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계자 아흐레째 2월 3일

조회 수 1888 추천 수 0 2004.02.04 21:42:00

< 다섯 개나 팔 영혼이 있는데 >

4337년 2월 3일 불날 왼갖 가지 날씨를 다 경험한, 눈발까지

새끼일꾼 넷과 기훈샘이 나갔고
구영이 구슬이가 들어왔습니다.
“왜 이리 늦게 왔어?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
아쉬워 하는 ‘하다’.
“구영이 구슬이가 와서 좋았어요.”
한데모임에서도 빼놓지않고들 반깁니다.
그리하여 비로소 열 다섯 아이들이 죄다 모였답니다.
덕현이가 자기 좋아하는 노래로 환영인사를 하고,
둘러앉아 넘치도록 부르는 노래,
무엇을 더 바라랴 싶데요.
푹하고 꽉 차고 평화롭고…
아이들이 나가는 사람들을 따라 나서더니
버스타는 데까지 가 배웅을 했더랍니다,
집에 다녀가는 귀한 손님한테 하듯이.

외국어에서 오늘은 핀란드 말을 몇 가지 배웠습니다.
인사와 칭찬, 그리고 숫자.
숫자 0을 ‘놀라’라고 하는 말에도 깔깔댔지요.
껌 선전에서 나오는 휘바휘바(참 잘했어요)말고는
들어본 적이 한번도 없다 합니다.
지도에서 어디쯤에 핀란드가 있나 찾아도 보고
핀란드에 대한 간단한 지식도 얻고
핀란드에서 찍은 여러 사진들을 구경도 하고.
얼마전 뉴질랜드의 한 공동체로 연수를 다녀온 무지샘이 그러데요.
“이런(말 배우는) 기회로 또 여행을 꿈꾸고…”
아이들에게도 그런 소망이 생길 거라고,
그런 기회가 될 거라고.

동네어른특강에선 경로당에서 세 분이나 오셨습니다.
윤덕중 박희만 조중조 할아버지들이
닭이 알을 낳도록 걸어두는 오중추를 만들어보이셨습니다.
곡식을 담아두는 작은 섬인 오쟁이쯤 되려나요.
작게 만들어놓으니 가방이 따로 없습니다.
가르치고 뭐고 없어요,
할아버지가 그냥 만드시고 옆에서 열심히 따라 합니다.
손이 안되자 지난 시간 해봤다고 아이들은 저마다 새끼를 꼬고 앉았고,
저는 짚쌔기를 당기며 차례를 놓칠세라 가랭이가 찢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세 분은 따로 하시다가 어느 순간 한 분이 중심을 잡고
다른 두 분이 보조로 붙습니다.
제 편에도 무지샘이 짚을 집어주는 역으로 자연스레 붙고.
아이들은 새끼를 꼬다 문제만 삼기면 옥샘, 교장샘 불러대는데
저는 희정샘이랑 해결하라고 희정샘, 희정샘 불러댑니다.
겨울 밤 동네사랑방의 왁자한 풍경 같습니다.
“손으로 익힌 건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것 같애요.
할아버지들 손 움직임 보는데,
정말 손을 잘 쓰고 살아야겠구나…”
샘들이 하루재기에서 그러데요.

보글보글방은 방이 네 개 열렸습니다.
오늘은 국수가 중심재료,
그래서 자장면, 칼국수, 쫄면을 하고
‘아무거나’에선 찹쌀도넛을 만들기로 합니다.
배를 채운 아이들,
후식으로 나온 찹쌀도넛이 아주 그만이었겠지요.
“더 주시면 안돼요?”
“네 영혼을 팔아.”
“좋아요. 그런데 몇 개 주실 건데요?”
“두 개.”
“그러면 낼 아침부턴 해건지기를 시작해서부터 끝까지 제대로 하는 거야.”
그 순간 사는 영혼은 나쁜 영혼으로 범주가 정해진 셈이었지요.
(좀체 가만있지를 못하는 정훈이거든요)
“예!”
정훈이는 영혼을 팔아 두 개를 얻습니다.
이름을 불리기만 하면
하던 걸(바르지못한 행동을 하다) 멈추고 똑바로 서는 정훈.
“그러면 정훈이는 착한 영혼만 있으니까
이렇게 뺏어먹어도 되겠네.”
무지샘이 정훈이의 귀한 도넛을 베어뭅니다.
“아, (영혼을 팔아서) 뭐라 그럴 수도 없고…”
그 바람에 저마다 영혼을 팔러옵니다.
“저도 팔래요.”
“어떤 영혼을 팔 건데?”
호준이가 영혼을 팔러왔는데 아이들이 곁에서 소리칩니다.
“하다랑 사이좋게 지내는 거, 안괴롭히고.”
“그래요.”
아이들은 그렇게 나쁜(?)영혼을 팔아서 도넛을 더 얻어먹습니다.
같이 만든 정근이랑 윤정이랑 ‘하다’는
영혼 창고지기여서 다른 아이들 계산(?)해 주고
마지막에야 제 몫을 챙깁니다,
먹고 싶은 마음 내내 누르고 긴 시간 기다리고 나서야.
예뿌데요.
더 먹고 싶은 '하다',
“나도 영혼 다섯 개나 팔 것 있다!”
이제 남은 날들 암것도 걱정안해도
절로 (일정이, 생활이)돌아가게 생겼습니다요.

