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16.나무날. 맑음

조회 수 1158 추천 수 0 2008.10.28 12:33:00

2008.10.16.나무날. 맑음


오래 쓰는 물건들은 이곳저곳 손이 필요하게 됩니다.
사람 몸이라고 다를까요.
40여 년을 한 물건을 써도 그러할 진대...
무릎관절이 이제 어깨관절로 간 바람에
조금 고생을 하는 요즘입니다.
이웃 농장의 어르신은 오십견이라 의견을 내놓으시고,
어떤 분은 써야 된다 주장하시고
또 다른 분은 쓰면 아니 된다고도 하십니다.
그래서 병은 소문을 내라던가요.
그래야 예 제 치료법도 얻게 된다는 말씀들이겠습니다.
한의원을 들렀다가
아이는 어금니 유치 하나를 뽑으러 치과에 갑니다.
자주 나가지 않는 것도 아닌데 읍내를 들리면
마치 아주 깊은 산골에 살다 아주 어쩌다 나가는 걸음인 듯합니다.
갈수록 세상과 멀어지는 삶이어 그러할까요...

온라인상의 카페들은 재밌습니다.
서로 다시 얼굴 보지 못할 정도로 감정이 상한 사람들이
같은 관심사를 가지다보니 카페에서 만나게도 된다지요.
별별 일들이 다 있답니다.
하기야 세상 어느 구석이 그렇지 않을까요.
카페 주인장이 싸운 두 사람을 다 알고 지냈는데(온라인상으로),
한쪽을 실제 만나보니 그 사람이 진득하고 믿을 만하여
그 말이 다 옳다 싶었다 합니다.
그래서 다른 한 관계랑은 관계를 끊었대나 어쨌다나요.
그것도 참 우스운 일입니다.
서로의 사정이 다 있을 진대
아무리 한 쪽이 사람이 그만한 이가 없더라 싶어도
각각 개별의 관계는 다 다르기 마련이지요.
세상 사람들한테 다 좋아도
한 사람에게 나쁠 수도 있는 게 사람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권이, 혹은 관계가 성립되지 않은 속에서야
서로 나쁠 게 무에랍니까.
그 카페주인장, 아무래도 경솔하셨다 싶습니다.
오히려 그럴수록
만나보지 못한 다른 이에게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잖았을 지요.
만난 놈 쪽 이야기야 충분히 들었을 것이니
그래서 설명과 변명의 기회가 있었을 것이나
만나지 않은 쪽은 스스로를 변호할 기회도 갖지 못하니 억울하지 않겠는지요.
(어쩜 그-만나보지 못한-에게는 이미 지나간 날들이어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는 일이 되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어른 노릇이 어렵고 주인 노릇이 어려운 게 아닐는지요.

온라인은 어떤 식으로든 ‘공개’라는 의미에서도 재밌습니다.
물꼬에 홈피가 있긴 하나
삶이란 게 또 그렇게 다 옮겨지는 건 아니어서
그래도 남들이 모르는 일이 있기 마련이고,
더욱이 발빠르게 이 곳 소식이 늘 올라가는 게 아니어
이곳 흐름을 제 때 읽기가 쉽잖을 텐데,
얼마 전 어떤 이가 준 소식에 이곳 사정이 소상히 들어있었습니다.
어쨌든 그 소식의 꼬리에 2006학년도에 보낸 날들이 걸려있
자연스레 그 해를 돌아보게 됐습니다요.
2006년, 살아오면서 가장 시련의 시기, 그렇게 불러도 좋을 해입니다.
뭐 힘에 겨웠지요.
그런 겁니다, 죽으라고 열심히 살았는데
돌아온 게 없을 때 억울하고 분하고 팔짝 뛰겠는 그런 거.
나는 결백한데 도둑놈이 되는 거.
한 잡지(엄밀하게 말하면 더 뚜렷한 대상이 달리 있었지만)와 갈등한 일이 있던 그 해입니다.
뭐 어쩌겠는지요.
그리고 그 해를 분노로 뭉치고 살았습니다.
그건 몸으로 이어져(놀라운 우주이지요) 지독하게 앓았으며,
그 일에 쏠려 무엇보다 눈 앞에 있는 아이들을
정작 충분히 사랑하지도 못했던 시간이었음을 고백합니다.
같이 사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들을 욕할 일도 아니었는데,
인간에 대한 진한 불신을 견디기 어려웠지요.
대안학교를 찾는 부모들에 대한,
또 공동체를 찾아 떠도는 이들에 대한.
그들의 이기만 보였습니다.
누군들 자기를 믿지 않는 이에 대해 우호적일 수 있을까요.
어쨌든 어떤 색깔의 시간이든 시간은 흐르기 마련입니다.
얼마나 강한 속성인가요.
지금은 2008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충분히 평화롭습니다.
그런데 이 속의 평온에 안주할까 더럭 긴장이 옵니다.
그러나 조금 더 누리고 조금 더 쉬고 조금 더 지낼랍니다.
그런 다음엔 어딘가로 또 흐르겠지요.
지금 이곳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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