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계자 사흗날, 2008. 8.12.불날. 소나기 지나고

조회 수 1471 추천 수 0 2008.09.07 23:12:00

127 계자 사흗날, 2008. 8.12.불날. 소나기 지나고


비가 내렸고
수련과 명상을 끝낸 아이들은
큰 형님느티나무까지 업어주기를 했습니다,
서로 낯선 이들 둘씩 짝을 지어.
아, 물론 고래방 안에서였지요,
저만치에 우리 마을 큰 형님느티나무 있거니 하고.
그렇게 또 새로운 얼굴들을 익혔습니다.

손풀기가 끝나고
‘우리가락 2 - 풍물’에 모였네요.
‘우리가락에서 풍물하면서 즐거웠다.
시끄럽기도 했지만 함께 어울림이 좋았다.’
하루를 정리할 때 유설샘이 그리 썼고
무열샘은 풍물의 힘에 대해 말했습니다.
그래요, 모두 하나 되게 하는 힘이 있지요,
누구라도 어깨 들썩이게 하는 힘이 있지요.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에게 우리 문화를 나누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외국 캠퍼들이 주로 소고만 들고 있었지만
열심히 가락을 쳐보고 있었답니다.
다른 때와 달리 서서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네요.
몸을 쓰면서 하면 좀 덥긴 해도
우리 가락이 우리 몸을 타고 흐르는 걸 볼 수 있었을 것인데...

‘보글보글 2’.
우리 요리 셋과 넘의 요리 셋으로 여섯 개의 방이 열렸습니다.
김치부침개는 해민 재희 승환 영운 기현 유진이가 부쳤고,
현수 원규 현지 세영 동하 태영 병준 도윤 유경 수현이가
떡볶이를 저었지요.
한 켠에서 김치수제비가 끓고 있었고
러시아 일본 중국 음식 하나씩이 그 곁에서들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외국음식 만드는 과정이 너무 궁금해서 아이들이 다녀오기도 하고
우리 부침개랑 일본 부침개를, 우리 볶음밥과 중국 러시아 볶음밥을
더러 비교분석해보고도 있었지요.
여섯차례 계자를 이어서 하고 있는 희중샘 보며
수진샘이 그러데요.
“희중샘이 옥샘처럼 하던데,
아, 저렇게 (사람을)키워주는구나 싶어...”
다 본대로 하는 거지요.
그렇게 이 여름 계자를 새끼일꾼들이, 이곳을 거쳐갔던 품앗이일꾼들이
꾸리고 있답니다.

오후내내는 과학놀이였지요.
‘참과학’샘들이 여섯 분이 진행하셨습니다.
지난 겨울 처음 연을 맺고 이 여름에 다시 와 주셨네요.
‘물꼬에서 거의 볼 수 없는 엄청난 선물공세’라는 소희샘의 표현처럼
아이들이 한 장면마다 챙기는 게 많았지요.
빛 소리 진동을 알아보던 과학마술쇼에선
아이들의 탄성과 함께 자외선에서 색이 변하는 태양구슬,
풍선프로펠러, 뿔피리들이 아이들을 즐겁게 했고,
전동차도 만들어져 뽈뽈뽈 고래방을 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자동차와이퍼도 만들어보았지요.
“너무 준비한 게 많아서 바빴던 느낌이...”
어느새 이곳의 흐름에 익어진 미루샘,
아무래도 분량이 많았던 시간이 도리어 아쉬웠나 봅니다.
다른 샘들도 다르지 않았지요.
“요새 학교가 그래요. 많은 걸 주는데 아이들은 포화상태죠.
감사함이 없고 당연합니다.
더 좋은 것, 더 새로운 걸 찾고...
왜 그래야 할까요?”
수진샘이 그랬습니다.
오랜 세월 물꼬의 품앗이일꾼인 함형길 선수가 생각났지요.
2007년 1월 31일 그가 홈페이지에 남긴 글 일부를 찾아 옮겨봅니다.

‘이번 계자에서 특별히 이렇다할 것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공동체식구들과 서른 남짓의 아이들과 그리고 품앗이, 새끼일꾼들과
그저 어느 하루를 살아가듯이 그리 보냈습니다.

한 가지 기분 좋은 일은 아이들과의 일상 외에,
산 오르는 날 멋진 풍경을 경험한 것입니다.
내려오던 중 싸리비로 내리다 이내 함박눈으로 쌓여
조금씩 덮여가고 젖어가던 산과 들과 그리고 사람의 마을.

물꼬라고 특별할 게 있을까요.
일상을 일상답게,
사람살이를 사람살이답게,
산과 들과 냇가를 두고,
불과 몇 십 년 전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사시던 강산을 살리며 사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더한 재미, 더욱 진한 감동 - 이 과연 보태고 더해져서 오는가 생각해 봅니다.

우리의 마음을 좀 더 순하고 엷게
흔들림이 적어질수록,
우리의 작고 사소한 생활에서부터 점점이 퍼져 나가는 것이
웃음이 되고 눈물이 되는 게 아닌가 합니다.’