한데모임,
정훈이는 또 준비가 안됩니다.
“정훈아, 영혼!”
비틀비틀대던 몸을 얼른 곧추세우는 정훈입니다.
“아휴, 진짜, (영혼을)돌려달라 할 수도 없고…”
그래서 또 우리를 뒤집어지게 합니다.
한데모임에 앉아있으면
하루종일 같이 있지 않아도 그림이 그려집니다.
사람들이 가서 서운하다데요,
난롯가에서 혜연이 한 장난에 위험하다 경고도 하고,
가마솥집에 드나드는 여러 형식에 대해서도 따져보고
다옴이 실뜨기에 빠져 다른 일정에 소홀하다 한 소리를 듣고
수빈이와 윤정이 다른 사람을 깨문다고 비난 받은 뒤
안하마하며 미안하다 전하고
(그때, ‘하다’ 선수, 나도 그래야지 해서 몰매 맞을 뻔 했지요)
구영이 구슬이 와서 진짜 좋다 했습니다.
검도 한 번 봬주고 싶다 해서
아이들이 보고싶다고 응답해주었지요.
마음 모으기에서부터 긴 시간을 준비하고 보여주는데
허허, 다들 꼭 같이 지리한 시간을 침묵으로 기다립니다.
덕현, 정훈, 인원, 다영, 나현, 령, 그리고 무지샘과 열택샘이
기합 소리와 함께 우리를 새로운 한 세계로 데려갔지요.
아리샘이 샘들 하루재기에서 그러데요.
“즐겁고 행복하지만 애들이랑 진지해지고 싶을 때가 있는데
검도, 그 진지한 모습을
보는 이도 하는 이도 같이 만들고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조용한데 그 분위기가 어색하지 않고,
일상의, 노동 속의 명상처럼.”
동네어르신특강도 빼놓지 않고 한마디 나오지요.
어른들 돌아가시고 나면 누가 그런 일들을 기억할까,
잘 배우고 싶다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아이를 낳고 자라고 어른이 되고…”
‘하다’가 궁시렁궁시렁합니다.
“그게 다 살아가는 거라고...”
인생이 그런 거지, 하는 식의 한숨 섞인(체념이 아니라) ‘하다’ 말에
또 왁자하게 웃었다지요.
혜연이는 오늘 음식의 날이었다 합니다,
반찬도 만들고 보글보글방도 하고,
음식 만드는 것 정말 좋다, 집에서 엄마랑도 해야겠다 합니다.
실다루기에선 아이들이 저어기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들어갔다는데
익숙해지지니까 그 자체가 주는 재미를 즐기더랍니다.
“(교육 프로그램)종류가 문제가 아니구나,
그 종류가 꼭 다양할 필요가 있을까,
맛을 알아가면서 좋은 시간이 되기에 충분하데요…”
맡았던 무지샘이 그럽디다.
잠자리에서 동화를 들으며
다영이는 늦게 온 구슬이에게 대바늘뜨기를 열심히 가르쳤다지요.

계절학교라면 첨 온 아이가 있는가 하면,
물꼬만 다니는 아이도 있고,
간디, 실상사, 지평선중학교, 자갈치 극단까지 다 다녀본 다옴이도 있습니다.
일본에서 2년을 살고 북유럽 어느 나라에서 1년을 살고
유럽 모든 나라를 다 다녔다는 정훈이가 있는가 하면,
다른 나라를 언제나 볼 수 있을까 소망을 키우는 아이가 있고.
애들 얼마 되지도 않은데 그 경험의 세계가 참으로 다양합니다.
저들이라고 살아온 날이 없을까요.
예순을 산 노인에게 예순이 평생이듯,
열 살인 아이는 그 십년이 평생이겠습니다.
내일 일을 우리가 알 수 없을진대
예순 노인에게 있을 내일이
열 살 아이에게 없을 수도 있지 않겠는지요.
다만 정성껏 살 량입니다.
정성껏 아이들을 향할 일입니다.

또 하나의 계절학교를 하는 기분입니다.
아이들 계자 하나와 어른들 계자.
아이들 보다 먼저 일어나 하는 샘들 해건지기,
아이들 보다 늦게 하는 샘들 하루재기,
우리도 생의 한 전환점에 서 있는 듯합니다.
국선도 단학 국민체조가 섞인 몸풀기 대신
오늘 아침엔 108배를 했습니다.
절공부했던 기훈샘이 찬찬히 절을 가르치고,
다 한 담엔 절하며 들었던 마음도 나누었습니다.
“몸이 화악 풀리네요.”
“이렇게도 명상을 하는구나…”
“혼자는 잘 하기 어려운데 같이 이렇게 할 수도 있네요.”
“여기서 지냈던 시간들을 생각했어요.”
“설움이라면 설움, 그런 게 북받혀오르고 그것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데요.”
“누구를 향한 기도가 아니라 나를 향한 기도…”
하루를 정리하는 한 밤,
우리들의 기도 또한 그리 간절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오직 아이들을 향하게 하소서,
날마다 포기하게 하소서,
날마다 일어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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