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6.불날. 맑음

조회 수 1541 추천 수 0 2008.05.20 09:19:00

2008. 5. 6.불날. 맑음


내리 두 주를 많은 손님을 치렀습니다.
사람들을 보내놓고 까부룩거렸지요, 자다 깨다...
기락샘은 서울로 다시 가고
종대샘은 쉬다 인술아저씨네 새 논 로터리를 쳐주고
그리고 박경리 선생님 떠나셨단 소식을 듣습니다.
어제였지요.
지난 학기 무슨 바람에 열심히 토지를 챙겨 읽게 되더니...

날이 가고 또 날이 옵니다.
해가 지고 다시 뜨고 새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재봉질을 합니다.
한 대학의 유아교육과에서 인형극을 하는데
다른 의상이야 기성복을 쓴다지만
한복이 문제라 합니다.
인형을 쓰고 등장하는 옛 얘기 속의 할머니와 손주와 손녀,
그리고 나무에 오른 오뉘가 될 인형이 입을 한복을 만들어주게 되었습니다.
안 해봤던 일은 겁이 먼저 납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해보는 거지요, 하는 데까지.
한복 치수를 재던 옛적 기억들을 더듬어 봅니다.
일머리가 도대체 잡히지를 않고
쳐다보고 고민하고 궁리하다 밤이 샐 지경이랍니다.

영화 한 편 봅니다, <행복>.
산골에서 맨날 노는 것까지 다 할라니까 바쁜 겁니다요.
허진호 감독이 맞을 거다,
네, 맞습니다.
삶과 죽음의 일상성(?)을 보여주던 <8월의 크리스마스>,
‘사랑은 변하는 거’라는 이와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라고 묻던 이의 <봄날은 간다>,
그리고 이제 ‘행복’을 묻는 일이 역시 일상 안에서 자연스레 펼쳐집니다.
서울에서 클럽을 운영하며 자유분방하게 살던, 간경병을 앓는 영수와
8년째 요양원에 살며 스텝으로 일하고 있는, 중증 폐질환 환자 은희가
시골 요양원에서 만나고, 연애하고, 함께 살지요.
그런데 ‘왜 그런지 가슴이 두근거려요 그대만 보면 그대만 보면~’
그렇게 시작했던 사랑이 시간 속에 낡아갑니다.
‘사랑, 그 잔인한 행복’이라는 카피처럼
변치 않겠다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 되고...

영수: 야, 요즘 노후자금이 얼마 드는지 알아?
사억 칠천이래, 사억 칠천!
은희: 그렇게 많이 왜 필요해?
우리처럼 살면 큰 돈 없이도 살 수 있는데...
영수: 그게 그렇지가 않지. 앞날은 어떡하고, 젊었을 때 뭔가 대비해야지
은희: 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앞날을 지금부터 걱정해?
오늘 하루 잘 살면 그걸로 됐지. 그리고 내일 또 잘 살고.
그렇게 살면 된다고 생각해 나는
영수: 야, 네 생각처럼 그렇게 세상이 단순한 줄 알어?
지금 좋다고 나중까지 좋으란 법 있어?
...
영수: 너, 밥 천천히 먹는 거 지겹지 않니?
나 지겨운데...

노후자금...
끊임없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키며 돌아가는 세상에서
여린 연인들은 젖은 어린 새들 같습니다.
세상은 그렇게 우리 자유의 발목을 잡고,
영혼을 옭아매고...

하루를 열심히 살고, 다음날이 오면 또 열심히 살고...
그리고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가 흐릅니다.
“장막을 걷어라 너의 좁은 눈으로 이 세상을 떠보자...”
장막을 걷으라네요.
그러면 행복의 나라에 이른답니다.

영수랑 한 방을 썼던, 먼저 세상 떠난 아저씨가 남긴 쪽지도
영화가 끝난 한참 뒤까지 일렁이네요.
“너는 잘 살아라... 나는 잘 죽는다... 라디오는 선물이다, 비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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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5. 6. 불날. 맑음

오늘 오전 ‘스스로공부’시간 때 자동차의 기준과 엔진 등을 공부했다. 컴퓨터로 그걸 15분 정도 찾고 30~50분 정도 그걸 옮기고 그 다음 그걸 생각하고 이해하기도 했다. 지금은 8~13개 분야를 공부하고 있고 2달 1주째다.(9주이다) 이제는 뭘 해야 될지 감도 안 잡힌다.
그리고 셈놀이 때는 하루만에 ‘삼각형’을 끝내고 ‘시간’과 ‘무게’를 하는 중이다. 나는 언제나는 아니지만 수학(셈놀이)이 너무나 재밌다.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수학문제를 잘 맞추기 때문이다. 오늘도 재밌는 하루였다.

* 일 시간에 아욱 쑥갓 상추 솎음

(4년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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