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 1.불날. 흐린 하늘

조회 수 1227 추천 수 0 2008.04.18 09:21:00

2008. 4. 1.불날. 흐린 하늘


과정을 하나 줄이는 게 전체에서 얼마나 큰 부분인지요.
생산라인에서도 한 공정을 줄이는 작업이
엄청난 생산력 증가를 가져오지 않던가요.
오늘부터 부엌샘이 아침밥상을 차립니다.
이삿짐을 풀고 정리하고 적응하는 시간동안 제가 맡아있던 일이었지요.
아침이라 간단하긴 하나 그래도 음식냄새 배니까
밥을 먹고 바로 외출을 해야 할 때도
작업복을 입고 일을 끝낸 뒤에야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지요.
오늘부터는 미리 외출복으로 입고 가마솥방을 들어서도 됩니다,
돌아가면서 하는 주말 밥상을 빼면.
공정 하나가 준 거지요.
함께 살면서 서로 조금만 도울 수 있다면,
그리 마음을 낼 수 있다면,
삶에 대해 느끼는 힘겨움이 훨 줄 겝니다.
실제 일이 줄기도 할 거구요.

군청 산림과에서 무궁화를 헌수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그걸 또 어찌 어찌 다듬어
어디 출품을 하는 모양입니다.
결정이야 교육청에서 할 일이지요.
몇 그루 남아있지도 않답니다.
교육청에서 답사를 왔네요.

나무가 아주 많았다던 이 학교입니다.
그런데 요즘처럼 폐교가 잘 관리되던 시절이 아니어
학교 문 닫을 무렵 죄 팔거나 파 갔다지요.
어느 해 그나마 류옥하다 외가에서 실어 나른 것들로 채우기도 했고
가끔 봄날 묘목시장에 나가 나무들을 샀더랬습니다.
텅 비어있던 꽃밭과 학교 둘레가 그리 채워지게 되었지요.
나무 심는 일만큼 큰 공덕이 있으려나 싶습니다.
그 나무들 벌써 많이도 자랐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공부’를 하고 다니는 하루이지요.
오늘은 ‘기록하는 법’에 대해 잠깐 언질을 줍니다.
한 녀석은 차의 엔진, 속도, 부품위치들을 알아보고 있었고,
또 다른 이는 새 깃털을 주우러 다녔으며
또 한 친구는 꽃을 키워 볼란다고 궁리를 하고 있데요.

밥상 앞에서 식구들과 막 웃다가
프랭크 오즈의 을 떠올렸습니다.
시를 줄줄 외는 지성미와 깔끔하고 세련된 태도로
마을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는 하워드 브래킷은
그린리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고교 문학 선생이었지요.
그런데 결혼식을 하는 자리에서 게이임을 선언합니다.
모두가 떠나고
피로연을 준비했던 식당에 엄마와 친척, 이웃 여자들이 둘러앉아있습니다.
게이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내가 이해 못하는 것은
하느님도 보고 계신데 어떻게 결혼식을 싫다고 하냐,
당신 잘못이 아니다, 솔직하게 밝힌 거지,
더 늦기 전에 선수를 친 거다,..
당연히 이러쿵 저러쿵 말이 오갑니다.
그때 누군가 그러지요,
그게 어떠냐, 뭐가 두려운 거냐, 우리도 진실을 털어놓는 게 어떠냐고.
“좋아요. 제가 먼저 하죠.
제가 피로연을 위해 만든 시리얼은...”
모두 놀랍니다.
“좋아, 나도 말할게. 솔직히 말할게....”
“제 남편은...”
슬금슬금 한 사람씩 웃기 시작합니다.
“I love this.”
맞아요, 보는 저도 재밌었지요.
다들 떠난, 화려하게 장식된, 열리지도 못한 피로연 자리에 둘러앉아
오랜 세월 작은 마을에서 동거동락한 나이든 여인들이
배를 움켜쥐고 목을 한껏 젖히고 웃어댑니다.
우린 때로 그리 웃고 싶지요,
털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끙끙 싸매고 있는 것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지요.
이 영화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꼽기에 주저치 않겠습니다.
아, 이 영화는 교사로서 보아도 참 좋을 영화라는 생각도 합니다.
썩 괜찮은 교사가 거기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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