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 7. 달날. 흐림

조회 수 1184 추천 수 0 2008.04.20 08:37:00

2008. 4. 7. 달날. 흐림


아침 밥상에서 대운하건설이 화제였습니다.
“나는 경제나 그런데 관심 없거든...”
“무슨 소리야? 이건 우리의 미래야!”
자기 문제에만 관심 있는 아이를 향해
다른 아이가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문제임을 환기시킵니다.
“누나, 꽃 좋아하지?
대운하는 내가 관심 있어 하는 것들의 생존의 문제거든.”
대운하 건설이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를
아이 하나는 아주 심각하게 전합니다.
결국 대운하가 먼 얘기가 아니라
산골 사는 우리들의 삶과도 깊이 관계가 있음을 깨닫습니다.

하여 ‘우리말우리글’ 시간에도 대운하를 다루게 되었지요.
‘세금이 들지 않는다고? 민자 사업은 세금 먹는 하마다.’
‘지역개발 정말 되나? 땅 판다고 살림이 펼까?’
‘물은 흐르지 않고 고이는데 그 물은 어떻게 되는 거지?’
‘운하는 정말 안전한 수송수단일까?’
‘경운기도 경부운하보다 낫다는데 어떻게 물류혁명을 이루지?’
강은 없어지고 운하만 남는다는 한 시인의 절규도 전합니다.
그런데 이거 반대한다고, 나아가 막았다고,
정말 우리 삶이 달라질까요?
궁극적으로 돈이 휘두르는 우리 삶의 가치가 달라지지 않는데
이거 하나 막았다고 우리 삶이 정녕 달라지느냐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결국 안을 보자, 나를 보자는 도법스님의 접근방법에
귀를 기울여야한다 싶습니다.
아이들이 날마다 쓰고 있는 ‘날적이’를 토대로
맞춤법을 챙겨본 후 시간을 끝냈네요.

역사시간이 이어집니다.
역사는 흐르지요.
고조선이 멸망하고 부족국가들을 통합하며 삼국이 등장합니다.
그 형성기로 걸어 들어가
우리는 한껏 옛 삶 속을 거닐었지요.
아이들이 아주 신나하는 시간입니다.
책방에 낡았긴 했으나 역사서들이 많고 또 아이들이 즐겨 읽으니
여러 사관으로 한국고대사를 접하고 있지요.

낮에 한 교수님을 방문합니다.
아주 젊고 제도교육에 대한 긍지와 신뢰가 크며,
학교를 다니고 학교에 그대로 남아 세상으로 나오신 적이 없는 분이시지요.
나이 많이 들어서 학교를 다니는 이들과 갈등이 생기니
그들에게 피해가라데요, 다른 교수 수업을 들으라고.
저 역시 요새 그곳을 들락거리고 있는 만학도 가운데 하나라
의견을 전하러 갔던 겁니다.
“비껴가는 것이 어떻게 해결방법이겠습니까?”
계속 마주하며 개선해가기를 원한다했지요.
그럼요, 아주 얼굴 안 볼 거라면 모르지만
어떻게든 마음을 갈고 다듬고 보듬으며 한 발 한 발 걷는 거지요.
서로가 부처이겠습니다.

영동대 유교과 인형극동아리에 공연을 부탁합니다.
오는 잔칫날에 말입니다.
이미 공문은 보냈고 공연을 하기로 결정은 하였는데
실무자들과 오늘 읍내 나간 길에 마주한 거지요.
작품을 고르고,
당일 움직임을 안내해주었습니다.

바쁘네요.
포기하는 건 포기하며 나아갑니다.
지원을 해주겠다는데,
그래서 국악캠프 사업계획서를 만들어야 하는데,
도저히 서류를 안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여름 계자에 얹어 하면 될 것이고,
강사도 물꼬 그물망 안에서 충분하니 일이야 그리 번거로울 것도 아니나,
닥친 일들이 너무 많아 결국 놓기로 합니다.
못하는 건 또 못하는 거지요.

<야생초편지>의 황대권샘과 만났습니다.
국토의 중심에서 생명평화아쉬람공동체를 열 곳을 찾고 계셨고,
대해리도 물망에 올랐으나 결국 그만한 터전이 없어 안타까워하셨더랬지요.
생명평화결사의 공동체위원장으로 아쉬람 건설 의지에 박차를 가하면서
결국 다시 영광(5만여 평의 땅에서 잠시 공동체를 실험하셨던)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정하셨다 합니다.
올 해가 가기 전 영동을 떠나실 계획이시지요.
멀리 있다고 의지가 되지 않는 건 아니겠으나
좋은 도반을 다른 지역으로 떠나보내게 되어 아쉽습니다.

한밤 중 마을에 들어섰는데,
경로당 앞에서 차를 오래 멈추어야 했습니다.
개구리들이 죄 논에서 기어올라 있었지요.
날이 젖어 있으니 길에 쏟아져 나와
막 만난 세상 구경에 정신들이 없습니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끝없어
가만가만 바퀴를 굴리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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