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30.달날. 맑음

조회 수 1109 추천 수 0 2008.07.21 18:10:00

2008. 6.30.달날. 맑음


‘초여름 한 때’의 첫 아침입니다.
공동체식구들과
그리고 어제 들어온 아이들 넷과 새끼일꾼 하나와 품앗이일꾼 하나,
복작이는 한 주를 시작합니다.
“충분히 자기.”
실컷 자고 몸이 깨어날 때 가마솥방으로 모이라 하였지요.
그런데 잠은 일찍 깼으나 노닥거리느라 늦습니다.
밥상이 길어지면 설거지가 더디고
그러면 또 9시에 시작하는 흐름들이 깨집니다.
그래서 모두의 동의를 얻어
낼부터 밥시간은 맞추기로 합니다.

아이들이 이곳의 흐름대로 하루를 흘러갑니다.
‘우리말글’시간에는 낱말들 사이를 유영하다
‘역사’로 넘어갔지요.
‘대해리 봄날’에 와서 고려왕조를 외었으니
이제 조선왕조도 외고 싶다 하고
그래서 노래에 맞춰 왕조를 외다가
연산군은 왜 왕 시호를 받지 못하였냐 묻게 되고
4대 사화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지요.
영어비디오물을 보는 ‘빛그림’이 이어졌고
점심 밥상 앞으로 모였네요.

한낮엔 물놀이를 갑니다.
수로에 눕고 뒹굴고 물방울들을 튀기고...
“계자 때는 생존을 위해 물싸움을 하는데
애들 몇 안 되니 놀이를 하게 되더라구요.”
지윤이 말대로
그렇지요, 구성원에 따라 분위기가 또 달라지기 마련이지요.
그런데 하늘이 꾸물꾸물 합니다.
이제 고구마밭에 들어 풀을 매겠다고 돌아왔네요.

헌데 이런, 먹구름 아래서는 물놀이를 갔는데,
밭에 드니 해 짱짱합니다.
좀은 힘겨워하며
그래도 재잘거림으로 극복한다지요.
게다 요즘 정치는 아이들에게도 좋은 말거리입니다.
쪼라는 밭보다 정치계를 쪼느라 정신없던 걸요.
야채효소와 마른 먹거리를 참으로 내어
길바닥에 철퍼덕 앉아 맛나게 먹기도 합니다.
아직 일이 익었을 리 없고 해 뜨거우니
아이들은 다소 게을리지는데,
새끼일꾼 지윤이는 그게 또 자꾸 아쉬웠지요.
“얄미워요, 그러나 이해해요. 저도 저만할 때 그랬어요.”
서로를 보는 자리, 자신을 보는 자리,
함께 일하는 건 그런 거데요.

유리창이 많으니 사연도 많고
더러 더러 뻥 뚫린 것들도 있지요.
공이 날아들기도 했고 심하게 몸을 부대끼며 지나다가
혹은 바람에, 혹은... 그렇게 깨진 게 서른은 족히 됩니다.
계자를 하기 전 빈 유리가 없도록 다 채우자 하지요.
오늘 유리아저씨가 와서 견적을 냈답니다.
한 인형극단에 연락을 하기도 했지요.
계자 가운데 한 시간을
극단에서 마련한 인형 만들기를 넣어볼까 하구요.
서로 시간을 좀 조율해 봅니다.
그들이 올 수 있다면
우리 아이들의 시간이 더욱 풍성할 테지요.

저녁엔 고래방에서 영화 한 편 돌렸습니다.
마지드 미지디 감독의 <천국의 아이들>.
동생의 신발을 잃어버린 알리는
3등이 되어 부상으로 의기양양하게 운동화를 들고 돌아갈 수 있을까요?
하지만 그만 1등이 돼 버리지요.
허탈합니다.
이제 신발은 어떡한다지요?
승리한 소년을 향해 후레시가 이곳저곳에서 터지지만
알리는 눈물을 흘리고 집으로 돌아와 실망하는 동생을 봅니다.
낡은 운동화는 이제 밑창까지 떨어지고
발은 심하게 물집이 잡혀 있지요.
다행히도 영화는 스쳐 지나듯
알리의 아버지가 신발을 사오는 걸 보여주지만
이제 신발은 더 이상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1등 하고픈 욕구를 담은 우리들을 보게 하지요.
왜 제목이 천국의 아이들인가요.
그 천국에선 1등이나 3등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은 아닐까요.
그저 운동화에 관심 있는 두 아이가 있을 뿐이지요...

원래 12시 자는데 졸리는 게 신기하다는 경이입니다.
이곳의 밤은 그렇습니다.
우리 몸의 자연적인 흐름이 그런 것일 겝니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는 지윤이는
벌써 하루가 또 성큼 간 게 아쉽습니다.
교무실에서 하루를 정리하는 한데모임을 끝내고
달골로 스며들 들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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