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22.해날. 비 잠시 개다

조회 수 1540 추천 수 0 2008.07.06 17:15:00

2008. 6.22.해날. 비 잠시 개다


버섯이 막 나옵니다,
정말 막 나옵니다.
작년에는 첫 해이기도 했고
막 쏟아져 나오는 걸 어찌 할 바를 몰라
쌓아 썩힌 것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지요.
선물도 보내는 과정도 물이 안 닿게 비닐로 잘 처리하지 못하고
나오는 대로 서둘러 종이상자에만 우르르 담아 보냈는데,
장마철이라 비 스며 버린 댁도 더러 있었더랍니다.
태양에 말리면 벌레가 생기는데
그건 또 어떻게 해야 하나,
그렇다고 건조기를 빌려 하자니 가외비용도 비용이고,
일일이 신청을 받아 팔자니 그럴 손도 모자라고,
그러다 또 우리들의 행복한 이웃 인술이아저씨를 불렀지요.
마침 논에 나와 있던 참이라 달려와 주셨습니다.
버섯을 어찌 선별하는지,
그리고 경매장 내는 방법도 일러주시고...
버섯은 다 유기농인 줄 알았더니
종균을 넣은 뒤 약을 친다는 사실도 알게 되고,
버섯농사가 돈으로 환원되는 과정도 듣게 되었지요.
어쨌든 시험 삼아 우리도 공판장을 이용해서 팔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일반버섯으로 취급될 테지만.
“우리는 버섯 나올 때 잠도 못 자.
그때는 하루 네 번이나 따 낸다고.
그래도 2~3일만 고생하면 괜찮아, 끝나.”
자상하게 이것 저것 일러주시는 아저씨이지요.
오늘 딴 것들이 퍼지지 않도록 냉장고에 넣고
낼 이른 아침에도 따서 관씩 상자를 만들어 나가보려지요.

기락샘은 하다랑 씨름장 풀을 맸습니다.
마당 다른 켠 풀 무성해도
애들 노닥거리는 공간만큼은 환하게 해주고 싶었지요.
고무바퀴들을 따라 풀 다 매놓고
바깥둘레도 손을 좀 보고 있었습니다.
웬만한 어른보다 일을 잘 하는 아이입니다.
마침 아이 둘을 앞세운 방문객들이 있었지요.
이곳에 별장을 가지고 있는데
한동안 여기 머물며 이 학교 다니며 안 되느냐 합니다.
“그건 어렵구요...”
아이는 저 알아서 손님을 치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온 걸음에 모래사장에서 잘 놀다 갔지요.

종대샘은 오후부터 홈페이지를 쥐고 있습니다.
올 여름 일정부터 계자 신청을 홈페이지에서 받기로 했습니다.
주로 전화로 이루어졌던 일이지요.
그러니 계자신청 화면을 만들고 있는 거지요.
십오 년을 넘게 시스템컨설팅 일을 하였다지만
손을 놓은 지 오래여 시간이 꽤 걸릴지도 모르겠다 합니다.
“그러면 시작을 서둘렀어야지...”
워낙 거구라 동력장치를 돌리는데 시간이 늘 걸리는 그이지요.
지금 밤을 새고 있는데,
낼 아침 9시에 무사히 신청란 문을 열려는지...

오늘은 정말 해먹자고 몰아놓은 것들 하나씩 해 먹었습니다.
식구들 들먹이는 것마다 6월 20일 지나 먹자고
미루었던 것들입니다.
점심에 야채핏자를 굽고 저녁에 해물스파게티를 했지요.
아이의 기록장에서는 또 어떤 요리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라나요...

여름 일정을 앞두고 이것저것 일 할 목록을 만들고 있는데,
아이가 다가왔습니다.
“엄마, 이제 웬만큼 다녔으니까 그만 하는 건 어때?
사실 ‘학교’에 엄마가 원하는 게 있지도 않잖아.”
“음... 그렇지, 대학이란 곳에 그리 큰 기대를 하지는 않지.”
“그리고 너무 바쁘잖아, 너무 여유가 없어.”
세 학기를 바깥에 나가 강의를 들었던 걸 두고 하는 말입니다.
맞습니다.
무슨 자격증을 얻겠다고 하는 일도 아니고
딱히 어떤 끝을 목표로 하는 것도 아니니...
맞아요, 뭘 그렇게 배워야 한단 말인가요.
여태도 배우고 살았는데 말입니다.
너무 많이, 가르쳐주는 것을 배워왔습니다.
그런데 생명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것들이
굳이 학습이라는 과정을 통해 익히게 되던가요.
생의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해야만 하는 결정 앞에서도 그동안의 학습에 기대려는 경향을 가지지만
결국 직관에 의존하게 되지 않던가요.
심중의 말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마지막 내부에서 들려오는 말에 따라 움직이게 되지 않던가 말입니다.
인생에서 내려야 하는 중요한 결정들은
대개 전문적인 지식과는 무관하더라는 얘길 자주 듣지요.배워야한다는 생각으로부터의 자유가창조적인 삶의 시작이라던가요.그러게요, 뭘 그렇게 더 배운단 말인가요.
“너도 필요하면 갈 거잖아... 지금 단지 좀 필요했을 뿐이야.
난 꼭 그곳에서 가르쳐주는 걸 배우려고 가는 것만은 아냐...”
머리가 굵어지니 아들까지 설득해야 하네요.
지금은 물꼬의 일상을 일정정도 벗어나
다른 어떤 것에 몰입을 해보겠다 했고(물꼬에 쓰이기도 할),
그 장을 통해 결국은 ‘스스로 배워’가는 거라고 대답을 했지만
형식 역시 그러해야 하는가(학교를 가는 형태)는 이 여름 동안의 숙제이겠습니다.
그래요, 시간적으로 허비인 측면이 없잖지요,
차를 통해 움직이는 것도 반생태적이거니와
그럴 만큼 정녕 가치로운 것인가
또 잘 짚어야겠습니다.
너무 오래, 많이 갔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 요즘이었더랍니다.
하지만 특수교육은 계속 미련이 좀 남네요.
먼저 이룩해놓은 학교의 축적물을 잘 익혀볼 필요가 있지 않을지요.
구체적으로 당장 장애아들을 만나는데
더한 지혜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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