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28.나무날. 맑음

조회 수 1192 추천 수 0 2008.09.15 21:21:00

2008. 8.28.나무날. 맑음


정신지체를 다루는 수업 하나를 갔는데,
장애인 친구 하나 거기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휠체어를 탄 그가 다가와 인사를 합니다.
점자로 이름도 써주고 이것저것 안내를 해줍니다.
처음 들어선 제게는 퍽 고마운 일이었다마다요.
문득 많은 비장애인들이야말로 장애인일 때가 많다 싶데요.
먼저 인사할 줄도 모를 때가 얼마나 많은지요,
그저 자기 안으로만 들어갈 때가 또 얼마나 많은지요.
오늘 그 친구가 저를 잘 가르쳐주고 있었습니다.

강의를 나가는 선배 하나랑 만났지요.
“나는 아예 나이든 사람들 나오지 마라 그래.”
안보여야 다른 학생들도 안 찾는다는 겁니다.
그리하야 리포트로 대체하게 하고
점수는 그에 준해서 준다는 거지요.
물론 교양이니 가능할 겝니다.
그것은 당신이 하는 상대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고
삶에 대한 이해이기도 하지요.
말도 안 되는 일에
기를 쓰고 학생 앉혀놓으려 하는 교수들도 수두룩하거든요.
자신이 하는 일에서 그렇게 유들이를 갖는 것도
(이게 참 쓸 때마다... 물론 일어 ‘유도리’에서 온 말이지요.
하지만 여유, 혹은 융통이라고 쓰면 그 의미가 조금 달라지는 느낌.)
지혜이다 싶습디다.

작년부터 읍내에서 자주 보던 얼굴 하나 있습니다.
여러 번 마주쳐서 낯이 익나보다 했는데,
아무래도 어디선가 분명 이전에 뵌 분이 틀림없다 싶었지요.
한 번은 다른 사람한테 저이가 누구냐 묻기도 했는데
그도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 잊고 있다 오늘 그 분을 또 보았네요.
“혹시 저 분 누군지 알어?”
이런 이런,
분명 아는 분이 맞았던 겁니다.
몇 해 전 한 대학의 여러 교수님들이 온 적 있었습니다.
그 때 뵈었는데,
무려 4년이나 흘렀나요.
아이고, 이 무심함.
오늘은 걸음을 멈추고 인사드렸습니다.
그때 그를 찾아온 나이 많은 학생 하나 있었는데,
연락이 닿지 않아 수업이 없는 줄 모르고 와서 오래 서성인 학생이었지요.
그 순간 그 학과장님은 과대한테 전화를 해서
만학도 챙기라고 다시 강조하셨습니다.
그 만학도에게는 자신이 배려 받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지요.
참 좋겠다 싶데요.
몇 개의 과를 넘나들며 강의실을 오갔던 학기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챙기는 교수님도 보기 좋았고
그런 과를 다니는 그도 좋겠다 싶데요.
배려, 그거 참 아름다운 이름자입니다.
학생들을 일일이 배려하긴 어렵지만
그걸 또 시도해보는 게 선생이 할 일 아닐지요.
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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