이런 단내로
사람들이 겨울을 건너갈 수 있을 겝니다.

아이는 아침마다 잠이 덜 깬 채로
안마를 합니다.
손에 힘이 없을 텐데도 제 몫이라고
마음을 내고 몸을 냅니다.
그리 애쓰는 게 또 어른에겐 자극이 되지요.

옥천에 다녀옵니다.
뒤란 흙집공사가 관에서 나오는 보조금이라
그만큼 필요한 절차도 많습니다.
건물에 하자가 생겼을 때 1년간 보증수리를 할 수 있는
보증보험을 들러 다녀오지요.
거기선 또 의아해합니다.
왜 공사를 담당한 업자 측에서가 아니라
건축주가 오게 되었냐는 거지요.
형식이야 건축주가 있고 공사업자가 있지만
그 살림이 그 살림이랍니다.

바깥에서 여러 어르신들이 마음 쓰셨습니다.
겨울을 날 땔감과 김장이 걱정이라셨지요.
손 보태 달라 부르기를 기다린다고도 하셨습니다.
드디어 김장을 하는 주말입니다.
안에 있는 식구들끼리 되는대로 하기로 했습니다.
옥천에서 돌아오는 길로
사과유기농사를 짓는 이웃의 광평농장부터 다녀옵니다.
배추를 나누어주신다셨지요.
배추 66포기와 비료포대 둘에 담긴 무를 실어옵니다.
유정란도 두 판 주셨지요.
거기도 한창 김장을 하고 계셨는데,
일손은 보태지 못하고 막 담은 김치만 얻어왔네요.

저녁답에 배추를 절이기 시작합니다.
가마솥방 부엌 안에서 어찌 어찌 다 해봅니다.
두 사람이 부엌 뒤란에서 배추꼬랑지를 떼고 안으로 들이면
한 사람이 씻고 다른 한 사람이 절이고
나머지 한 사람은 잔심부름을 하고...
큰 고무통이 부엌문으로 들어오지 못해
그보다 작은 놈들을 여럿 줄 세우고 했지요.
광평의 66포기에 우리 배추 306포기를 더했습니다.
알이 찬 관행농 배추에 견주면 반도 아니 되는 양일 터이지만
늦되어도 고맙게 잘 자라 준 배추가 고맙다마다요.

작은 숫자에도 김장은 잔치입니다.
저녁밥상부터가 배추 넘쳤지요.
“순 배추구만...”
누가 한 마디 할 때까지 미처 알지 못한 이도 있었답니다.
광평에서 온 막 버무린 김치에
김치전, 배추쌈장, 김치찌개,...
“생배추, 절인 배추, 삶은 배추, 구운 배추...”
올해는 절이는 방식을 뒤집어주는 일 없이 해보려 합니다.
맛난 젓갈을 공급해주는 강경아줌마가 조언해주셨더랬지요.
높다랗게 쌓고 그 위에 큰 도마 혹은 널을 놓은 뒤
대야에 물 가득 채워 눌러둡니다.
하룻밤 자고나면 쑥 내려가 있는 거지요.

소금물에 절이기 시작합니다.
“김장하러 곱게 안 오고 온 들판을 다 돌아댕겼구만.”
종대샘은 넉살좋은 추임새입니다.
잎을 모아주지 못했던 배추는
날아든 마른 잎들을 밭에 있을 적도 떼어내고 씻으면서도 떼어냈지만
아직도 더러 잎사귀에 붙은 것들이 또 보이기도 하였지요.
“에게게게, 속옷도 안 입었어야.”
속이 차지 못한 배추를 자꾸만 타박하는 목수샘입니다.
“배추도 민망하겄다, 이제 좀 고만허소.”
“완전히 겉절이네.”
“고만 좀 하지...”
“어이구, 누가 보면 그러겠네,
어디서 다 우거지들만 주워서 김장을 허요 하고.”
그나마 광평의 배추가 김장배추 체면을 세워주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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