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들살이 하다

조회 수 1747 추천 수 0 2004.02.20 13:11:00

2004학년도 입학을 위한 두 번째 문, 가족 들살이(2월 13-15일)

- 툭툭 겨울을 뚫고 나오는


물꼬에서 쓰는 '식구 들살이'가 아닌 까닭은
아직 식구가 되기 전이라는 뜻이겠지요.
그냥 각 가정에서 와서 들살이를 한다 뭐 그런.
입학절차를 다 마친 뒤,
그러니까 2004학년도 새학년 학생으로 결정이 나면
그 때 하는 들살이는 식구 들살이가 될 참입니다.

2월 13일 쇠날 저녁
열 가정과 열 넷의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한 가정 두 아이가 아버지의 일에 대한 욕심으로 참석을 포기했고
또 한 가정 한 아이는
이혼을 한 어머니가 아직 아이들을 더 끼고 있기를 바래
입학을 망설인 거지요.
열 아홉의 부모님과 아이들 열 여덟(따라온 동생들도)
그리고 공동체 식구 여섯(하다 엄마는 겹치는 숫자)이 모두 둘러앉아서
물꼬의 주구줄창 노래에 이어
작은 대동놀이로 들살이의 문을 열어젖혔습니다.
슬라이드로 물꼬의 역사를 들여다보고는
아이들은 옛이야기를 들으러들 가고
어른들은 깊이 살펴보기를 시작했지요.
가벼운 소개들이 있었구요,
기사 하나를 중심에 두고 오래 살핍니다.
자연히 그 기사와 물꼬하고의 관계로 이어지게 되데요.
자정에 공식 일정은 끝났으나
가마솥집에서 새벽 네 시까지 아이들 얘기는 이어집니다.
겨울 계자에서 이미 아이들이랑 열 닷새를 살아본 경험이
물꼬 편에서도 할 얘기가 많게 했지요.
다음날은 아이들이랑 공동창작도 하고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도 나눔이 있었지요.
물꼬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손으로 공양 발로 공양도 있었구요,
그 사이 아이들은 새참을 준비해서 내왔습니다.
키워놓으면 이런 맛이라도 있어야지요.
저녁 때건지기 뒤엔
다시 강당에서 하는 큰 대동놀이가 있었습니다.
왜 계자를 왔던 아이들의 양말이 성한 게 없었던지
그 까닭이 밝혀졌지요.
어른들이 더 시끄럽고 어른들이 더 흥분합디다.
어른들이 그리 놀아본 적이 없었겠구나 싶데요.
낮에 했던 족구에서 진 편이 사기로 한 통닭이 늦어
아이들은 좋은 책 안내자 노릇을 할 수 있었고
저 좋아하는 노래들을 불러줄 수도 있었댔지요.
그 아이들 다시 옛이야기 속으로 스며들고
어른들은 마주보기로 들어가
묻고 답하는 시간들이 길었습니다.
어느 순간은 고스란히 드러나는 자기 사람됨에 절망하고
숨길 수 없는 자기 이기에 실망하고
결국 아이 문제가 아니라 어른들 문제라는데 공감하면서
날밤을 새게 되었지요.
니 새끼 내 새끼 없이 이제는 모두 우리 새끼 이야기로
동이 트고 있었더랍니다.
일곱 시에 다시 산책을 나가고
산오름 대신 이야기들을 더 오래 나누고 싶다는데 동의해서
끝날 수 없는 이야기는 또 이어집니다.
물꼬로서는 정말로 그러한가를 끊임없이 물었지요.
자기 정체성을 묻고 또 묻고.
그래서 혹여 앞날 창창한 출발점에서 우리는 힘이 빠졌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창창한 날들이므로 그 시작점에서
더 많이 흔들고 더 많이 뒤집어야했지요.
그 끝에 한 의사와 외국어 강사의 강의는 정말 압권이었다지요.
점심 때건지기는 물꼬 옛 수영장으로 갔답니다.
햇살 두터웠지요.
우리 희정샘의 유명한 물꼬 김밥과 국, 과일로
물가에서 오붓하게들 먹었습니다.
돌아오는 걸음 빈손으로 올 수 없었지요,
다들 돌 하나씩 집어다 돌탑을 위한 돌무데기에 보탰습니다.
어른들이 갈무리 글을 쓸 동안
아이들은 왜 이 학교를 오려 하는가 다시 되묻고
이 학교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충분한 안내를 들었답니다.
그래도 변함없이 오겠다는 녀석들,
무엇이 이네들을 불러들이는가,
물꼬는 스스로 또 한번 깊이 물었지요.
잘 살아야겠습니다!
하늘처럼, 하늘처럼 아이들을 섬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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