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계자 이튿날, 2008. 8.11.달날. 소나기

조회 수 1418 추천 수 0 2008.09.07 23:12:00

127 계자 이튿날, 2008. 8.11.달날. 소나기


어른들 아침수련도 전에 아이들이 마당으로 쏟아져나왔습니다.
별일입니다.
축구를 시작으로 장순이랑 쫄랑이랑 놀기도 하고
작은 연못 둘레를 서성이거나 그네를 타고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하루를 정리할 때 샘들이 그랬지요.
“아이들이 힘들어하더라구요.”
그러게, 그 새벽에 일어나서 뛰기 시작했으니 그럴 밖에요.
“지친 듯한 아이들 보며, (날마다) 아이들의 굴곡이 있을 듯,
하지만 마지막엔 좋은 마무리 되길...”
유설샘이 그랬습니다.
맞아요, ‘흔들리고’, 그리고 자리들을 잡아갈 겝니다.

어른들이 영성의 기운을 잘 다져놓은 곳으로
아이들이 해건지기를 하러 들어섭니다.
몸을 깨우고 살리는 첫째마당과 마음을 닦는 둘째마당이 끝난 다음
오늘의 셋째마당은 학교 주변을 거닐며
나무 풀 그리고 밭에 나고 자라는 것들을 살피는 시간입니다.
“나가서 내가 있는 곳 생명들 살피는 시간이 참 좋더라...”
“그리고 일상적 소중함들이 빛나서도 좋은 곳이더라구요.”
처음 온 샘들이 그랬지요.

침묵하며 그림을 그리는 손풀기가 끝나고
‘우리가락 1- 판소리’.
올 여름 다른 일정과 달리
이번에는 우리가락을 이틀로 나누었습니다,
첫날은 우리 소리, 두 번째는 우리 가락으로.
기현이 현수 준석이가 저 뒤에서도 열심히 목청을 돋웁니다.
“엄마가 30만원 내고 100만원어치 놀고 오랬어요.”
1000만원어치 놀고 오랬으면 준석이가 더 열심이었을까요?
이렇게 가까이서 판소리 공연을 보기도, 또 판소리를 해보기도
흔한 일들은 아니라며 다들 열심입니다.
잘하더라구요, 올 여름의 모든 계자의 특징이기도 하네요.
아이들만 그런 게 아닙니다.
미루샘은 스스로 감동 받으며 열심히 참여했다 합니다.
나중에 여자 친구랑 꼭 판소리 공연 간다지요,
그 여자 친구 참 좋겠습니다.

보글보글.
오늘은 모두가 김치만두를 빚습니다.
네 패로 나누어 가고 싶은 방에 가서 만두를 빚고
다른 한 패는 피를 찍어낼 거지요.
재료요?
두부가 있으면 듬뿍 넣고
고기가 없으면 안 넣으면 되고
양파가 있으면 잘 다져 넣고
부추가 있음 캐오면 되지요.

‘상큼한 만두’에는 세빈 세인 재희 예경 세영 도윤이가 들어갔습니다.
예경이는 상큼하게 어깨 들썩이며 배달하기의 가장 모범답안이었다지요.
‘우리 애기 도윤’이를 챙기느라 이 식구들은 모다 바빴는데,
그래도 마지막 청소와 정리는 도윤이도 나서서 잘 했더라나요.

수현 원규 다경 승환 희정 시원 가야 영웅 재호 성민이는
‘싱싱한 만두’네를 만들었습니다.
시끌시끌했을 것을 우린 그 이름들에서 짐작했지요.
배고픈 시각이라 그런지 만두를 빚는 대로 먼저 먹으려는 모습이
샘들을 좀은 아쉽게 했나 봅니다.
그런데, 찌기 위해 부엌에 간 만두 한 판이
그만 군만두 5개가 되어 돌아온 일이 있었는데,
민중봉기가 일어날 뻔하였답니다.
말로는 너무 쪄서 그만 짜부러들어 군만두가 되었다는 부엌샘들의 설명인데,
여러 방에서 온 것들을 섞어서 찌면서
어째 그 방에는 몇 돌아가지 않은 모양입니다.
어디나 역시 문제는 생산이 아니라 분배랍니다.

그리고 ‘시원한 만두’와 ‘향긋한 만두’에서도
먼저 빚은 것들을 한 판씩 구워 먹고
가마솥방에 와 다시 찐만두를 챙겨먹더니
모두가 먹을 국만두를 위해 얼마씩의 만두를 부엌으로 보내오기도 하였답니다.
나머지 ‘너그러운 보자기’.
현지와 인이와 지훈이와 수민이 재창이 수현이가
열심히 만두피를 조달했지요.
물론 손이 딸릴까 이미 만들어진 피를 먼저 공급했던 게 적절하여
여유로이 잘 찍어낼 수 잇었답니다.

