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29.나무날. 갬

조회 수 1267 추천 수 0 2008.06.09 13:40:00

2008. 5.29.나무날. 갬


마을로 내려오는 길이 더딘 아침입니다.
길섶 붉은 산딸기를 그냥 지나기 섭섭하지요.
“저어기, 저기.”
와글거리는 그네입니다.
정말이지 많기도 하지요.
오동통한 것들만 따도 손이 금방 찹니다.
아름다운 시절입니다.

아이가 버스타고 나왔습니다,
목발을 짚고.
산골 촌놈이 처음으로 혼자 버스를 타고 읍내로 나온 게지요.
퇴원하며 깁스를 풀고 바로 걸었는데
아무래도 무리해서 문제가 좀 생겼더랬습니다.
목발을 짚게 되었지요.
먼저 나와 있던 엄마랑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
같이 병원가고 점심 먹고
그리고 강의가 하나 있어 엄마가 수업 들어가 있는 동안
도서관에서 기다렸습니다.
지역 안에서 대학의 기능, 참 좋습니다.
그 도서관엔 얼마 전 만화방이 생겼지요.
학생들 가장 북적이는 공간이랍니다.

스필버그의 라는 영화가 있었지요.
영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신념은 선택이 아니다, 운명이다.”
그런 대사가 있었습니다.
그렇겠습니다.
그래요, 운명입니다.
그 길을 갈 수밖에 없는 운명...
지난 여름과 겨울 평마단식에서 물꼬 이야기를 한 강연에서도
결국 그런 얘기 아니었던가 싶어요,
대단한 신념으로 시작했던 일이 아니라
하다보니 신념이 되고 뭐 그랬다는,
'팔자'라고 이름했더랬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1616 2019. 9.15.해날. 맑음 / 쭈꾸미 옥영경 2019-10-28 478
1615 2019. 9.16.달날. 화창 /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백지화 옥영경 2019-10-29 806
1614 2019. 9.17.불날. 맑음 옥영경 2019-10-29 750
1613 2019. 9.18.물날. 맑음 / NVC 옥영경 2019-10-30 522
1612 2019. 9.19.나무날. 맑음 / 낭독회, 그리고 하루 옥영경 2019-10-30 477
1611 2019. 9.20.쇠날. 흐려가는 오후 / 굴착기 옥영경 2019-10-30 578
1610 2019. 9.21.흙날. 비바람 / <죽음>(열린책들, 2019) 옥영경 2019-10-31 487
1609 2019. 9.22.해날. 비바람 옥영경 2019-10-31 495
1608 2019. 9.23.달날. 갬 옥영경 2019-10-31 530
1607 2019. 9.24.불날. 맑음 옥영경 2019-10-31 514
1606 2019. 9.25.물날. 잠깐 볕 옥영경 2019-10-31 644
1605 2019. 9.26.나무날. 흐리다 살짝 해 / 아고라 잔디 옥영경 2019-10-31 506
1604 2019. 9.27.쇠날. 해 나왔다 오후 사라진 / 두 발의 총성 옥영경 2019-10-31 568
1603 9월 빈들 여는 날, 2019. 9.28.흙날. 잠깐 빗방울 댓 옥영경 2019-10-31 530
1602 9월 빈들 닫는 날, 2019. 9.29.해날. 맑은 날 옥영경 2019-10-31 535
1601 9월 빈들모임(2019. 9.28~29) 갈무리글 옥영경 2019-10-31 2079
1600 2019. 9.30.달날. 맑음 / 어머니는 남는다 옥영경 2019-11-22 450
1599 2019.10. 1.불날.흐림 옥영경 2019-11-22 468
1598 2019.10. 2.물날. 비 옥영경 2019-11-23 695
1597 2019.10. 3.나무날. 비 내리다 갬 옥영경 2019-11-23 77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