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산골도 볕이 예사롭지 않은 하루였네.

달골 사이집 서쪽 경사지 위쪽으로 풀을 매고 작은 길을 냈다.

아침뜨樂으로 갈 때면 빙 둘러 올랐는데, 바로 갈 수 있도록.

그 사이 학교아저씨는 594 돌밭의 돌들을 끌어내고 계셨네.


전 교육장님, 그리고 같이 일하시는 분의 방문.

국수를 내다.

여기서 낸 그 많은 국수에 하나를 더한.

일찍이 이 국수를 드시고 또 한 교육장님은

가마솥방 천장을 바꿔주셨더라지.

천만 원 한다는 물꼬 국수라.

이곳에서 하염없이 잘 쓰이는 화장지를 들여놓아주시었네.


잠시 앉은 참에 장화의 목을 수선하다

(장화 목이라 쓰니 화목샘이 장씨였음을 떠올리다 하하).

목이 좁고 두께도 두꺼워 재봉질도 안 되고,

그래서 바늘로 바이어스테이프처럼 꽃무늬 천으로 목둘레 감싸 박음질.

오래 쓴 골무도 엉망이어 손가락도 불편한 속에.

그래도 뭐, 제법 곱다.

그런 작은 행위도 자신을 뿌듯하게 함.


장화를 수선하느라 달골 올라 일하겠다던 계획이 늦어지며 자연스레 목공실 들다.

대나무를 잘랐다, 두세 칸씩 자르고, 한 쪽은 땅에 박기 좋게 사선으로 뾰족하게.

아침뜨樂 옴자 테두리로 박으려 한다.

바르셀로나에서 돌아와 목공실에서 하는 첫 작업이다.

2018년 비우고 2019년 5월에 커팅기를 처음 쓰네. 설레다.

작업 2시간에 청소가 1시간. 묵은 먼지까지 털어내느라.

먼지와 땀으로 온몸이 범벅되었다.

그리고 자른 대나무를 몇 옴자에 얼마쯤 박다.

뿌듯하다.

(한 번에, 혹은 내친 김에 다 하려 들지 않는다.)

그렇게 하나씩 한발씩 아침뜨樂은 모양새를 다듬어간다.


달골 계곡에 담가둔 어항을 살피다.

물고기는 계속 감감 무소식이다.

열두 마리를 내준 버들치 마을에서

더는 물고기가 잡히지 않았다.

소문이 났거나(잡혀갔다, 위험하다) 어린 것들만 우왕좌왕 살거나,

아니면 어항을 놓은 자리가 적당치 않거나.

어항을 거둔다.

아침뜨樂 밥못에는 그렇게 열둘의 버들치만 살게 되었다.

12라는 숫자에 대해 생각한다.

달력의 열두 달, 오전 오후 12시간,

동양의 천간과 함께 간지를 이루는 12지지,

태양을 공전하는 행성이 12개,

아서 왕의 원탁의 기사 열둘,

그리스 로마신화의 올림포스 신들이 열둘이었다.

힌두교 경전 베다에 나오는 신도 열둘이라지.

메소포타미아 히타이트 왕국의 신들도 열둘,

이집트에도 열두 신이 있고,

유태인의 12지파, 예수의 열두 제자,

피아노 건반은 한 옥타브가 12개의 반음,

축구공의 (20개 흰색 정육각형에다) 12개의 검은색 정오각형,

연필 1다스는 12개,

키보드 기능 키도 F1에서 F12까지,

걸리버 여행기의 걸리버의 키가 소인국 사람의 12배라 했다.

키클롭스의 동굴에 갇혔던 오디세우스의 부하들도 열둘이었고,

오디세우스가 궁전의 들보에 매단 부역자들인 시녀들도 열둘.

그 12 숫자 버들치가 아침뜨樂 밥못에 산다니까!


저녁, 빈들모임 식구들이 들어와 왁자했다.

대처에서 돌아온 가족들이라.

밥 먹고 곡주 한 잔,

빈들모임은 그렇게 시작되었더라.

고향에 찾아든 어느 해가 긴 저녁 같은...

이번 빈들, 우린 내일 오전 큰일을 앞두고 있다.

사람이, 특히 힘 쓸 남정네 모일 때 하기로 한 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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