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집안어른 한 분으로부터 책이 왔다.

평생 쓰신 붓글씨가 해제와 함께 책으로 엮으셨다.

전화 넣으니 안어른이 먼저 받으셨다.

“너무 이른 시간이지요?”

“아니야. 5시면 일어나 기도해. 나는 그 힘으로 살아.”

저마다 자신을 살리는 일이 있다.

내게는 티벳 대배 백배가 그런 일이겠고,

아침뜨樂 풀을 매는 일도 그런 거겠다.


아침 8시 아침뜨樂으로 갔다.

옴자 머릿부분 점에 땅 패고 수선화 옮겨심기.

엊저녁 학교 고래방 앞에서 한 무더기 파왔던 것.

오전 세 시간이 흘렀다.

그것은 사각점에 심었던 실패의 역사이자 한 시절이 지나간 시간.

무슨 말인가 하면, 거제도에서 산 생활하는 선배네서 장순샘이랑 차나무를 실어와 심은 게

2016년 3월 29일 불날이었다.

가식해두었다가 그 다음 달 3일 해날 옴자 머리(그땐 사각모양)에 심었던 것.

해를 거듭해가며 역시 이곳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모두 동사했다.

덮어주었다면 나았겠지만, 그럴 수 있는 살림살이는 아니었다.

(제발, 생명을 옮기는 일은 그것을 건사할 수 있을 때만!)

그 차나무 사각점은 이제 수선화 동그라미점이 된.

방울만 어째 떨어지나 바람만 드세네, 했더니

밥 먹을 무렵 쏟아진 비였다.

고마울세라, 물 길어 뿌리지 않아도 되었으니.


어제는 햇발동 거실 바닥 누수를 찾느라 깬 곳들 미장도 했네.

공사 가닥을 잡는데 무려 스무 날이 흐르고 있었다.

내일 드디어 공사 범위가 결정될 것이다.


겨우내 무언가를 가지러 들어가거나 전화에 남겨진 음성을 들으러 가는 걸 빼면

거의 문 열 일 없던 교무실이었다.

인터넷 고치는 결에 들어가 빗자루를 들었다.

지난여름 휘령샘이 청소한 이후 굳게 닫혔던 공간이었다.

봄이 왔잖아, 교무실에 봄을 들인다.

청소는 5시간에 걸친 일이었다.

다른 책상으로 가는 전화선도 치웠다.

교무실에 누가 더 있다고, 이제야 혼자임을 인정했달까.

늘 뭔가 임시체제였던 듯. 이제 고정 체제로 전환하는?

상주 교사가 더 있다한들 요새는 저마다 손전화가 또 있지 않던가.

그걸로 인터넷도 연결하여 쓰지 않나.

한 계절을 또 보낸다. 성급함이 없잖지만, 안녕, 겨울!


내 변고(아니 아니, 뭔 일이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의 일이 내일을 모른다는 뜻으로다가) 뒤 

정리되지 않은 짐들로 남은 사람들을 힘들게 말 것,

요새 간절한 마음으로 하는 정리들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696 2019. 4. 5.쇠날. 맑음 옥영경 2019-05-07 624
1695 2015. 1.31.흙날. 흐리다 눈 옥영경 2015-02-26 624
1694 169계자 닷샛날, 2022. 1.13.나무날. 눈 내린 아침, 그리고 볕 좋은 오후 / ‘재밌게 어려웠다’, 손님들의 나라 [1] 옥영경 2022-01-15 623
1693 2019. 5.14.불날. 맑음 옥영경 2019-07-19 621
1692 2019. 3.22.쇠날. 맑음 / 두 곳의 작업현장, 아침뜨樂과 햇발동 옥영경 2019-04-04 621
1691 2015. 7.13.달날. 갬 옥영경 2015-07-31 621
1690 2014. 5.21.물날. 맑음 옥영경 2014-06-13 620
1689 165 계자 닫는 날, 2020. 1. 17.쇠날. 맑음 옥영경 2020-01-28 619
1688 2015. 2. 6.쇠날. 맑음 옥영경 2015-03-10 619
1687 2019. 5. 9.나무날. 맑음 / 당신도 결국 나를 살리는 이였으니 옥영경 2019-07-09 618
1686 2017.11.23.나무날. 첫눈 / 짜증을 건너는 법 옥영경 2018-01-09 618
1685 164 계자 닫는날, 2019. 8. 9.쇠날. 맑음 / 빛나는 기억이 우리를 밀고 간다 옥영경 2019-09-11 617
1684 2017.11. 6.달날. 맑음 옥영경 2018-01-06 616
1683 2019. 3. 3.해날. 흐림 옥영경 2019-04-04 614
1682 2019. 3.30.흙날. 우박 /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옥영경 2019-04-22 612
1681 169계자 닫는 날, 2022. 1.14.쇠날. 맑음 / 잊지 않았다 [1] 옥영경 2022-01-15 611
1680 2021. 3. 6.흙날. 흐려가는 하늘, 는개비 다녀간 오후 옥영경 2021-03-26 611
1679 171계자 이튿날, 2023. 1. 9.달날. 푹하고 흐린 옥영경 2023-01-11 609
1678 2019. 6.25.불날. 맑음 / <소년을 위한 재판>(심재광/공명,2019) 옥영경 2019-08-13 609
1677 2019. 2.28.나무날. 흐림 / 홈그라운드! 옥영경 2019-04-04 60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