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10.나무날. 간간이 빗방울

조회 수 1241 추천 수 0 2008.04.20 08:40:00

2008. 4.10.나무날. 간간이 빗방울


아이들이 오트밀코코넛쿠키를 구웠습니다.
일취월장입니다요.
저들 간식을 저들이 만들어 먹는 거지요.
부엌샘이 아주 훌륭한 안내자시랍니다.

그림놀이에서는 ‘다시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재활용 상자를 놓고 뒤적여가며 뭐든 만드는 거지요.
도장을 만들었다 합니다.
위에서 누르는 도장이 아니라
망치처럼 쥐고 옆으로 찍는 도장입니다.
스탬프용 커다란 도장이었지요.

오후에는 마당의 풀을 뽑는데
빗방울이 떨어졌습니다.
“국선도 좀 했어요.”
저들끼리 시간을 잘 꾸려가고 있답니다.

계자를 다녀간 경험이 있는 아이들 가운데 몇이
봄날 한 주를 예 와서 머무르는 일정을 잡아놓고 있습니다.
안내만 해놓고 아직 신청을 받는 건 아닌데,
관심이 있는 이들이 연락을 계속 해오고 있지요.
따로 어떤 프로그램을 꾸리는 게 아니라
물꼬 일상의 흐름 그대로 지내려합니다.
이 산골에서 물꼬를 매개로
서로 깊이 우정을 나누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지요.

품앗이 염수민에게서 편지가 닿았습니다.
새로 시작한 대학생활 보고서입니다.
그리 열심히 살아가는 일이 서로 도움일 테지요.
잘 살아서 고맙고,
소식 주어 고마웠습니다.

식구들이 다 교무실로 와서 일을 합니다.
잔치 통신문을 발송 작업이었지요.
언제나처럼 아이들이 단단히 한몫합니다.

내가 4~5일 전부터 사춘기라서 너무 외롭고 힘들다.
내가 많이 달라졌고 민감해져서 재밌는 일도 즐거운 일도 없었다.
; 아이들 한데모임 기록장에서.

우리가 이러저러하는 동안도
아이들이 자란답니다.

오래전 이곳에 머물다 간 이가 있습니다,
어디 한둘일까만.
그이의 생에서 가장 암울했던 시간이었고
그래서 돌아보고 싶지 않게 아파했던 시간이라 했습니다.
너무나 지쳐 이곳에 왔던 그였지요.
우연히 머잖은 곳에서 지난해에 부딪혔는데,
분명 그이가 맞는데,
외면하는 그를 굳이 아는 체 않고 1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자꾸 이러저러 마주치게 되면서
그의 마음이 혹 더 불편하지는 않을까 싶어
오늘은 불러 세우고 인사를 건넸지요.
“(아는 체 하기가)두려웠어요.
그 시간들에 대해 부끄럽고 아파서 도저히 인사를 드릴 수가 없었어요.”
“모든 건 지나가요. 시간은 힘이 세지요.
무엇보다 ‘남’들은 ‘나’한테 별 관심 없어요.
다른 사람들의 삶에 사실 별 관심이 없지요.”
그가 고맙다 했습니다.
먼저 이렇게 풀어줘서, 보듬어줘서.
저도 좋았습니다,
그의 무거운 맘을 가볍게 해줄 수 있어서.
사실 누가 해주는 게 아니라 결국 자신이 하는 거지만
그런 계기 작용을 곁에서 해줄 수는 있는 것 또한 고마울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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