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25.나무날. 쑥 내려간 기온

조회 수 1120 추천 수 0 2008.10.10 17:45:00

2008. 9.25.나무날. 쑥 내려간 기온


어제의 꼬리를 물고
이른 아침에도 가을을 재촉하는 비 잠시 다녀갑니다,
못 다했던 말처럼.
무배추밭을 돌아보지요.
늦게 심어놓아도 차고 오릅니다.
아직 여름볕은 힘이 스러지지 않았습니다.
하기야 한겨울에도 양지쪽에 꿈틀거리는 기운 있잖던가요.
저것들이 김장배추까지 되지 못해도
한동안 밥상에 오늘 채소노릇 제법 할 테지요.

떨어서 며칠 쌓아두었던 호두를 깝니다.
겉껍질 말입니다.
때맞춰 사람들이 주문을 해놓기도 했네요.
아직 덜 마른 건 방망이로 두들겨 깝니다.
온 손바닥에 호두물이 들지요,
시꺼멓게 들지요.
그 껍질로 염색을 합니다.
올해는 옷감 물들일 짬이 되려나요.
그걸로 베갯잇도 들이고, 색이 바랜 옷에도 들이고,
그리고 스카프를 몇 장씩 들여 선물로 내보내기도 했는데...
식구 많잖다고 건너뛰고 가는 일들이 많습니다.
원래 없었으려니 하면
또 어찌 어찌 그 규모에 맞춰 살아가지는 법인데,
이리 핑계를 대고 삽니다려.

경찰 친구가 생겼습니다.
대전에서 풍수도 공부하고 전통수련도 하는 이랍니다.
마침 요새 자주 통화할 일이 있는데,
가까이에 이런 직업을 가진 이가 없었더랬지요.
그 직업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됩디다.
참 고생하데요.
철도공사 이들이 자주 하는 말이 그거였지요,
넘들 다 가는 명절에도 못 가고,
사람 노릇 못한다고.
2교대 근무시간에 생활흐름도 쉽잖아보이데요.
하기야 그게 또 흐름이려니 하고 산다고는 했습니다만...
그래요, 누군들 이 생을 애쓰며 살지 않나요.
그래도 그들, 경찰, 고생 많습디다.

상담전화가 잦은 걸 보니
드디어 입학준비기가 시작되나 봅니다.
오늘도 전화가 이어졌습니다.
전화 옆에 사람이 앉았지 않으니
보통 음성을 남기고 저녁답에 챙겨 답을 주지요.
그런데 오늘은 하루 종일 한 집에서 온 전화가 수차례였습니다.
나중에는 화를 내며 남긴 음성이었지요.
“왜 이렇게 안 받는 거예요?”
메일도 거의 며칠 걸리는 일반편지 수준이고, 전화도 더디고,
그래서 바깥에서 금새금새 연락이 오가는 것에 익숙한 이들에게
이곳의 생활방식은 낯설거나 어려운 문제일 수도 있겠구나 짐작하면서도
한편에선 그런 이들에겐 전화 별로 아니 하고 싶습니다.
특히 그런 경우는 아이 문제가 절박할 때인데
오랫동안 생긴 문제(네, 하루 아침에 생긴 문제가 분명 아닙니다)를
단 하루 만에 해결하려 든다 싶어 그러하지요.
그 부모님도 아이가 그리 채근하면 분명 진득하라 말할 겝니다.
그 어떤 문제보다도 커다란 일이지 않겠는지요, 우리 아이들에 관한 일.
성마르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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