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계자 닫는 날, 2008. 8.15. 쇠날. 쨍쨍하다 소나기

조회 수 1439 추천 수 0 2008.09.07 23:14:00

127 계자 닫는 날, 2008. 8.15. 쇠날. 쨍쨍하다 소나기


늦은 아침입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한껏 마지막날 아침을 즐깁니다.
볕이 좋습니다.
무열샘이 나와 평상을 닦습니다.
이불을 놓고 털고 할 것입니다.
이불귀를 마주 잡고 이불들을 털었지요.
사는 일이 그리 무거운 일은 아니라는 양
풀풀 먼지들이 날아갑니다.

마지막 일정,
바깥 프로그램이 많아 물꼬식의 것들이 좀 부족했던 느낌이 없잖았습니다.
특히 물놀이,
자주 가지 못했지요.
하지만 대해리 계곡 맑은 물을 물꼬는 잘 지켜나갈 거랍니다.
언제고들 오셔요.
언제는 그렇지 않았을까만,
자연이 주는 위로와 위안도 크지만
역시 사람이 주는 감동 또한 큽니다.
특히 뜻 깊은 여름이었습니다.

공간을 나누어 다음에 계속 이곳을 쓸 이들을 위해 정리를 하고
가방을 꾸리고 갈무리글을 쓰고
그리고 복도에 길게 줄을 섰지요.
마침보람!
계자 졸업식입니다.
혹여도 못다 한 말이라도 있으려나 서로 나누지요.
“옥샘, 제가 여덟 명 데리고 왔어요.”
형식입니다.
“일곱이잖아. 너는 빼야지,
그리고 다음에는 우르르 오지 말고 나눠서 와라, 시끄러워죽는 줄 알았다.”
“물꼬도 돈 벌어야지요.”
“아, 맞다. 니들은 다 돈 내고 왔구나...”
이런 얘기도 격의 없이 나눌 수 있어 좋습니다.
형식이가 이제 정말 물꼬 아이 같앴지요,
그저 캠프나 다녀가는 아이가 아니라.

영동역, 아이들을 보냅니다.
부모님들께 그 말씀을 드리긴 했나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있는 곳은 언제나 어디나 천국이라고 정토라고,
이 아이들 보내줘서 고마웠다고
너무나 사랑스런 이 아이들을 만나
우리 모두 풍성한 생이 되었다고 말입니다.
못했다면 전화 드리며 하지요, 뭐.

샘들의 갈무리 시간이 이어졌지요.
수진: ... 아이들처럼 마음을 많이 열고 있었으면 하는 바램...
5박 6일 내 생애 특별했던, 살아있었던 행복했던 시간!
아람: ... 물꼬 오면 생활하면서 애들, 샘들한테서 배우는 게 많다.
무열: ... 외부강좌 많고 물꼬 내부강좌 적으니 수동적이 되고 지루한 감도...
소희: ... 내가 아무렇지도 않았던 일이 아이들에게 큰 고마움이 되기도 하더라...
유설: ... 청소하며 아이들이 주체적인 게 많이 생긴 걸 발견할 수 있었다...
미루: ... 이곳에선 고압적 자세를 민감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그렇게 아이들을 보내고
그리고 샘들을 보내고
막 소나기가 쏟아졌습니다.
끝났다는 인사이지요.
하늘도 그렇게 기다려주었습니다.
늘 누구보다 하늘이 젤루 고맙습니다.
모다 감사합니다.
모다 사랑합니다.

그래요,
올 여름, 저는 너무나 가슴 벅찼습니다.
십년을 넘게 곁에서 실무를 맡아 일했던 이가 공석이었지요.
이십여 년 물꼬 일하며 참모 역할을 하는 이가 없는 경우 또한
처음이었습니다.
힘겹지 않을까, 걱정이 컸는데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았는데
그 자리를 무열샘, 희중샘, 소희샘, 기표샘 같은 품앗이들이 주축을 이루고
새끼일꾼들이 받쳐주었습니다.
선주, 아람, 소연, 지윤, 현희, 유정, 가연, 정훈, 태훈, 계원, 진주, 세아, 민경...
그리고 낯선 산골로 성큼 당신들의 여름을 내준 헌신의 이름자들,
수진샘, 미루샘, 유설샘, 서현샘, 김은영샘, 신은영샘, 영준샘,...
무엇보다 기적처럼 찾아왔던 부엌의 정익샘의 안정적인 맛이
큰 뒷배가 되어주었지요.
물꼬에서 자랐던 이들이 이제 성장하여 물꼬를 끌어갑니다.
그리고 이건 다만 시작일 뿐이랍니다.
그래서 이 여름은 너무나 감동적인 날들이었지요.
물론 더욱 빛을 발한 건 아이들이었다마다요.
말해 무엇하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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