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해건지기.

학교 수행방에서 7시 50분에 만나기로 했더니

그리 늦게 잠이 들고도 모두 준비가 되어있었습니다.

어제도 만나기로 한 시간에 바로 출발할 수 있었다는 그들입니다.

훌륭한 젊은이들입니다.

절명상 백배.

세상의 평화를 원하면 내가 평화가 되자...

 

아침 때건지기 전 몸 먼저 좀 움직이기로 하였지요.

어제 작업을 이어갑니다.

그림들이 참 좋습니다.

해우소 작업은 어제 한번 휘저은 바닥과 남자 오줌통의 냄새로 쉽지가 않았을 테고

다른 구역도 역시 어렵기 매한가지였을 것이나.

아무래도 거꾸로 보며 그려야 하는 옥상이

어느 구역보다 힘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모다 욕봤습니다.

 

달골에서 잔 가정들이 아이들 깸과 함께 느지막히 내려옵니다.

같이 늦은 아침 밥상에 둘러앉았지요.

혹시나 하여 여유로이 준비한 콩나물국밥,

와, 그 밥을 다 먹데요.

“일 많이 했나 봐.”

 

여준호님 가정이 합류합니다.

새벽에 떠났으나 예정했던 9시를 세 시간도 더 지나 들어왔습니다.

석탄 연휴에, 명절보다 더 막혔다던 길이었지요, 어제도.

아주 혼이 다 나갔겄습니다.

 

주욱샘은 어제 소사아저씨가 쥐고 있던 예취기를 돌려보더니

날이 이래가지고 어찌 일을 하냐며

아침부터 면소재지를 나갔다 왔지요.

얼만지 알려주지도 않습니다.

당신 주머니 털어 그예 사온 날.

그리고 다시 운동장을 누볐지요.

"도대체 그대 능력은 어디까지야?"

"전인적 인간이지."

"그건 아닌 것 같고."

깔깔대는 소리가 날리는 아카시아 꽃잎처럼 흩어졌지요.

"주욱샘, 나도 다음 학기부터 초빙교수로 가지 싶어."

"네에? 어디요? 그 학교 정말 운 좋네!"

아, 이리 말해주는 그랍니다.

누군들 이런 벗이면 기운이 나지 않을는지요.


늦은 점심, 이은영님이 들어와 손을 보탭니다.

2시 경에 먼저 떠날 예정이던 학생들,

아무래도 5시경은 되어야겠다고 주욱샘은 버스기사에게 전화 넣었지요.

“축구 한번 해야지.”

하기야 저 마당을 어떻게 그냥 지나겠는지요,

풀도 잘 깎인.

명분은 풀을 밟아야 한다는 겁니다.

“일을 마저 해야지.”

“우린 일도 중요하고, 또 축구도 중요해!”

그렇게 ‘변호사 형동배 막걸리내기 축구대회’가 있었지요.

어느새 형동샘은 면소재지 술을 대해리로 날랐더란 말인가요.

 

새참을 먹고 작업을 마저 이으니 어느새 돌아갈 시간.

수행방에 대학생들 모여 마지막 갈무리를 하고 엎드려 글을 썼습니다.

(* 갈무리글은 따로 올립니다.)

5박6일은 함께 있었던 사람들 같았지요.

진한 느낌이었습니다.

바깥에서 주욱샘은 가기 전 무어라도 한다고,

축구 골대 낡은 그물을 손보았지요.

플라스틱 끈으로 기웠습니다, 소사아저씨와 함께.

 

5시를 넘기며 학생들이 떠났습니다,

노근리로 들렀다 무사히 고속도로에 올랐다는 주욱샘의 문자가 들어왔지요.

참으로 건강한 청년들이었습니다,

이곳에 오는 어느 젊음이 언제는 그렇지 않았냐만.

이 불편한 곳에서 잘 지내주어 고맙습니다.

밥 때마다 손 보태준 이들도 특별히 고맙습니다.

그 많은 설거지를 때마다 해낸 모두들 또한 고맙다마다요. 

 

오후에 오디도 따고 뽕잎 감잎 차를 덖으려던 계획은 바뀌어

남자 어른들은 창문에 아직 매달렸던 방한용 비닐을 떼어내고

해지기 전 물놀이도 다녀왔습니다; 달골 계곡.

 

느지막한 저녁을 먹고 춤명상은 생략한 채 달골 올라

더그매에서 ‘실타래’가 이어졌지요.

내가 바라는 교육, 그런 이야기를 쏟아냈더랍니다.

그 끝은 언제나 이제 무엇을 어찌할 것인가,입니다.

우린 이 시간이 준 자극을 가지고 또 다음을 살아갈 테지요.

그래서 귀한 빈들모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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