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15.달날. 맑음

조회 수 1032 추천 수 0 2008.12.26 13:47:00

2008.12.15.달날. 맑음


오늘 안으로 처리해야 할 일을 오후에 전화로 받습니다.
그것도 무슨 대단한 특권을 주는 양하며 걸려온 전화입니다.
하기야 일률적으로 끝낼 일을 하나라도 빠뜨린 건이 있으면
일하는데 누구라도 번거롭지요.
하지만 그 일을 통해 돈을 벌고 그게 자신의 일이라면
또 기꺼이 해야 하지 않겠는지요.
유가환급금에 관해 급히 온 연락과 그 서류에 대한 얘기랍니다.
공무원들 욕 한번 또 했지요.
하기야 이럴 때마다 누가 누구를 욕하겠는가 싶지만...

새끼일꾼들은 많고 품앗이는 조금 못 미치고...
계자에 함께 하는 자원봉사 손길이 그렇습니다.
이번 겨울 역시 새끼일꾼들은 선을 그어야했고
품앗이 손길은 조금 더 있었으면 싶네요.
새끼일꾼 신청은 오늘까지만 받았습니다.
“우리는 조교들도 50%는 내라고 하는데...”
무예를 가르치시며 계절학교를 하는 한 분은
재정을 위해서도 그러면 어떻겠냐 의견을 내놓으셨습니다.
그들도 배워가는 게 많기 때문이라는 거지요.
하지만 그들이 돕는 손길의 크기로 보자면
결코 그럴 수가 없다 싶습니다.
늘 고마운 그들입니다.

멀리 다른 도를 가서 대학생들과 함께 보낼 일이 있었습니다.
개인차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뒷정리가 안 됩니다.
사실 우리 사회 전반이 그렇지요.
그건 ‘아무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과 동일한 것으로 해석되며
그래서 계자에서도, 이곳의 삶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뭐 이렇게 말하는 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날카롭게 각성하며 애쓰려하지요.
이럴 때마다 정녕 우리는 무엇을 배우며 살고 있는가,
늘 곱씹어보게 됩니다.
그리고 미국의 공교육이 겹쳐 생각납니다.
반미시위가 있던 시절을 거리에서 보냈고
지금도 미국중심화에 반대하지만
그러나 한 편 그 나라가 거둔 공공적품성(?)의 결과에 늘 놀랍니다.
왜 그들이 세계의 중심에 있을 수 밖에 없는가를
(결코 그것을 정당하다 말하는 건 아닙니다)
다시 냉정하게 생각해보게 된단 말입니다.

가벼이 읽는 책 한 권이 있습니다.
저자는 미국인의 기초는 유치원 때 다져진다고 장담하지요.
“사실 우리에게 어려운 말이나 미사여구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쉽고 바르게, 혼동됨이 없이, 간단하고 간결하게, 사람이 사는데 필요한 진리는 유치원에서 모두 가르친다.”

옆의 아이와 사이좋게 놀아라.
친구의 물건은 네 물건이 아니다. 건드리지 마라.
거짓말하지 마라.
부모님께 고마워하라.
같이 나누어 쓰고, 같이 놀아라.
놀고 난 후에는 모든 것을 제자리에 갖다 놓아라.
싸우지 마라.
떠들지 마라.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빨간 불일 때는 길을 건너지 마라.
........
줄 서라, 새치기 하지 마라.

글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너나 할 것 없이 그 정도는 알고, 지킨다고 우리는 믿고 있다. 정말 그런가? 우리는 유치원에서 배운 것들을 다 실천하고 있을까?...... 돈 있고 권력 있고 일류대 나왔다는 사람이 더 무식하게 해 먹는 나라가 우리나라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유치원에서 배우기는 다 비슷하게 배웠을 텐데, 왜 다른 나라 사람들은 유치원 졸업한 사람처럼 살고 우리는 유치원 낙제생처럼 살고 있을까? 나는 어머니들의 책임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서 배운 것을 그대로 실천하도록 함께 지켜줘야 한다. 아이가 빨간 불에는 길 건너지 말라고 배워왔으면...... 아이가 배운 거니까 그대로 지켜야 한다고 고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어머니에게서 이중성을 배운다. 학교에서 배운 것은 학교에서만 쓰고, 학교 밖에 나가서나 집에 와서는 다른 법에 따라 살고, 그것이 인생이라고 배우게 된다. 나는 이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어머니들은 아이들에게 유치원, 학교에서 배운 대로 하도록 가르친다. 빨간 불엔 무조건 서야 한다. 거기엔 예외가 없다. 우리에게 예외가 너무 많아 법이 힘을 잃고 죽어 버린 느낌이다. 돈 많은 사람, 권력 있는 사람, 힘 있는 사람에겐 법이 언제나 관용을 베푸는 것 같다. 사과 궤짝으로 엄청난 돈을 받고, 막강한 권력을 가졌던 전직 대통령들은 몇 달 감옥에서 살고 나오면 그만이고 다시 전직 대통령의 예우와 대접을 받고 있다... 나는 미국에 유학 보내라고 권한다. 우리나라도 법이 지켜지는 나라가 된다는 희망이 생길 것 같아서.
미국인들은 줄서기를 좋아하고 거짓말하는 걸 싫어한다.... 많은 미국인들이 조지 p. 부시의 재선 낙선 이유를 그가 세금을 늘리지 않겠다고 공언해놓고 세금을 올렸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클린턴과 르윈스키의 염문설 역시 그게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이 미국 상하원에서 거짓 증언을 않겠다고 선서해놓고도 거짓말을 한 대통령을 탄핵하느냐 마느라 논란이었다. 거짓 증언을 했기 때문이다.”

찬찬히 새겨볼 일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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