‘인형놀이’가 이어졌습니다.
꿈나무 인형극단에서 와 진행하였는데,
지난번 고래방에서의 오후가 너무 더웠던지라
좁더라도 모두방에서 하기로 했지요.
이미 물꼬 샘들이 정리를 다 해두었고
상마다 도움꾼으로 자리를 차지도 하였습니다.
지난번에 원활하지 못했던(오신 샘에게만 거의 의존) 것에 대한 반성이었지요.
그런데 성량이 좋은 진행샘의 음높이는
여전하던 걸요.
어느새 아이들도 목소리가 올라갔지요.
그래도 지난번보다 시간에 여유가 있어 좋았습니다.
굳이 이틀치를 한꺼번에 하느라
손인형과 줄인형을 오후 시간에 다 끝내려 할 게 아니라
그냥 넉넉하게 한 가지를 해달라 요청했더랬지요.
“줄인형은 저희가 진행해 볼게요.”
시간을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안되면 또 안 되는 대로 넘어갈 겝니다,
꼭 ‘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곳이 아니니.

모든 일은 한꺼번에 닥칩니다.
IYC가 등장했고,
인형극에서 정리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아이들을 모아 달라 부탁해왔고,
곧 준석이의 하반신 마비 소식이 들렸습니다.
갑자기 소나기 쏟아져 바깥줄에 널어둔 빨래들이 생각나 달려가기도 했고
부엌에 신경이 자꾸 쓰이기도 했지요.
정익샘이 일이 생겨 종대샘한테 이월하고 나간 뒤라
(처음으로 종대샘이 부엌을 맡았지요,
때맞춰 밥만 나와도 좋다, 그리 격려했지만
자신이 잘 모르는 일을 할 때의 난감함을 잘 알다마다요.
다른 샘들이 때마다 들여다보기로 하였답니다.)
찬거리라도 살펴보고 와야 했답니다.
아이들이 드러내는 몸의 불편함들이 대개 그러하듯
준석이도 마음이 편치 않은 일로부터 출발했던 듯합니다.
머리맡에서 새끼일꾼 세아랑 민경이한테 부채질을 부탁하고
은영샘과 소희샘(아람이었나도 모르겠습니다)한테 양 다리를 주무르게 하고
급히 침을 챙기러 달려갑니다.
혹 당황스러움으로 잘 못찌르지는 않을까 하여
침서적도 챙겨가서 부위를 여러 번 살폈지요.
피를 빼고 났더니, 조금씩 풀리고 있었습니다.
그 몇 초가 얼마나 길었던지요.
산골 삶에서, 특히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에 응급치료법은
참으로 긴요하다마다요.
고마웠지요, 하늘도, 의료서도, 침도, 사람들도.

열린교실.
저녁에 열린교실을 하긴 또 처음입니다.
IYC 캠퍼들이 와서 다른 나라 문화 나눔으로 진행하고자 해서
그들 들어오는 때에 맞추다 보니 그리 되었지요.
프랑스 중국 러시아 일본(몽골 친구들은 갑자기 못 올 사정이 생기고 말았지요),
그 나라 노래 놀이 춤이 함께 했습니다.
아이들은 참 훌륭한 존재들이지요.
캠퍼들이 에너지가 넘쳤던 예년과 달리
이번 캠퍼들은 조금 가라앉은 듯했는데
외려 아이들이 기운을 돋우고 있었습니다.
의외로 아이들의 열정이 뜨거워
준비한 것보다 더한 것을 꺼내게 했더랬지요.
특히 무대에 서서 보여주는 것들을 관람하던 아이들의 뜨거운 반응이
외려 그 시간들을 살려주고 있었던 겁니다.
프랑스에서 온 폴은 너무 산골인 이곳이 좀 마뜩찮은 듯하더니
무대에 서서 관객의 반응에 마음이 데워져
조금씩 그의 벽을 허물고 있었지요.
낯선 나라, 낯선 공간을 찾아온 첫날의 서먹함은
역시 시간이 해결해줄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해결해줄 것이지요,
놀라운 그들의 친화력으로.

모둠하루재기가 끝나고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자
샘들도 가마솥방에 들어섰지요.
오늘은 또 어떤 날이었을까요?
‘교사들이 하루재기로 하루를 돌아보고 해건지기로 먼저 하루를 여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아이들과 소통하는 능력의 정도, 물꼬의 흐름을 아는 정도 또 게자에 참여하는 마음자세가 다 다를 수 있는데, 아침 밤으로 함께 ‘물꼬’ 방식으로 교사들을 지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절학교에서도 ‘프로그램’으로 잘 담기지 않는 부분
1.어떻게 아침을 맞는가?(해건지기: 명상, 전통수련, 산책)
2. 밥상메뉴는 어떤 원칙으로?(밥상교육, 음식을 만들며 챙겨할 분들에 대해 마음 쓰고 가르치는 등...)
3. 어떻게 하루를 마무리 하는가?(하루재기 글쓰기; 글로 스스로를 정돈해보는, 힘을 기르는 것)
4. 몸에 대해 어떤 자세로? 자연치유력, 몸수련 부모님들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겠다.
5. 신발정리 같은 일상적인 것
이같은 부분이 중요한 비중을 가지고 자리한다는 생각이 들어 공감이 되고 좋았다.’

은영샘은 하루 정리글을 그리 쓰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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