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14.달날. 맑음

조회 수 1220 추천 수 0 2008.05.04 00:08:00

2008. 4.14.달날. 맑음


싸락눈 날립니다.
이십여 분이나 되었을라나요.
오고도 남지요, 아암 오고도 남을 이곳입니다.
그런데 마치 살구꽃잎처럼 날렸습니다.
이즈음 살구꽃 그리 날리는 대로 말입니다.
겨울 꼬리가 이리 길지만
봄도 없이 여름 들이닥칠 테지요.
또 얼마나 아열대기후에 가까워진 올해가 될는지요.

손풀기.
아이들이 모두 같은 사물을 향해 앉았더랬는데
이 주부터는 바꾸어봅니다.
내내 해왔던 아이는
형태가 복잡한 것을 여러 방향으로 한 주내내 그리기로 했고,
새로 시작하는 아이는
원 네모 같은 형태 잡기를 하기로 합니다.

역사.
삼국과 가야건국으로 넘어갔네요.
아이들의 역사 지식이 풍부하여
토론, 토론입니다.
국가로 발전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까닭이 무얼까,
고구려의 영토 확장을 어떻게 볼 것인가,
얘기 깁니다.
다음은 삼국시대 생활과 정치로,
그 다음 시간은 드디어 남북국시대인 통일신라와 발해로 이어질 량입니다.

인지학자 피아제의 이론에 따르면
감각운동기(0-2세)를 지난 아이는 전조작기(2-6세)에 들어선다 하지요.
그 특징 가운데 ‘자기중심적사고’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사실 뭐, 많은 어른도 흔히 가지기도 한 거지만.
예를 들어 ‘세 산 그림’이 있으면 아이는 자기가 바라보는 면만을 안다는 거지요.
한 아이에게서 그 즈음의 특징을 여럿 발견합니다.
아이들이 꽃목걸이를 만들어
타인을 위해 가져다주는 게(특히 엄마나 교사에게) 흔한 일이라면
이 아이는 자기 목에 겁니다.
다른 사람들이 아직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고
자기중심적사고가 아직 강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또 그게 다가 아니기도 하겠고.
어쨌든 잘은 모르겠으나 그가 전조작기적 사고에 머물고 있다면
혹 발달장애가 아닐까 하고 요새 집중적으로 관찰하고 있답니다.
그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
그가 필요한 건 무얼까 하고.
어쩌면 작은학교는 더 많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일찍부터도 그래서 작은학교를 지향해왔지만),
그런 생각이 잦은 요즘이네요.

트랙터를 고쳐 논과 밭 로터리를 치고,
부엌에선 날마다 다채로운 빵이며 쿠키, 요리가 나옵니다.
바깥수돗가가 몇 날 며칠을 흉물스럽던 콘크리트를 벗더니
공구리(이렇게 써야 튼튼하게 느껴지는)를 치고 큰 싱크대가 들어섰습니다.
당장 문연날잔치에서 잘 쓰이겠습니다.

뱀이 방으로 들어온 일이 있었습니다.
문을 여니 방 가운데 또아리를 틀고 있더라,
장롱 아래에서 고개를 내밀더라,
옛적 잦았던 일이지요.
집지킴이입니다.
잘 달래 보냈지요.
모야모야병을 가진 아이네가
김천에서 지나는 길에 들리기도 했습니다.
아이를 돌보느라 인터넷 화면 하나를 모르고 살았던 삶이라며
겨우 이름자만 들었노라, 이것저것 물어왔지요.
윤희중할아버지의 부음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생일상 받은 다음 날 식구들 모였을 때 세상 버리셨답니다.
물꼬가 대해리 처음 들어왔던 해
경로당회장이셨던 할아버지의 도움이 얼마나 컸던지요.
아들네들이 지어놓은 별장에 보일러를 관리하기 위해
지팡이를 짚고 달골 쪽으로 오르내리던 걸음걸이는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듯합니다.
결코 조용할 날 없는 산골이네요.

영동생명평화모임에서 들은 소식 둘이 마음에 일렁입니다.
공동체운동을 오랜 세월 했던 분이
(그 공동체를 거치며 수많은 이들이 공동체를 꿈꾸기도 했던),
이제 그 중심에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셨습니다.
그만 할 때가 되어 그만 하셨겠지만
혹여 사람 사이에서 상처가 깊지는 않았을까 괜스레 걱정이 일기도 하였지요.
여섯 해 동안 새로운 학교를 다지고 있었던 한 공간의 총회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 자리에 함께 했던 분은
이기가 서로 첨예하게 충돌하는 걸 보며 너무 힘이 들었다 합니다.
영성의 부재를 보았다시던가요.
함께 모여 살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다시 잘 짚어보게 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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