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20.달날. 맑음

조회 수 1265 추천 수 0 2008.10.28 12:35:00

2008.10.20.달날. 맑음


머리를 풀어헤치고 있어도 귀찮지 않은 날,
가을이 그렇게 왔습니다,
여름에 질끈 동여매던 머리를 늘어뜨려도 되는.

읍내를 나갔는데, 이런,
급하게 처리해야할 일이 생겼습니다.
다행히 노트북이 있었던 참이라
어디 들어가서 일을 할 참입니다.
그런데 날이라고 또 도서관도 휴관일이네요.
가끔 가는 중국집이 떠올랐지요.
밥을 먹은 뒤라 뭘 시키지는 못하고
책상을 차지하고 한 시간여 일을 합니다.
그런데 거기서는 또 인터넷이 아니 되네요.
이웃의 낯선 가게를 찾아들어가 자료를 받았지요.
고마운 일들입니다.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아하, 그런 일이 있었구나’-1.
말을 하지, 하기야 말하기도 뭣했겠지요.
여태 잘 지내던 사람이
어느 날 서로의 관계 안에서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일 때
까닭을 모르면 답답합니다.
그러려니 하기에는 아무래도 석연찮지요.
한번도 만난 적 없으나 몇 해를 우호적이었던 어르신 하나가,
얼마 전부터 태도가(그래봤자 글을 통한 거지만) 영 이상했다 칩시다.
짧게 오가는 글의 행간에서도 그런 건 느껴질 수 있지요, 이전과는 다른.
그런데 그 까닭을 자, 이젠 알게 되었다 칩시다.
시원합니다, 불편은 하지만.
뭣 모르고 한 대 맞으면
맞을 짓을 하지 않았더래도 이유를 알면 시원하다마다요.
이런 과정이었지요.
두 사람이 첨예하게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었는데
한 공간에서 우연히 만나게 됐습니다.
이럴 때 다른 사람들이 조금 꺼끄러울 수도 있겠습니다,
이놈도 식구도 저놈도 식구여서.
(사실 그럴 건 또 뭐랍니까.
그 사람의 관계는 또 그 사람의 관계인 거고 나와 맺는 관계는 아니지 않나요.)
그런데 이놈 말을 먼저 들어 이놈 말만으로 다툼을 이해하게 된다면
(그것도 정말 이놈이 마음에 들기까지 하다면).
그러면 이놈이 옳은 말만 하는 것 같다 싶지요.
그런데 그러면 다른 편 놈이 너무 억할하지 않겠는지요.
아직 듣지 않은 이의 말을 들어보려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중립을 지킬 수 있어야지 않겠는지요.
가까이에서 벌어진 일이었답니다.
‘아하, 그런 일이 있었구나...’
이놈이 나쁘겄지 싶으면 이놈이 나뿐 거지,
저놈이 나뿌겄지 싶으면 저놈이 나뿐 겁니다.
그냥 제 길을 가는 거지요, 뭐.
.
‘아하, 그런 일이 있었구나...’-2.
농지를 경작하는 이에게 주는 직불금이 한창 시끄럽다 합니다.
쌀직불금(쌀소득보전직불금)이라면
쌀 80Kg 한 가마당 목표가격을 정하고,
목표가격과 당해연도 수확기 산지 쌀값 차이의 85%를
직접 지불금 형태로 보전하는 제도인데,
지금의 소란에 대해 잘은 모르겠습니만
농사도 짓지 않는 지주들, 그것도 공무원들이
그것을 가로챘다는 얘기인가 봅니다.
물꼬도 비슷하게 겪었던 일이지요.
우리가 부치는 논 주인이 직불금은 당신 앞으로 하겠다 했습니다.
“그러면(당신들이 직불금을 받으면)
당신들은 도지(소작료) 없이 공짜로 농사짓는 셈 아니가.”
그게 당신의 논리였습니다.
그래서 지난 겨울 물꼬 교무행정일을 보는 친구한테,
이장한테 가서 직접 확인을 하라 했지요.
말하자면 경우가 맞는 거냐, 알아서 교통정리를 해주셔야하는 것 아니냐,
뭐 그런 말을 넣은 셈인데,
너들끼리 알아서 할 문제라고 발을 빼셨습니다.
몇 푼 안 되는 소작인 직불금 먹으려는 욕심쟁이 영감보다
그런 일을 중재할 역할에서 빠지는 이장이 더 나쁘다고 화가 났지만,
뭐 별 수 없었지요.
그 논을 부치려면 별 수가 없고,
동네에서 시끄럽지 않게 살려면 또 별 수가 없습니다.
게다 그런 사실을 면 산업계에서도 알지만
역시 별 뾰족한 수가 없지요.
“면이 더 더 나쁜 거지, 그런 줄 알면서 암소리 안하고...”
툴툴거리는 게 다였답니다.
그런데 추수하고 도지줄 때가 되니
도저히 아닌 건 아닌 거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장을 찾아갔지요.
이제는 말이 다릅니다.
주인한테, 그건 소작인이 받는 거다 하고 단단히 일러주었다는 겁니다.
그러더니 면에 가서 확인을 해보라네요.
“나는 자세히 모르겠네. 면에 가서 한 번 확인을 해보세요.”
몇 가구 되는 것도 아니고 왜 기억을 못하냐 따지려다가
그게 또 무슨 소용이려나 번번이 거듭되는 일인 걸 하고
주가 시작되기를 기다린 게 이틀 전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룻밤새 상황이 달라져 있더군요.
우리 앞으로 서류가 되어있다는 겁니다.
“이장님이 어제 전화를 하셔서 확인했습니다.”
산업계의 첫 인사가 그거였지요.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요새 전국이 직불금으로 소란하단 걸.
어째 일이 쉽게 풀리더니,
아하 그런 일이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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