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23.물날. 비

조회 수 1387 추천 수 0 2008.07.30 14:31:00
2008. 7.23.물날. 비


아이가 장화를 갈아 신고 장갑을 끼고 있었습니다.
일을 시작하는 준비이지요.
어디 일 나가는 모양입니다.
손수레와 삽을 들고 갑니다.
가마솥방을 나와 마당을 가로지르며 힐긋 보니
흙더미에 가서 흙을 퍼담고 있었습니다.
“해바라기가 뿌리가 드러나기 시작해서...”
거기 흙을 돋워주고 있었던 겁니다.
자기 일이 되면 일이 눈에 보이는 게지요.

건설노조파업이 조건부로 한두 가지 풀린 게 있는데,
개인 사업장에는 굴삭기가 갈수 있도록 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밀려 있었던 일거리가 이 산골까지 손이 닿자면
또 시간이 걸리겠지요.
굴삭기를 찾습니다.
면 산업과에까지 도움을 청하지요.
마침 이웃마을 물한2리 손현권님이 소식 듣고 들리셨지요.
스물 가까이 되는 상촌면의 이장님들 가운데
젤 젊으신 분입니다.
들어와서 농사만으로 먹고 사는 게 해결되지 않아
배우도 않은 굴삭기 일단 사다 놓고 움직이며 익혔다십니다.
그러면서 마을 대소사도 잘 보기로 알려져 있는데,
얼마 전엔 군의 살기좋은마을만들기 지원 사업에 1등을 하여
현재 토담도 쌓고 대나무숲도 정비하고 있다지요.
청정지역 물한계곡의 이미지를 내세워
가재가 사는 도랑도 만들고 돌다리도 만들고
전통적이고 지역적인 방식으로 이곳을 잘 가꾸어야 한다 역설하셨습니다.
농산물은 개별생산하더라도
함께 파는 판매공동체를 만들 구상도 하고 계셨지요,
이미 괴산이나 여러 곳에서 하고 있는 것처럼.
그런 젊은 이장님이 우리 마을에도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아, 일요, 낼 반나절 해줄 수 있으시답니다.
웃돈을 줘도 기계가 없다는 요즘인데,
얼마나 고마운지...

황토샘 목수샘은 언제부터 약속했던
다른 곳의 자원봉사를 겨우 이제야 짬을 내 다녀옵니다.
우리에게 손발을 보태오던 분들에게
우리 역시 무언가를 해줄 수 있음 얼마나 좋을지요.
품앗이 말입니다.
생태건축 하는 이들 가운데는 그렇게 서로 집을 짓는 이들이 많데요.
아름다운 일이겠습니다.
오는 길, 황토샘의 친구분 경선샘도 들어와
한 사흘 손발 보태신다데요.

그 사이 학교에 남아있던 남자 어른 셋,
젊은할아버지 큰할아버지(잠시 머무시는), 송찬웅(자원봉사자)샘은
풀과 씨름하고 계셨지요,
매고 베고 긁고 자르고...
찬웅샘은 흙집 공사가 하루 쉬게 되어 당신도 그리 쉬기로 했건만
(이곳에 와서 이 좋은 풍광을 고개 들어 볼 날이 있어야지요)
손을 또 보태셨습니다.
마당이 조금씩 훤해졌지요.
이제, 좀, 풀이 잡혀갑니다.

영동 읍내 한 곳에 맡겨진 선물을 찾아옵니다.
지난 봄 이사를 간 박진숙엄마가
손으로 만든 비누와 쪽으로 염색한 티셔츠,
그리고 계자에서 요긴한 꿀을 보내오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아이가 잘 지내는 것 보니까,
그동안 물꼬에서 잘 배웠구나 싶더라구요.”
같은 현상에 대해 내 아이 잘 나서 그렇다고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이리 말씀해주시는 분도 계십니다.
곁에서 배울 게 많았는데
그네의 이사가 두고 두고 아쉽습니다.
늘 고마웠고, 생각키며 또 고마운 연입니다.

저녁, 생명평화모임 있었습니다.
삼막리에서 농사짓는 정봉수샘 오랜만에 나오셔서
2500여 평에 심는 들깨 콩 깨 고구마 가죽나무 소식을 전했지요.
“감자 심고 들깨 심어도 되는데...”
그래요, 그래요, 감자 파내고 들깨 뿌리면 되지요.
농작물 자라는 시기에 밝지 못해
이런 것도 누가 흘려주어야 겨우 귀에 들고는 합니다.
더운데 풀과 싸우는 거야 너나 없는 사정입니다.
사는 이야기를 나누기로 한 자리이니
관심들이 나오지요.
“사유화가 진행될수록 환경보전은 잘 된다...”
일면 맞고 일면 틀린 말이기도 하겠습니다.
양문규님도 오랜만에 등장했네요.
영국사 아래 거처를 마련하여 망초대 뽑고
“매일 은행나무 바라보고 살 수 있다는 게,
그 곁에서 숨을 쉬고 걸을 수 있다는 게 행복합니다...”
세월 좋은 얘기라고 툭툭 던지지만
다들 세월 좋은 사람들이지요.
자기로부터 시작된 평화를 나누려는 이들이니까요.
채식협회 손석구님은 환경영화제를 하고 있는 소식을 전했고
마고농장은 포도 순 자르고 여러 모임 좇아다니는 일에 즐거워라하십니다.
“브라운가스라고 있는데...”
역시 에너지 문제에도 관심 많은 모임 식구들이지요.
무엇이나 거의 완전연소가 된다는 화목보일러에 대해
모두 또 반갑지요.
과학공부가 한창이더니 이야기는 어느새
살기가 어려운 모양이라고 이구동성입니다.
정권이 바뀌고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그거다 싶습니다.
“사람도 쇠로 안 되기 다행이여...”
대문도 뜯어가고 전선도 잘라가고들 있다합니다.
“낭비구조가 말도 못해...”
이 시대가 돌아가는 구조에 말문이 막히기도 하지요.
엄청나게 쌓인 무가지를 하나 집어 지하철에 올라
다 읽은 뒤 선반에 올려놓으면
놓기 무섭게 금새 가져가고 그건 다시 폐지공장으로 직송하고...
그러니 인쇄 하자마자 겨우 한둘 읽고 종이분쇄기에 다시 들어가는 겁니다.촛불집회 근황도 전해집니다.
촛불로 밝힌 밤이 정말 우리 삶에 어떤 변화로 오기는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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