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17.나무날. 더위

조회 수 1267 추천 수 0 2008.07.27 22:24:00

2008. 7.17.나무날. 더위


흙작업이란 게 지난한 작업입디다.
다들 그렇게 짓는 건지,
잘은 모르겠는 ‘코브’라는 공법으로 열심히 쌓아올리고 있는데
더딥니다.
게다 자원봉사자들과 오는 시기가 좀 맞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이곳 식구들처럼 머물고 있는 sbs 촬영팀에서
돕겠다고 팔을 걷어붙였지요.
김정훈샘만 카메라를 들고서 하다를 좇고
나머지 조연출 형근샘과 세영샘은 흙벽에 붙었네요.
아침 먹고 시작해서 늦은 저녁을 먹을 때까지 계속한 작업입니다.
“저엉말 쉬지도 않고 하데.”
그러게요, 뭘 해도 할 사람들이다 싶데요.
연출가, 그거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 싶습디다.
무얼 하더라도 성실한 건 훌륭한 바탕이 되지요.

재봉틀을 붙잡습니다.
이 곳 저 곳 바느질이 필요한 구석들이 있지요.
오늘 아니면 계자에 필요한 바느질을 할 시간을
못 뺄 겁니다.
끈이 떨어진 앞치마, 헐러덩거리는 커텐...
아이도 곁에서 바느질을 합니다.
기계가 아니라 손을 필요로 하는 곳들이 또 있지요.
하다는 지난 밤 만든 생강꽃차를 집어넣어
자기 방을 지키는 인형의 베개를 만든다던가요,
꽃향주머니를 만든다던가요...

“엄마, 우리 방학 하면 안돼?”
“그래, 하자!”
무에 어렵겠습니까.
그렇게 하면 됩니다.
7월 첫 주였더랬지요.
그런데 뭔가 또 아쉬움 있지요.
해서 방학하는 날 잔치를 오늘 합니다.
시루떡 찌고 삼잎국화 얹어
양강 종훈네서 온 자두알 놓고
소박한 우리들의 밥상처럼 삶처럼
그런 작은 잔치를 하지요.
잠시 아이랑 우리들이 보낼 여름 한 철을
계획해보는 시간이었네요.
그렇게 잠깐 아이랑 눈 마주치며 도란거리며
여름 한낮은 즐겼습니다.

힘이 좀 부칩니다.
식구들이 죄 그렇습니다.
계자 앞두고 외려 다른 일들이 마무리 되고
이제 서서히 교무실로 모든 에너지가 와야는데,
온통 흙집에 매달려있으니 참 기가 막힙니다.
이럴 때 자칫 일을 주도한 이에게 화가 일 수도 있지요.
그러나 어쩝니까,
가장 안타까운 이는 자신일 겝니다.
목수샘 속이 지금 어떠려나요.
자, 아이들이 쓸 샤워실과 작은 화장실이 안 된다면 어째얄까,
데굴데굴 생각을 굴려보지요.
그럴 수도 있을 테니까요.
어찌되었던 물꼬는 닥친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것들을 만들어내는
구력을 가지고 있지요.
작은 모험과 실험과 즐거움이 될 수도 있을 겝니다.
일단 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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