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13.해날. 흐림

조회 수 1134 추천 수 0 2008.05.04 00:07:00

2008. 4.13.해날. 흐림


차로 이십여 분 걸리는 서송원에서
채민이가 동생 둘과 엄마랑 판소리를 배우러 옵니다.
배움값이 없는 상설학교이니
짓고 있는 농사거리나 나누어주십사 했지요.
마침 배를 키우는 그네의 저장고에
아직 배가 있더라나요.
노오란 콘티 가득 실어오셨습니다.
여러 날을 먹고 또 먹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태영인쇄’에 잔치초대장 원고를 보냅니다.
좀 늦었습니다.
논두렁 전영화님이 거기 계시지요.
물꼬 주소를 인쇄한 편지봉투며 서류봉투를
때마다 보내주는 분이십니다.
비 많았던 지난 가을 포도걷이에
새벽부터 도시락까지 싸와서 온 가족이 손을 보태기도 하셨더랬지요.
내일정도 디자인을 하고
건너온 원고를 교정해서 다시 보내면
모레쯤이면 인쇄가 가능하지 싶습니다.

좋은 이웃이었던 종훈네가 이사를 갔습니다.
박진숙엄마가 눈물이 글썽해서 갔습니다.
그 아이 일곱 살 때 계절학교를 처음 왔고
상설학교에서 두 해를 보냈지요.
참 많이 자랐습니다.
이제 3학년.
잔치하는 날 아침 일찍부터 와서 손을 보탠다 했고
오는 여름 계자에서도 첫 주를 손 보태기로 하셨습니다.
지난 한 해 그가 있어서 살아냈지 싶습니다.
고마움 큽니다.
두고 두고 갚을 일입니다.

경기도에 있는 한 공동체의 안주인이 몇 해 전 예 다녀가며
여러 갈등을 전해준 적이 있습니다.
가끔 구성원이 떠나기도 하는데,
스스로 한 선택인데도 그들로부터 원망을 듣는다고 했습니다.
스스로 선택해서 간 길인만큼 웃기를,
그리고 흡족해하기를 바란다 했습니다.
늘 가지 않은 길이 평탄해보이고
가지지 않은 떡이 더 맛있어 보이는 법이라던가요.
사람들이 좋은 곳을 찾아 이주를 하고는 하지요.
제발 간 길이, 혹은 이곳으로 온 길이 즐거운 여정이길,
또 손에 가진 떡의 맛을 즐기길 바랍니다.

저 역시 이웃이 떠날 때마다 바람이 있습니다.
진심으로 잘 살기를 간절히 바라지요.
그런데 사실 이건 아주 이기적인 발로입니다.
그가 잘 살아야 다른 이에 대한 적대감이 주니까요.
예를 들어 사이가 좋지 않기라도 했다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욱 큰데
그래야 ‘나’를 적대시하지 않으니까요.
사람들은 흔히 힘이 들면
미움의 대상을 찾아 그의 탓으로 돌리며 위로를 받고는 하더이다.
혹 그런 모습이 내 모습은 또 아닐까,
가만 살펴봅니다.

기락샘은 다시 서울로 돌아갑니다.
밑반찬을 해서 보내지요.
아무렴 바깥에서 사들여 먹는 것보다야 나으려니 하고
예서 먹는 것 몇 가지를 쌌지요.
지난 겨울 끝에 챙기고는 처음인가 봅니다.
바깥에서 살아야 하는 상황이 썩 마음엔 안 들지만
세상에 다양한 일들이 있을 진대
예서 다 모여 농사 바라보고 살자 할 일은 아니겠지요.
그가 잘 쓰일 곳이 또 있지 않겠는지요.
이번 학기 서울대에 강의를 나가고 있고
한편 연세대의 한 연구소에서도 일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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