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 5-7.쇠날. 맑음 / 홍콩행

조회 수 1033 추천 수 0 2008.12.26 13:25:00

2008.12. 5-7.쇠날. 맑음 / 홍콩행


홍콩입니다.
대해리엔 무릎이 빠지는 눈이 내렸다합니다.
떠나있는 동안 추워진다 했고 눈 많겠다 예보가 있었더랬지요.
전화가 잘 안 닿는 곳이라 사나흘 무소식이겠다 했는데
이제 아이가 올린 글을 통해 소식 듣네요.
어릴 적 글을 몰랐던 외할머니에게
대처로 나간 자식들과의 소식통은
“금수에게.”
그리 부르면 금수에게, 라고 받아쓰던 제 편지였습니다.
할머니는 상동리의 계절을 먼저 전했고
하고픈 말을 시작할 땐 꼭 ‘아가’라 쓰라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언제나 끼니 거르지 말고 챙겨먹으라셨지요.
그래서 일찍이 밥 굶는 살림 아니어도
저 역시 사는 일에 늘 밥이 젤 중했던가 봅니다.
그 아이가 이제 늙어가고 새로운 아이가 자라고 있습니다.
마치 편지 대필을 하던 어린 날의 이 중년처럼
아이는 컴퓨터일이며 일상들을 대필(?)을 하고 있지요.
세월이 그리 흘러갑니다.

아이의 글은 눈이 너무 많이 왔다고,
그래서 달골에서 못 내려올 뻔 했다 적고 있었습니다.
“(생략)
지금은 학교에 있는데 눈이 눈사람 만들기 아주 좋아요.
잘 뭉쳐지고 약 15cm~25cm쯤 내렸는데 친구가 없어서 놀지를 못하네요.
이때가 계자였으면 애들하고 놀고...... 아주 재밌었겠죠.

그렇지 만 계자가 얼마 안 남았는데, 이제 친구들 얼굴 좀 보겠네요.
그리고 새끼일꾼 누나, 형아들 하고 품앗이 하시는 분들도 볼수 있겠죠?

후~~~~~~~~~~~~~~~~~ 춥다.”

그런데 거기 친구가 댓글을 달아주었습니다.
멀리 떠난 친구 대신 친구의 아들에게 쓴 마음입니다.
마음 먹먹해지데요.
지난번 어느 날에는 산골 아이의 겨울을 위해 장갑을 선물한 그이였지요.
고마울 일들입니다.

아이가 메일도 보내왔습니다.
대해리는 크게 떨어진 기온으로 집집마다 물 틀어두고
간장집에 비닐도 쳤다 합니다.

홍콩입니다.
학회에 온 걸음입니다.
서울서 이른 새벽 인천공항으로,
그리고 홍콩행 비행기를 탔지요.
가벼운 책 한 권을 도서관에서 빌려 쥐고 왔습니다.
하버드에서 공부하는 스타일에 대해서 쓴
그곳에서 석사과정을 밟았던 이의 기록담이었지요.
요새는 미국공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아
관련된 가벼운 책들을 보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내가 주변에 있는 몇 명 사람과 비교해서 조금 나은 수준으로 할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재능으로 착각해서 중요한 결정을 하면 안 된다. 남과 비교해서 잘 한다는 것은 객관적인 판단인 것 같아도 비교집단을 바꿔버리면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좋아 한다’는 주관적인 판단의 근거는 내 속에 있다. 하버드에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천재도 있다. 자신이 지정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비행기 안에서 몇 장을 넘겼네요.

“...
계속적으로 공부하고 건강관리를 하고 전략적으로 놀아라.
그리하여 기본 생활의 토대를 단단히 다져놓아라.
공부가 주는 과부하를 견디면서 어느 정도는 가줘야
창의적이고 남다른 생각은 그 후에.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려면 양의 변화가 번저 일어나야하는 것.
주어진 의무를 철저하게 다 하면,
거기서 한발 짝 더 나가는 것은 생각보다 쉽다.”
“...
열심히 일하고 있어야 튼실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달리는 자동차가 속도를 조금 더 높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버드에서 공부한 것을 한 주 뒤로 미룬다는 것은
제발로 지옥에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

Kowloon City의 한 호텔에서 묵었습니다.
크게 앓은 뒤끝이라 아침 늦도록 방에서 쉬기도 했고
일을 했으며
하버시티로 나가 사람들을 만나 저녁을 먹기도 했지요.
공원을 거닐고
2층버스를 타고 시내를 가로지르고
동대문시장과 벼룩시장 같은 곳을 기웃거리기도 하다
오는 날엔 카울룬반도에서 홍콩섬으로 넘어가는 스타페리를 타고 건너가
공항으로 가려던 것인데 시간에 쫓기지 않으려 포기하며 홍콩을 떠났습니다.
역시 싱가폴처럼 가보지 않고도 호기심이 일지 않던 도시대로
도시가 주는 감흥은 별 없이 일만 마치고 돌아온 걸음이었네요.
서울은 눈이 쌓였고
그래서 질퍽였으며
날이 아직 흐려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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