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10.물날. 맑음

조회 수 1134 추천 수 0 2008.09.26 23:43:00

2008. 9.10.물날. 맑음


어제 한 주술사가 들려준 얘기를 아이에게도 들려주었지요.
“잘린 머리카락에 나쁜 영혼이 깃들기 쉽대.”
“음... 나는 그를 쉬게 해주고 싶어요.”
아,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관장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아무래도 주술사의 생각을 따르는 건 어떨까 물었지요.
해서 찾아낸 방법이, 혹 깃든 영혼이 있다면
그에게 다른 집을 마련해주는 거였답니다.
그래서 땋아서 잘린 긴 머리채를 꺼내 와
그 안에 둥지를 틀었을지도 모를 영혼에게
이 마을 굽어보고 있는 큰형님느티나무 가지 한켠에 안내했지요,
다시 떠돌지 말고 거기 잘 깃들어 살라고.
그리고 그 머리를 태웠습니다.
젊은 날 일기장을 태우기도 하던 그런 날들 같은 느낌을
아이도 가질까요...

호두나무 아래 밭에 로터리를 칩니다.
목수샘이 경운기를 몰고 나갔지요.
늦긴 했으나 배추와 무를 놓을라지요.
배추는 이미 모종을 키우고 있습니다.
자주 한 발 늦게 하는 농사입니다.
우리 일의 주가 농사가 아니라는 게 위로이지요.
학교 큰 살림 꾸려가는 일,
아이들을 맞고 돌보고 보내는 일,
사람들을 맞고 쉬게 돕고 돌아가게 하는 일,
그게 물꼬가 하는 중심 일들이니까요.
다 잘하기 어디 쉬운가요.

영동생명평화모임이 있은 저녁이었습니다.
“환경연합도 수색 들어갔다네.”
“5공 회귀야.”
“촛불시위도 힘이 못 되고...”
그런 오늘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서로 힘이 돼보려 애썼지요.
영화 <칸타하르>가 오늘의 재료였습니다.
희망을 기록하는 영화라고 일컫는다면
희망적이지 못한 오늘에 이 영화가 갖는 의미가 적지 않겠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캐나다에서 저널리스트로 살아가는 나파스는
홀로 남겨진 동생으로부터 개기일식이 되는 날 자살하겠다는 편지를 받지요.
그를 구하기 위해 이란을 경유해 칸타하르로
쉽지 않은 길을 돌아돌아 갑니다.
가는 동안 그는 동생에게 들려줄 희망을 기록하지요.
관습에 따라 부르카를 뒤집어쓰고 동생을 구하기 위해 가는 여정은
도둑과 배고픔과 전쟁으로 뒤덮인 아프간의 사막에서
여러 차례 만난는 복병들로 만만찮습니다.
“아무리 장벽이 높아도 하늘 아래다...”
어느 구석의 대사이던가요,
그것 또한 희망이겠지요.
“사람들의 험담을 어찌 감당하겠는가...”
어디나 사람살이는 매한가지입니다.
거기 역시 사람들의 입을 넘는 일은 큰 일입니다.
부르카를 쓰고 바깥 세계에 드러내는 법이 없는 그곳의 여인들도
색동 팔찌, 매니큐어, 화장품, 립스틱을 몸에 붙이지요.
도둑 맞는 순간에도 신에 대한 감사를 전하는 그들의 삶은
사막의 황량함만큼이나 피폐하기도 하지만
사막의 아름다움만큼 결이 곱기도 합니다.
모흐센 마흐말바프는 영화 제작을 위해
1만 페이지에 달하는 책과 문서를 읽었고 데이터를 수집했다지요.
그리하여 흔히 갖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이미지와는
다른 이미지를 알게 되었다 합니다.
"그것은 아주 복잡하고 비참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더욱 적극적이고 씩씩하며 평화적인 아프간 사람들의 모습도 떠올랐다."
그래서 누구는 이 영화를 ‘비극과 유머의 서사시’라고도 했지요.
사람을 죽이는 전사였지만 지금은 사람을 구하는 의사가 된 사히드는
환자에게 약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빵을 나누어 줍니다.
그 사히드에게도 나파스는 희망에 대해 묻지요.
“희망이란 건, 목마른 자에게는 물이고
배고픈 자에게는 빵일 것이며 외로운 자에겐 사랑이고
완벽하게 가려진 여자에겐 언젠가 보여지는 것!”
이 시대 우리들에게 정녕 희망은 무엇일까요...

황대권샘은 한가위라고 아이를 위해 선물도 챙겨주셨습니다.
<풀도감>입니다.
여러 아이들이 잘 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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