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5.나무날. 비 부슬거리는 아침

조회 수 1109 추천 수 0 2008.06.23 16:03:00

2008. 6. 5.나무날. 비 부슬거리는 아침


영동 읍내의 한 유치원을 방문하고 돌아왔습니다.
순전히 처리해야할 숙제 때문이었는데,
몬테소리 교육을 하고 있어 언제 가봤음 하기도 했던 곳이지요.
지난 학기 몬테소리교육을 16주 48시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정적인 활동이 많은 물꼬랑도 잘 견주어 보게 되었더랬지요.
그 현장을 보는 자리여서 더욱 의미 깊었습니다.
또, 한 공간에 대한 인상을 단 한 사람을 통해서도 흔히 갖지 않던가요,
한 선생님의 친절은 퍽이나 고마웠지요.
방문기를 쓰고 혹 옳지 않은 게 있는가 살펴달라는 부탁에
그리고 덧붙여 달란 부탁에도 흔쾌해 하셨습니다.
무슨 교육이란 이름자보다 더 소중한 건
이런 친절이 아닌가 싶더이다.

같이 강의를 듣고 있는 한 친구랑 저녁에 밥을 먹었습니다.
이러저러 사는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오지요.
교수가 학생과 감정다툼을 하고 있는 걸 보기가 힘이 든답니다.
교수가 한 학생과 불편해해서
그 학생과 가까이 지내기가 힘이 든다는 고백도 합니다.
아니 정확하게 옮기면, 자신은 상관없으나 다른 학생들은 그렇지 않겠냐 했습니다
(어디라고 사람 사는 일이 다를까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 사연이야 다 알 길이 없지요,
과묵한 친구이고 생각도 깊으며 착한 친구라
남의 얘기를 또 막 할 사람은 아니니.
그런데 그렇게 하고 있는 교수도 안타깝고
다툰다고 하는 학생도 안타깝데요.
어디나 소통이 문제이고 관계가 문제입니다.
학생 쪽으로서는
그래도 학생이 접어야지(도리로도 그렇고 별 수 없어서도 그렇고) 싶었고,
선생 쪽으로는
그래도 어른인데 너그러워야지 않을까 싶습디다.
그러다 아니 되면
교수는 교수 자리를 걸고 학생은 학생 자리를 걸고
서로 공개적으로라도 시시비비를 따져 정리를 하던지 해야지,
그런 생각이 다 듭디다.
(사실 그건 서로 죽자고 하는 일이겠는데,
정히 길이 없다면 또 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하도 답답해서 하는 소리에 불과합니다.)
군자의 도는 다투지 않는데 있다 하였으나
우린 군자가 아닌께로, 군자이지 못한께로.
좋아하는 친구가 영 얼굴이 안돼서 안타까웠습니다.
꼭 그 일만이 그 친구를 어렵게 하는 건 아닐 테지만,
이 시대를 건너가는 누구나가 힘이 들지요,
그래도 주위의 평화가 그 친구를 도울 텐데...
사는 일이 서로 좀 보탬도 되고 그러면 좋으련만,
한창 공부에 집중해도 모자랄 시간들에 마음이 마냥 무거운 그에게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미안했지요.
뭐, 저마다의 몫이겠습니다.

읍내에서 돌아오는 길에 옹기공방에 들립니다.
물을 정수해서 쓸 옹기 하나 구할까 하지요.
비가 굵어지고 있었습니다.
물꼬의 여러 샘들한테 도예를 가르쳐주었던 분입니다.
그 사이 그는 흙집을 한 채 늘였고 버섯동을 세웠으며
배나무와 사과나무를 너른 밭에 심어두고 있었고
오랫동안 묵어 풀 무성하던 밭을 다 일구어 고추를 심고
그리고 여전히 옹기를 굽고 있었습니다.
참 존경스럽습니다.
어떤 사람을 존경한다는 건 그의 전부에 대해 그렇기도 하겠으나
그의 어떤 부분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요.
모든 면에서 다 그러하길 기대하는 건 분명 지나친 욕심입니다.
몸을 써서 사는 일에 대해 그를 만나면 자극이 됩니다.
많은 존재들이 그러하지만,
가까이 알고 지내서 퍽 고마운 사람입니다.
외지에서 들어와 뿌리를 잘 내리고
이제 영동 사람이 다 되어 영동의 물밑에서 일어나는 소식들도 전해주지요.
아이들이랑 작업할 흙도 사고
마침 간 길에 흙도 좀 만지다 돌아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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