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 7.불날. 맑음

조회 수 1034 추천 수 0 2008.10.20 04:52:00

2008.10. 7.불날. 맑음


후배 하나가 10년 만에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10년을 다녔으니 앞으로 10년은 아이들과 함께 뒹굴 거랍니다.
직장을 다녀할 수만 가지 이유가 있었고
관둬야 할 수만 가지 까닭이 역시 있었다지요.
그런데 단 하나만 생각하기로 했답니다.
아이들!
그런데 고맙게도 그간에
물꼬가 들려준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다 하니 고마울 일입니다.
“아이들과 제대로 살자고 귀농하잖아?
그런데 이러저러 젊은 부부들이 유기농으로 농사짓고
그리고 제 손으로 집짓고
꼭 10년은 걸리더라데.
그런데, 그래놓고 돌아보니 아이들은 이미 커서
저들끼리만 놀더라네.
아이들을 위해서 들어간다 해놓고 아무것도 한 게 없더란다.”
뭐 그런 이야기들이었지요.
그런데 어디 그 얘기에 대한 반향이겠는지요.
그가 스스로에게 묻고 들은 대답일 것입니다.
어쨌든 축하합니다.
그런 결단을 또 아무나 하는 게 아니지요.
생각한 대로 사는 일이 쉽지 않단 걸
우리 다들 아다마다요.
‘시간이 필요했다, 절대적이고 물리적인 시간 말이다.
아이 눈을 마주한다는 건 그런 것이다.’
그걸 후배는 하겠다고 선언했고 이행했습니다.
삶의 본질에 가까워지는 건 그런 거 아닐까 싶습니다.
생각하고 그 생각대로 결정하고 그리고 하는 것!

아침마다 결단하라,
저는 오늘 혹 제가 함께 존재할 수 없을지도 모를 미래의 내 아이에게
그 말을 주고 싶다고 썼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생각하였는가, 결정하였는가, 그리고 움직였는가 하고.

그리하여 나는 봅니다.
어둑해지는 하늘, 이른 저녁입니다.
아이를 밖에 홀로 두고 저는 어떤 강의를 듣고 있었지요.
그럴만한 가치가 정녕 있었는가 싶습니다.
물꼬의 일이 하나의 결단이었지만,
여기서 나날을 사는 일 또한 나날의 결단을 요구합니다,
무엇으로 무엇을 위해 무엇을 두고 살 것인가 하는.
퍼뜩, 혹여 나는 이곳에서 또 고여 있지는 않은가,
파르르 떠는 오늘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1756 2008.11.24.달날. 비 옥영경 2008-12-08 1135
1755 2008.11.23.해날. 흐려가는 오후 옥영경 2008-12-06 1239
1754 2008.11.22.흙날. 맑음 / 산오름 옥영경 2008-12-06 1298
1753 2008.11.21.쇠날. 맑음 옥영경 2008-12-06 1074
1752 2008.11.20.나무날. 진눈깨비 옥영경 2008-12-06 1127
1751 2008.11.19.물날. 맑으나 매워지는 날씨 옥영경 2008-12-06 1190
1750 2008.11.18.불날. 낮 잠깐 흩날리던 눈, 초저녁 펑펑 옥영경 2008-12-06 1038
1749 2008.11.17.달날. 흐림 옥영경 2008-12-06 983
1748 2008.11.14-16.쇠-해날. 더러 흐리고 바람 불고 / ‘빈들’ 모임 옥영경 2008-11-24 1335
1747 2008.11.13.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8-11-24 1018
1746 2008.11.12.물날. 맑음 옥영경 2008-11-24 1025
1745 2008.11.11.불날. 맑음 옥영경 2008-11-24 1044
1744 2008.11.10.달날. 맑음 옥영경 2008-11-24 1069
1743 2008.11. 9.해날. 비 지나다 옥영경 2008-11-24 1146
1742 2008.11. 8.흙날. 흐림 옥영경 2008-11-24 1078
1741 2008.11. 7.쇠날. 비 온다던 하늘 흐리기만 옥영경 2008-11-24 1057
1740 2008.11. 6.나무날. 경제처럼 무거운 하늘 옥영경 2008-11-24 1185
1739 2008.11. 5.물날. 맑음 옥영경 2008-11-14 1333
1738 2008.11. 4.불날. 맑음 옥영경 2008-11-14 1043
1737 2008.11. 3.달날. 바람 불고 하늘은 자주 흐릿하고 옥영경 2008-11-14 108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