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9-10일

조회 수 1999 추천 수 0 2004.02.12 18:59:00

< 바통을 이어가며 오고 간 이들 >

입학절차를 밟고 있는 령이 나현이 부모님,
아이들 데리러 영양에서 들어오셨습니다.
밀가루 묻혀 쪄 말린 고추에다
세수비누며를 또 바리바리 싸오셨네요.
령이 할머니와 막내 고모네가 아이 둘이랑 같이 오셨습니다.
넘들은 가진 것으로도 잘 나누더라는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령이 고모부, 준비한 봉투를 내밀어 우리를 감동시켰지요.
이미 여러 곳에다 나눔을 실천하고 계신다는 소릴 들었던 참인데…
령이 고모부는 령이 아버지랑 대학 동창이래네요.
하나 뿐인 친손자를 멀리 보내는 것도 안쓰러운데
와서 학교라고보니 허름하기가 이를 데 없고,
할머니는 마냥 심란해하십디다.
이 눈치없는 애새끼들은 눈 쌓인 논밭을 강아지마냥 내달리고.
어른들은 가마솥집 난롯가에서 아이들 훑고간 대해리 소식에
한참을 웃고 떠들었습니다.
얘기가 막바지다 싶을 즈음
지난번 다녀갔던, 한때의 푸른누리 식구 장유경님 오셨지요.
영양에서 온 일곱 식구들과 령이 나현이 빠져나가는 자리,
또 여덟의 식구들이 찾아와 불가에 앉았습니다.
푸른누리 식구들이 뿔뿔이 흩어졌어도
한 번씩 이리 모임을 한다지요.
이번에 모였던 참에 여덟 살 되는 봄비의 입학 문제도 있고 해서,
우르르 오셨다지요.
얼굴들도 보고.
물꼬 농사 맡아주실지도 모를 다섯 살 산들의 아버지 강나루님도 같이.
강나루님은 우리의 대목수 조준형님과도 안다 합니다.
조만간 예서 얼굴들 또 같이 보자 하지요.
준비된 사람을 만나는 일은 즐겁습니다.
힘이 나지요.
홀로 가던 외로운 산길에 좋은 길동무를 만난 듯한.
두 번 오고 세 번 오고
그러다 길이 가까워지겠지요.
그들이 또 일어설 즈음
대해리 5시 10분에 들어오는 버스타고
서울에서 품앗이 정창원님과 윤효정님이 들어섭니다.
하룻밤을 예서 묵으며
아이들이 간 자리의 뒷정리와 책방 책 정리를 하였지요.
그리고 점심 한 때
온 공동체 식구들이랑 숨바꼭질 하였습니다.
물꼬의 대동놀이들이 그러하듯이
구슬이 구영이 ‘하다’ 뿐 아니라
아주 어른들이 신이 났더랍니다.

먼길 오신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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