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28.불날. 맑음

조회 수 1228 추천 수 0 2008.11.04 07:26:00

2008.10.28.불날. 맑음


불날 오전은 서예시간이 있습니다.
한글 정체 기본을 쓰고 있지요.
고체로 시작했더랬습니다.
고체, 그러니까 판본체(정음체)를 말하는데,
(한글 서체 중 최초의 서체.
훈민정음 용비어천가 월인천강지곡 석보상절 동국정운에 남아있는 글자체)
가로획과 세로획의 굵기가 같으며 중심선을 맞추어 쓰는 것이지요.
판본체는 획의 변화가 단순하고 자형도 사각형으로 구성되어 있어
붓글씨의 초보적인 단계에서 쓰기 좋다 합니다.
판본체가 단순한 점획이라고는 하나
그걸 또 개성 있는 선의 느낌으로 살려내는 건 또 많은 연습이라 하지요.
다시 정체 기본으로 돌아와서,
궁체는 한글서예의 전통으로
'궁중 서체'라는 의미로 조선 중기 이후의 궁녀들의 글씨체에서 시작되었답니다.
궁체는 정자체와 흘림체로 나뉘는데
정자체는 단아하고 점획이 섬세하며 아름답다 하지요.
지금 바로 그 정자체 기본획을 긋고 있답니다.

점심을 먹고 나면 아이는 피아노를 칩니다.
쉬운 동요들을 다루고 있지요.
가끔 저녁밥상에서 공연도 한답니다.
어떻게든 늘지요.
그걸 즐기고 있는 아이입니다.

불날과 나무날 오후는 그림놀이가 있습니다.
요새는 물감을 조금씩 다루지요.
정물을 크레파스로 그려 넣고
그 배경으로 수채물감을 씁니다.
가을학기의 서양미술시간의 과제는
한 화면을 다 수채화로 담는 거랍니다.
이제 학기 절반을 넘어서네요.

오늘 저녁 아이가 매섭게 혼이 난 일이 있었습니다.
화가 나서 위가 크게 쓰릴 만큼 호되게 했지요,
짜증을 습관처럼 낸다고.
다른 사람에게 내는 짜증이란 게
타인을 함부로 대하는 것 아니겠냐는 비약이었습니다.
사실, 정말 그런가는 또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남들한테는 그리 못해도 가족에겐 만만하게 내는 짜증이
때로 세상살이에 숨통이 되기도 하는데,
아이도 쉴 곳이 있어야지 않는 건가,
자라면서 나아지려니 지나쳐주어야 하는 건 아닐까 고민이 되지요.
저 알아서 자라는 것이라고 할 땐
세상에 가장 쉬운 일이 아이 키우는 일이더니
또 이럴 땐 부모 되기가 가장 어려운 일인갑다 싶습니다.
“잘 할게요.”
속도 좋지요,
아이는 눈물 쓰윽 닦고
헤헤거리며 감정을 수습하고 있데요.
암만 생각해도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낫다마다요.
우리라면 몇 날을 뚱해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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