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18.쇠날. 맑음

조회 수 1401 추천 수 0 2008.05.04 00:13:00

2008. 4.18.쇠날. 맑음


버섯이 한창입니다.
이 봄에 귀하게 닿은 것들
역시 귀한 이들에게 보낼 참입니다.

표고는 넷으로 구분하지요.
육질이 두꺼우며
갓이 거의 펴지지 않고 모양이 거북등처럼 갈라진 곳으로 하얀 부분이 보이는,
바로 ‘화고(화동고라고도 하는)’를 으뜸으로 칩니다.
작년에 공동체 식구들은 그 예쁜 걸 안고 마치 갓 태어난 아이를 들여다보듯
마냥 신기하고 고와서 어쩔 줄 몰라했더랬습니다.
올해는 화고가 적네요.
다음으로 ‘동고’는 갓의 펴짐 정도가 50%이하로
반구형 갓의 끝부분이 충분히 말려 있습니다.
이 역시 육질이 두껍고
갓 표면에 균열이 조금 있으면서 주름살은 별로 없지요.
‘향고’는 반구형 혹은 타원형으로 펴짐 정도가 60%정도라 하니
동고와 향신의 중간정도 되겠습니다.
‘향신’은 아무래도 하품으로 치는데
펴짐 정도가 80% 이상일 때라지요.
많이 펴진 만큼 육질 또한 얇습니다.

아이들은 그림자극을 준비합니다.
여기서 살아가는 이야기, 그러니까 물꼬 소개쯤 되겠습니다.
아직 대본은 없지만
대충 우리들 사이에 있었던 장면 몇이 뿌리가 되겠지요.
장면 전환으로 쓸 글씨를 팝니다.
‘어느 날’ ‘또 어느 날’ ‘자꾸 어느 날’ ‘끝없이 어느 날’ ‘그리고’.

풍물, 단소, 판소리가 이어집니다.
송백윤샘이 설장구가락을 열심히 가르쳐주고 계시고
단소는, 단소는...
그러고 보면 가르치는 것과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역시 다른 문제가 맞습니다.
겨우 소리만 낼 줄 아는 제가 가르치고 있답니다.
물론 작년에 김정훈샘이 잘 가르쳐주신 결이 있어 가능한 게지요.
판소리는 채민이가 동생들과 함께 계속 수업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아, 이번에 문연날 잔치에서도 같이 무대에 서기로 했지요.

아이들과 군청으로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
생명사랑채식실천협회에서 점심밥상으로
구내식당에다 채식단을 마련하였지요.
칭하이무상사국제협회와 생명사랑채식실천협회 사람들도 만나고
또 우리 잔치하는 날 쓸 요리도 정하러 갔답니다.
아이들은 고기라고 우기고 있데요.
“그거 고기 아니거든.”
육개장처럼 맛을 낸 두계장,
그리고 돈까스 맛을 낸 채식까스와 불고기 같은 채식불고기를
우리 잔치상 중심 요리로 내기로 했답니다.
사람들이 채식요리를 만나는 계기도 되고,
거기에 스민 물꼬의 생각을 잠시 엿보는 시간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살림을 잘 살펴보는 요즘입니다.
밭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비를 맞고 있는 호미자루의 모습은
많은 공동체의 공통된 문제점의 표본이고는 하지요.
지니고 있는 살림만 잘 관리하고 써도
허투루 새는 살림을 줄일 수 있을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물꼬에 무엇이 있나를 이리저리 뒤집고 열고 꺼내고 있답니다.
금새 다할 수 있는 일은 아니겠지만
마음을 내고 또 내고 시간을 내고 또 내서 조금씩 해나가고 있고,
또 계속 이어가렵니다.
그것이 물건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이기도 할 거구요.

물꼬가 굴러가는 큰 바퀴 하나는 후원입니다.
한편 다른 곳을 후원하기도 하지요.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전쟁터에 살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부모가 없는 그리고 집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방황하는 청소년을 위해서도 조금씩 나누는 것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한 곳으로부터 ‘후원자님들께’라는 글이 도착했네요.
한 부분은 이렇게 씌어 있었습니다.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은 평화를 지닌 사람입니다.
(생략) 나를 반대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하느님이 함께 계신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그 사람 또한 하느님께서 당신에게 보내주신 사람입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가까기 다가가십시오.
그러면 당신은 강해질 것입니다.

당신이 착하기 때문에 좋은 일을 하는 것입니다.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하여 좋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착한 사람이기 때문에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나는 착한 사람이기 때문에 좋은 일을 할 수 있다...’

MBC 생방송 화제집중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인터뷰요청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학교나 공동체가 아니라 개인에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특별하게 사시잖아요.”
“요새는 이렇게 사는 사람 많아요.”
그러게요, 요새는 다들 별스럽지요, 사는 게.
그래서 외려 이 같은 삶이 흔합니다, 시골로 가는 걸음 말입니다.
자주 등장하여 환상을 키우는 거라면 문제가 있지만
한 해 한 차례는 영상매체에 담겨도 좋다는 생각을 하지요.
우리 대신 우리들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는 역할을 할 수도 있으니.
그래서 오는 문연날잔치가 중심이야기로 어떨까 제안했지요.
“팀장님과 다시 상의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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