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 1.흙날. 스산한 하루

조회 수 1261 추천 수 0 2008.11.14 12:22:00

2008.11. 1.흙날. 스산한 하루


허억, 11월입니다...

식구들이 달골에 올라 감을 땁니다.
남자 어른들이 애를 써보지만
겨우 세 콘티를 채웠을 뿐이었습니다.
장대를 들고 나무에 올라 다리로 버티는 일이
여간 만만치가 않습니다.
아래서 보는 이들도 힘이 다 들어가지요.
같이 오래 살았던 식구의 빈자리를 또 느낍니다,
그게 어디 한두 곳일까만.
나무 잘 타던 그 친구가 그립습니다.
오랜 지기인 품앗이샘 하나도 그립네요.
역시 나무를 잘도 타던 그는
지금 몇 해 어려운 시험 앞에 놓여있습니다.
멀리서 풍물하는 선배들이
전국의 큰 공연에 가서 최고상을 받았다는 소식도 옵니다.
그렇게 결실을 거두는가 하면
오랫동안 고생하고도 여전히 어두운 터널을 건너가는 이도 있습니다.
가까운 곳의 스님 한 분 다녀가셨지요.
세속에 있을 적부터 아던 분이십니다.
그런데 아직 그의 얼굴은 고뇌입니다.
그가 무엇을 찾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디 있더라도 뿌리내리면 다 고향땅이지,
그리 말씀하시던 ‘무식한 울어머니’ 하신 말씀이 꼭 생각나지요.
그가 있는 자리가 고향되기를 바랍니다.
이 가을은 타는 산이 집일 수 있겠으나
겨울은 아랫목이 있는 집이 사람들에게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런데 바로 그 ‘집’,
달골 햇발동은 난방장치가 꼭 한 해 한 차례는 애를 먹입니다.
더운 물이 공급이 안 되네요.
한 고개를 넘으면 또 한 고개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게 ‘일상’이지 싶습니다.
사는 일이 그런 것이지 싶습니다.

오늘은 아이가 새 옷을 얻어 입었습니다.
사연은 이러합니다.
“어머나, 예쁘네. 누가 사줬어?”
아이가 요새 아이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는 일이 있는데
거기 차려입고 오는 아이들에게 교사가 그런답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이리 대답한다지요.
“엄마가 사줬어요, 엄마가 사줬어요, 엄마가 사줬어요.”
얘도 쟤도 말입니다.
나도 제 때 나한테 꼭 맞는 새 옷 좀 입어보면 안될까,
아이가 슬쩍 그리 말한 게 짠하여
아비가 사주게 된 것이지요.
윗웃 만 이천 원, 바지 만사천원입니다.
새 옷을 사지 않는 것이 꼭 어디 돈의 문제였을까만
아이들 옷 비싸다 비싸다더니 그만한 돈으로도 살 수가 있데요.
팬티도 처음 샀습니다.
“엄마가 보면 한 장만 사라 그럴 거야.”
넉 장에 만원하는 사각팬티를 들고 아이는 어찌나 좋아하던지요.
가난한 살림은 작은 것에도 이리 커다란 행복을 가져다줍니다.
가난이 외려 풍성한 삶을 준다는 말이
바로 이것에 다름 아니겠습니다.

한 주의 긴장이 풀리면서 늦도록 구들을 지고 있었습니다.
좀 심하게 앓았지요.
어깨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급기야 한의원을 찾아갑니다.
때로 힘에 겹고 때로 기쁨으로
그렇게 교차하며 날들이 갑니다.
일희일비할 일이 아니라시던 어르신들 말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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