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16-17.불-물날. 맑음

조회 수 1000 추천 수 0 2008.12.29 03:14:00

2008.12.16-17.불-물날. 맑음


대해리를 떠나 있습니다.
사람들을 좇아 일 하나를 보러 식구들이랑 나선 길이지요.
남은 식구는 남은 식구대로 학교를 지킵니다.
거기 얼어터지지 않게 수도를 틀어놓고
연탄을 갈고
짐승들을 거두고
뜰을 쓸고...

휴게소에서 어떤 이의 차에 매달린 북어를 봅니다.
목조각이었지요.
집을 지은 뒤에도 새 차를 사면서도
우리는 액을 쫓는 곳이면 꼭 북어를 만납니다.
북어는 눈이 커서 천리를 내다보고
입이 커서 액을 다 잡아먹는다던가요.
북어 눈으로 천리를 보고
북어 입으로 액을 잡아먹어야지 싶습니다.

음식 하나를 해 먹어도 흩어져있는 게 있지요.
뭔 작업 하나를 해도 그럴진대
아무리 작은 집이라도 건축이라면
자잘하게 어질러져있는 게 어디 한둘 일라구요.
남은 식구들은 흙집 뒤란 청소를 했다 합니다.
떠나 있는 식구들은 또 묵는 곳에서 청소를 합니다.
부엌쓰레기를 비우고 욕실 쓰레기통을 비우고...
가끔 청소를 하고 있으면 마음이 정화됩니다.
경건해지기까지 하지요.
그런 걸 생활명상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지요.
장작을 패면서는 장작을 패는 행위 속에,
물을 길면서도 긷는 속에,
청소를 하면서는 청소하는 속에 마음을 모으면
그게 명상 아닐는지요.

청주에도 들립니다.
마침 큰 도시에 나가서 구입하려던 몇 가지 물건들이 있었는데,
지나치는 길에 청주가 있어 들린 거지요.
계자에 오는 용범이 용하네가
굳이 운전을 자청하여 안내해주셨습니다.
어른들이 늦도록 정담을 나누는 통에
아이들 역시 밤 깊도록 놀았지요.
돌아오는 걸음에는
정미령님이 산골에서 요긴한 것들을
바리바리 꾸려주셨습니다.
유리잔들이며 주방용품들이며 계자에 쓰일 아이들용품들이며...
최근에 나온 책을 선물로 준비도 하고 계셨더랬지요.
그런데, 퍽 감동한 일이 있었습니다.
“몇 명 되지도 않는데...”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돕고 계셨지요.
올해는 아이들의 겨울을 위해 이불을 좀 마련하련다 했더니
당신들이 후원을 하면 어쩌냐고도 하셨지요.
“아니에요, 더 요긴한 곳에 쓰이는 게 좋겠습니다.”
그리 대답해드렸습니다.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참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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