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14.불날. 맑음

조회 수 1190 추천 수 0 2008.10.26 21:47:00

2008.10.14.불날. 맑음


요즘 달골에서 밤을 보내는데요,
한 밤 아이 방문을 닫아주고 나오다가
아래층에 불이 켜진 줄 알고 계단을 내려서려던 참이었습니다.
뭔가 좀 이상하다며 뚤래거리다 그제야 알아차렸지요.
햇발동 2층에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통로는
유리창문이 길게 벽을 타고 있는데,
그곳으로 달빛이 햇살처럼 스미고 있었던 겁니다.
달빛이 불빛보다 밝은 산골이랍니다.

교육청에서 다녀갔습니다.
다른 일 때문에 들린 것이었는데,
마침 우리도 뒤란의 생태건축이라고 해놓은 건물을
건축물대장에 올릴 일이 있었지요.
아직도 손은 더 가야 하지만
건물등재과정을 밟기로 하였습니다.
담당자가 잘 처리를 하기로 합니다.
한 곳에 오래 사니 이런 게 또 좋습니다.

상담 전화가 이어집니다.
그런데 늘 양상은 너무나 비슷합니다.
이런 질문을 하는 이들은 이런 문제들이 극복이 안 되더라,
이 부분은 예년의 갈등을 또 반복하는 게 될 거다,
그래서 요새 하는 답변의 대부분은 왜 굳이 대안학교냐,
혹은 왜 그렇게 공동체에 살아보려 하느냐,
질기게 묻고, 그리고 말립니다.
하기야 늘 그러기도 하였는데,
하나의 차이가 있다면 예전에는 필요와 욕망을 잘 구분하여
버림이 필요하다 역설한 것에 반해,
지금은 다릅니다.
누군들 버리기가 쉬울까요.
오히려 자신이 선택하는 삶에서 얻을 것을 생각하라 합니다.
버리는 것보다 얻는 것을 택하기가 더 쉬운 까닭입니다.
어쨌든 모두 다 보다 나은 삶을 찾으려는 행보이겠습니다.
그 길들을 잘 찾아갈 수 있기를 진정 바랍니다.

작년에는 효소를 얼마 담지 못했습니다.
간간이 먹는 것들은 몇 해 전 여러 사람들이 살았을 적 담은 것으로
거기에 해마다 조금 담은 것을 더해서 먹어오고 있었지요.
담는 양이 먹는 양에 미치지 못하니
올해는 거의 바닥이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곳 효소를 드셔본 분이 다시 효소를 부탁하였는데,
올봄에 담은 것을 드리자니 아무래도 아직은 이릅니다.
백일 지나 걸러서 다시 백일이면 효소로 보아도 무리가 없고
숙성대신 한 주 만에 2차 발효만 시켜 먹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효소라고 내놓을 만하려면 200일 숙성이 돼야 한다 했습지요.
그러하니 지금 내드릴 게 마땅찮았을 수밖에요.
헌데 이웃 공동체에서도 야채효소를 열심히 내놓고 있는지라
안부도 물을 겸 부탁을 좀 해서 보내 달라 하였습니다.
그러며 효소농사(?)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가늠을 좀 해보게 되데요.
그냥 이곳 일상 가운데 구색처럼 하던 일이었는데,
그걸 일삼아 챙겨도 해야겠다 싶었던 겁니다.
여태까지는 종류마다 따로 따로 담아서 섞어 먹거나 하던 것과 달리
내년에는 봄부터 시작해서 가을까지 가장 큰 항아리에 넣고 또 넣어
정말 백가지로 만든다는 백야초를 만들어볼까도 생각합니다.
뭘 넣을 거냐구요?
효소를 담기 시작하면 산과 들 뵈는 게 다 효소재료랍니다.

오늘도 무배추밭에 물에 소주, 식초 타서 뿌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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