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9.달날. 맑음

조회 수 1247 추천 수 0 2008.07.02 23:54:00

2008. 6. 9.달날. 맑음


또래 아이를 키우는 이로부터 선물이 왔습니다.
아이 다쳤다는 소식이야 얼핏 들었는데
그리 크게 다친 줄 몰랐다며
그런 줄 알았으면 지난 번 대전 걸음에 들릴 걸,
그래서 아이 책을 사다가 생각나 같이 샀다고
책들을 보내왔지요.
고맙습니다.
방학이면 아이가 예서 지내고,
서로 서로 자식들을 그리 살펴주는 것,
참 고마울 일입니다.
어쩔 땐 세상이랑 아주 먼 곳이기도 한 이 산골 구석에서도
외롭지 않게 아이를 키워낼 수 있는 것도
그런 나눔들이겠습니다.
오는 아이들 하나 하나, 더 잘 섬겨야지 하지요.

이태째 부엌살림을 맡은 이가 따로 없는 공동체살이입니다.
그렇다네요,
부부가 열흘 할 일을
놉(품, 일꾼) 열을 부르면 하루에 하지 않느냐 남편이 제안하면
그래도 내가 열흘 하는 게 낫다,
놉들 밥해 주는 일이 젤 치사하다 아내가 그런다지요.
놉을 다섯 부르며 하나는 돈을 더 얹어 부엌일을 부탁해도
하지 않겠다는 이들이 더 많다 합니다.
가까운 마을의 몇 아줌마들로부터 들은 얘기이지요.
여자가 여자 밥해주는 걸 젤 싫어한다네요.
정말 그럴까요?
모를 일입니다.
여튼 공간들마다 부엌일이 만만찮고
공동체의 균열도
바로 부엌일을 맡은 여자들로부터 나오더라는 속설까지 생긴 걸 보면
아주 없는 일은 아니겠습니다.
그래서 때론 부엌일을 권력으로 휘두르는 이도 있고,
남들과 같이 움직이지 못한 소외감으로 힘이 빠지는 이도 있고,
자기 가치가 자꾸만 폄하된다고 느끼기도 하고...
물꼬도 어쩜 예외가 아니었을지 모릅니다.
어쩌면 저도 그런 것 잘 모른다 하지만,
노는 것도 아니면서(심지어 밤을 새며 일해도) 얻어먹는(?) 밥이
편치 않았던 모양입니다.
내 손으로 밥해먹는 일이 얼마나 신간 편한가를 경험한 두 해였으니까요.

어쨌든 올해도 계자를 합니다.
평소에야 식구 많지 않으니 그리 일도 아닙니다만
계자에는 부엌일에 사람이 필요하고,
여태는 자원봉사로 잘 꾸려왔지요.
적어도 돈의 구조에서 하지 않으려는 원칙을 잘 지켜왔던 셈입니다.
계자를 꾸려가는 어른들만큼은
어떻게든 돈이 움직임의 원천이어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이제껏 그렇게 해왔지만,
방법이 없으면 할 수 없지요.
이제는 정말 돈으로 사람을 써야 하는 것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분이 선뜻 마음과 몸을 내셨습니다.
목수샘이랑 같이 한옥을 지으며 만난 연으로
서울에서 오랫동안 레스토랑을 하셨던 분인데
올 여름 한 번 해보겠다시네요.
“요리는 하지만 일상적인 반찬은...”
그래도 하던 가락이 있잖겠는지요.
늘 하늘이 도우는 물꼬입니다.
길이 없다 싶을 때 용케 길을 내주는 하늘입니다.
“두드리면 열린다고
더도 덜도 말고 하늘만 감동시키라 했는데
하늘이 감동했던 모양 짝짝”
부엌일을 같이 고민해주던 마고농원의 아선샘이
소식 듣고 문자를 그리 날려주셨답니다.

표구를 맡기고 왔습니다.
수련장에 는 태극기와 훈,
그리고 직지성보박물관의 흥선스님이 직접 떠서 주신 탁본과
구들연구소 무운샘이 그려주신 달마도입니다.
귀한 것들을 한 귀퉁이 말아두었다가
이제야 빛을 넣습니다.
걸어두면
아침수련도 더 열심히 할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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