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21.해날. 흐린 아침

조회 수 1070 추천 수 0 2008.10.04 12:53:00

2008. 9.21.해날. 흐린 아침


요새 장애아를 위한 공부를 좀 하고 있는데,
그게 참 벅찹니다.
개론부터 시작하면 그래도 좀 나을 텐데,
사정이 어찌 어찌 하야 개론과정 없이 들어가고 있으니,
또 교원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열성 친구들과 같이 하고 있으니
아주 가랑이가 아픕니다.
학교라는 공간이 그리 기대할 것도 없다지만
낯선 공부를 할 땐 체계를 잡는 일에 분명 도움이 또 크지요.
혼자 하는 것보다는 손쉬운 측면이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또 괴로운 반복이 거듭되지요, 뭐,
이게 무슨 가치가 있는 것인가 싶다가
그래도 또 의미가 있지 하며.
분명한 건 장애아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거란 것 아니겠냐며
열심히 씨름하고 있답니다.
그러는 사이 호두가 익었고 은행이 떨어지고 있으며
호박이 늙어가고 고추가 붉고 배추와 무가 자라갑니다...

아이랑 다시 본 영화 한 편, <책상 서랍 속의 동화>.
시골 선생이 잠시 자리를 비운 한 달을
이제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웨이가 맡게 됩니다.
그에게 주어진 가장 큰 임무는 아이들을 지켜내는 것이지요.
그런데 한 아이가 운동선수로 선발되어 떠나고
또 한 아이 장휘거가 돈 벌러 도시로 떠납니다.
그리고 교실의 모두는 그를 찾으러 떠나려는 웨이와 함께
필요한 돈을 어떻게 구할지를 고민하고 계산하고 일을 하러가지요.
말하자면 문제해결학습 과정입니다.
도시로 간 웨이는 며칠 만에 방송국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는데,
왜 그렇게 아이를 찾으려 하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잠시의 긴장이 일지요.
뭐라고 할까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눈물이 흐르는 웨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걱정’이었지요.
그래요, 아이에 대한 걱정,
아, 저 마음이 바로 교사의 마음이겠다 싶데요.
그리고 내내 여운이 남는 장면은 분필에 얽힌 것입니다.
먼지 이는 시골선생, 그래요, 가오선생이었습니다, 의 삶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가르치는 대로 되는 게 아닙니다.
보고 배우지요.
무섭습니다.
본 대로 합니다.
분필을 아끼는 가오선생의 삶(마지막에 손가락에 묻은 것으로 글자 한 자를 더 쓰는)이
아이들에게 준 영향이 컸을 겝니다.
아이들의 분필 사랑은 ‘교사의 삶’을 잘 생각해보게 했지요.

까만 밤, 아이가 집으로 들어가면서 그럽니다.
“나는 하루 일과 중 샤워하는 것도 행복해.
몸도 보송보송해지고... 개운해지고...
물속에 있다는 게 좋고, 뜨겁게도 할 수 있고 차갑게도 할 수 있고...”
일상의 작은 하나하나를 기뻐하는 아이를 보며
그게 또 아주 기쁜 일이 됩니다.
소소한 기쁨들이 우리들의 생을 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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