그해 겨울 계자 다녀왔음을 보고 하던 그의 글이었지요.
그가 없는 대해리의 여름이 문득 쓸쓸하단 걸
그는 알고나 있을까요?

그리고 저녁,
그늘진 선선함을 마당에 다 쏟아져나와 즐겼습니다.
축구 열풍 위로 물놀이가 번져갔지요.
저도 고무신 신고 뛰는데,
우리의 무열선수, 그예 벗겨진 고무신 한 짝을 멀리 날려버렸습니다.
그래도 공을 좇아갔다마다요.
‘저녁 먹고 선주샘, 해민, 주희와 큰형님느티나무까지 산책 갔습니다. 물꼬가 정말 좋은 터에 자리 잡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산과 물, 논과 밭, 사람이 잘 어우러진 땅.’(은영샘의 하루정리글에서)
그렇게 마을을 한 바퀴 도는 이들도 있었지요.
참 좋은 저녁입니다.
IYC 이선재팀장님이 방문하기도 하셨네요.
와우, 그러면 이번 계자 어른들이 서른 여덟이 되나요.
거의 애들 수랑 맞먹네요.
어디나 예전의 소중했던 가치들이
(‘대의’라거나 ‘더불어’라거나 ‘함께’를 지향하는 것들이라 말할까요?)
차츰 힘을 잃고 그것으로는 더 이상 사람들을 모을 수 없다 합니다.
유네스코 청년팀만 하더라도
새 시대에 당면해서 사람과 내용에 대해 고민이라는데,
어디고 매한가지이지요.
방학이면 다 밖으로 빠져나가는 젊은이들로 이제 NGO활동들이 어렵다는데,
그런데 정작 이 산골 물꼬에서 넘치는 청년들에 놀랐답니다.
‘교육의 힘’에 대해 얘기 나누었지요.
지난 일정들에 처음 온 샘들도 그랬습니다,
새끼일꾼 품앗이일꾼들을 보며
아, 이렇게도 사람을 길러낼 수 있구나 생각했다는.
고마운 일들입니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이제 물꼬가 그들로 꾸려갈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저녁, ‘하늘여행’이 있었습니다.
커다란 망원경이 마당에 설치돼 있었고
먼저 고래방에서 영상으로 우주를 향한 인간의 역사를 살폈지요.
물론 다음은 하늘입니다.
거기 달이 있고 별이 있고 태양이 있었지요.
그리고 인류의 꿈들이 있었습니다.
“밤하늘에 별자리가 몇 개일까요?”
그대는 아시는지요?
우리는 이제 알게 되었답니다.
날이 흐려 망원경을 들여다보긴 글렀으나
진행하신 샘이 직접 찍은 하늘 사진이 우리를 위로하기에 족했지요.

오후에서 밤으로 이어졌던 과학놀이(더하기 하늘여행) 시간,
맞아요, 역시 양이 많았습니다.
김인수샘 말대로 이제는 식구 같아서
서로 긴장하거나 낯설거나 하지는 않고
무엇보다 이 산골까지 와서 나누는 맘이 고맙지요.
그래서 겨울엔 물꼬 생각을 충분히 나눌 수 있겠다 싶습니다.
샘들은 두세 분만, 양도 오후 전 시간이라면 두어 가지로!

무열샘이 샘들 하루평가글에 단 다섯 글자를 썼습니다.
‘행복한 하루’
이심전심입니다.

그리고 샘들 하루재기에 참석한 한국인 캠퍼 둘의 기록.
‘이번에 43th IYC 캠프를 참여하면서, 외국인 캠퍼들을 통솔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곳 영동필드(물꼬)에 오니, 외히려 아이들과 하나되어 어울리는 외국인 캠퍼들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인상을 찌푸리는 등의 일이 없더군요. 꼭 언어만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눈빛, 몸짓만으로 서로의 감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곳 물꼬학교의 아이들이 영어 한 마디 보다 더 훌륭한 의사소통의 장(?)이 된 것입니다.
여러 나라에서 온 낯선 외국인 캠퍼들을 아무런 편견없이 따뜻하게 맞아준 아이들에게 너무나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곳 물꼬학교의 프로그램 또한 상당히 인상적이였습니다. 다른 대안학교와는 달리 자연과 함께 어울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이번 필드의 주제인 united learning life and ecology’를 완벽히 실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서진샘)

‘첫날의 서먹함이 오늘은 많이 다른 친근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이들이 어떻게 친해져야 하나 걱정을 했었는데 낮에 요리를 하면서 많이 친해지고 저 뿐만 아니라 외국 camper들과 수업 이후 오늘의 요리까지 하면서 많이 친해져 저희(*한국캠퍼)가 없어도 아이들이 외국인 camper들에게 와서 말도 하고 오후에는 같이 축구도 하고 여러 면에서 너무 즐거웠습니다...
아이의 책 읽는 모습과 활발하게 노는 모습을 보고 나는 저 아이의 나이 때 무엇을 하였나 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남종샘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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