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3.31.달날. 흐림

조회 수 1378 추천 수 0 2008.04.12 20:18:00

2008. 3.31.달날. 흐림


“알아요.”
“봤어요.”
봄이 오면 아이들 입이 바쁩니다,
봄 들 소식을 전하느라(하기야 어디 이 즈음만 그럴까요).
산마을의 봄은 부산합니다.
냉이 꽃다지 쑥들을 따라 제비꽃 피고
꽃마리 광대나물 제비꽃 별꽃 산괴불주머니 괭이눈
우르르 달려옵니다.
꽃밭은 눈에 띄게 수선화가 피어대더니
오늘은 할미꽃들이 아이들 발길을 붙들었지요.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도움꾼을 해보며,
반장 같은 거지요,
서로를 이해하는 지점이 생기고
그런 만큼 도와주는 일도 많아집니다.
처음으로 도움꾼을 맡은 막내는
도중하차하며 형에게 좀 다소곳해지기까지 했지요.
서로의 처지에 있어보는 것,
참 중요한 일이겠습니다.

시를 함께 왼 뒤
아이들에게 힐러리 루벤의 장편을 읽어주기 시작합니다.
아침마다 들려주는 동화를 선정하는데
이번 학기가 좀 늦었네요.
검은 대륙 어느 모퉁이에서 들을 달리며 살아가는 부족과
그 속의 아이들을 통해
우리들이 살고픈 모습을 그려 나가봅니다.

“얘야, 마법사가 왜 여인에게서 아이들을 다시 빼앗아 갔을까?”
“감사할 줄 몰랐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받은 것을 소중히 여길 줄 몰랐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신이 벌을 준 거예요.”

이런 대목에서 우리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저리 귀를 기울이고 있을까요?

오후에는 아이들이 풀을 매러 나갔습니다.
이 봄에는 자주 맵니다.
지난해는 웃자란 풀로 고생을 했는데,
몇 해 살아본 지혜로,
그리고 아이들의 일상 안에서
일은 이제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어 알아서들 챙기고 있습니다.
감사할 일입니다.
그리 키우고 싶었더랬습니다.

“뭐 하셔요?”
“쑥 캐지.”
마을 할머니들이 꼭 우리 논둑에 가서 쑥을 캐십니다.
무슨 이상한 농법으로 별 희한하게 농사를 짓느냐 핀잔을 하시면서도
그래도 결국 우리 논에 농약 안치는 것 아니까
거기 가서 캐고 앉아계신답니다.
물론 우리 논둑엔 제초제도 뿌리지 않았지요.
그대도 쑥 캐러 오신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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