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1. 해날. 맑음

조회 수 1302 추천 수 0 2008.06.09 13:42:00

2008. 6. 1. 해날. 맑음


논두렁을 밟으며 이른 아침을 시작합니다.
주인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벼이지요.
아이를 뒤에 붙이고 가만가만 영성의 노래들을 부릅니다.
“논두렁에 콩 심어요.”
땅이 귀하던 시절 논두렁에 그렇게 콩을 길렀더랬습니다.
이제는 풀만 자라는 논밭이 천지이지요.
땅 주인은 대처에 살고
정작 농사를 짓겠다는 이는 땅을 구하기 어려운 기막힌 현실입니다.

포도밭에도 들었습니다.
아이가 병원에 있는 동안 젊은 할아버지는 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또 남새밭이며 벌려놓은 밭농사를 돌보느라
오르지 못하고 계셨더랬습니다.
풀이 무성도 하였지요.
포도꽃이 폈습니다, 예년보다 늦었습니다.
서송원은 지난 번 추웠던 며칠
서리를 다 맞았다 했습니다.
“그냥 자버렸어.”
마고농원 형님들은 그나마 4분의 1밖에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데도
너무 허망하여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더랍니다.
달골은 이 골짝 평지보다 훨 높은 곳이지요.
더디게 물올랐으니 얼어 죽은 건 없어 다행이지만
또 금새 올라간 기온에 잘 자라는 줄지...
게다가 올해는 달골이 많이 가뭅니다.
질퍽했던 달골 콩밭도 바싹 말랐지요.
물이 안 빠져 문제이더니
이제 너무 빠져 문제인가 봅니다.
포도밭도 말랐습니다.
가물기는 가문 땐갑습니다,
십년이 다 되어가는 포도나무는 이제 경사 아래쪽부터 시들하기도 하고.
“우리 잘 먹고, 즙 좀 내고 그러지 뭐.”
올해 판매용은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
밖에서 유기농 포도즙을 짜는 곳에 50콘티나 맡겼던 예년 같을 수는 없어도
우리 즙 짜는 기계를 돌려 얼마쯤을 낼 수 있지는 않을지요.
역시 농사는 퍽이나 서툰 우리들입니다.

오후엔 쓰레기 분리를 합니다.
어떤 공간을 짐작하게 하는 거울 아니냐,
그리 주장하던 식구도 있었지요.
페트는 페트끼리, 딱딱한 플라스틱은 딱딱한 플라스틱대로,
얇은 플라스틱은 얇은 플라스틱자루에, 철은 철끼리,
태울 것은 태울 것끼리, 스티로폼은 스티로폼대로,
종이는 종이끼리, 다시 쓸 수 있는 것은 창고로,
그리고 비로소 그 밖에 것들이 쓰레기봉투에 들어가는 거지요.
이렇게 잘 분리하면 쓰레기봉투를 쓰는 것도 줍니다.
사고 때 깨졌던 유리가 든 종이자루가 나타나기 전엔
아이도 같이 거들었지요.
아마도 후유증이 오래일 듯싶습니다.

낮에 또 한바탕 물소동입니다.
논에 물이 영 시원찮게 든다네요.
맨 아랫다랑이가 또 바닥이 보일락말락 합니다.
아무래도 같이 내다 봐얄 것 같습니다.
아이도 덩달아 좇아나가지요.
물 흡입구가 문제입니다.
그걸 다시 이리 저리 맞춰봅니다.
논일을 맡겠다던 종대샘이
물꼬생태화장실을 시작하기 전 마지막 집짓기를 끝내고 올 때까정은
다른 식구들이 이리 돌보고 있어얄 테지요.

해거름엔 감자밭을 맵니다.
뻐꾸기 길게 울었습니다.
훤해진 밭은 웃는 아이 같습니다.
이렇게 일할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아, 논두렁 한 분이 생일이라고
식구들을 김천까지 실어가서 저녁을 잘 멕여주고 갔습니다.
말이 생일이라지만 배려이고 격려인 게지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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