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20.물날. 맑음

조회 수 1076 추천 수 0 2008.03.08 14:16:00

2008. 2.20.물날. 맑음


새끼를 기르면
칭찬은 고사하고 남의 입에 이름자만 안 올라도 고맙습디다.
그러면서 넘의 애새끼도 조심스럽게 말하게 되지요.
돌아가신 외할머니 늘 그러셨지요,
딸 가진 사람이 화냥년 욕 못하고
아들 가진 사람이 도둑놈 욕 못하는 거라고.
품앗이 일꾼들이 겨울 계자를 보낸 뒤
평가글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형길샘 글도 닿았는데,
마을에서 사는 두 아이의 잦은 싸움에 대해
생각이 많았다데요.
무슨 생각을 했는지야 모르겠지만,
두 녀석 이름을 들으니 맘이 덜컥 합디다.
그런데 또 한편 별 일도 아니다 싶기도 하데요.
참 안 맞는 사람들이 있더란 말입니다.
그걸 궁합이라고 하는 모양이데요.
그 아이들이 다른 관계들과도 그렇냐 하면
그건 또 아니거든요.
저것들이 전생에 무엇이었나 싶을 정도로 투닥거리는 걸 보면
둘이 억시게 다르구나 싶어요.
서로 사람관계에 대해 좋은 공부 하는구나,
긍정적이기까지 할 때도 있답니다.

식구 하나가 오는 3월부터 긴 휴직에 들어가게 되면서
상주하는 어른들이 워낙에 없으니
이 참에 상설학교가 한 해를 쉬고 잘 준비해서
다음 해를 계속하면 어떻겠냐는 안도 나왔지요.
그래서 마을에서 혼자 오고 있는 종훈네와도 의논에 들어갔습니다.
홈스쿨링으로 각자 키우거나
가까운 일반학교로 보내거나
여러 방향으로 생각을 해보는데,
무엇보다 종훈이가 워낙 강력하게 물꼬에 다니겠다 주장한다나요.
종훈네는 그예 계속 보내겠다 하네요,
학교 사정이 안 되겠다 하는데도.
둘이 잘 할 거라 믿는다고 했습니다.
“옥샘이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그러고 보니 예서 가장 크게 하는 공부가
바로 그 ‘스스로’에 있겠습니다.
지난 학년도도 아이들이 그렇게 꾸려주었기에
제가 밖에 나가 공부를 하고 오는 것도 가능했더랬지요.

일산의 논두렁 한 분과 광주의 품앗이 한 샘한테 전화를 넣습니다.
새 학년도 학교 움직임에 대한 짧은 얘기를 전했지요,
밖에 살지만 공동체 식구 같은 그들인지라.
사실은
추측하고 짐작하고 궁금해 하는 게 싫어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수화기를 놓고는
괜시리 걱정을 끼친 건 또 아닌가
살풋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다 저저마다의 몫이지 하고 들었던 마음도 그리 흘러 보내버렸답니다.

기락샘은 연세대에서
계절학기 교양 강의를 하며 올 겨울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성적 때문에 곤란한 일들이 두어 차례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 과목 F 처리 되면 졸업을 못하게 되는 스물다섯 음대 친구가
찾아온 것도 성적정정기간 이후이더니
오늘은 광주에서 어머니가 전화를 해왔고,
낼은 아버지가 교수를 만나기 위해 상경하실 거라 했습니다.
성적을 고치기 위해 증빙서류 만들어서
시험답안지와 보고서, 출석부까지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문제가 아니라
그렇다고 20점 줄 게 30점 되지 않는다는 거지요.
그런데 그의 부모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분들이더랍니다.
“...갈수록 부모교육이 지위 따라 가는 구나 싶데.”
자식이 우리 사회에서 주어진 기회, 게임에서
유리한 위치를 누리도록 하기 위해 온 힘을 다 쏟아(진보적 학자들조차)

인간다운 생존을 할 기회란 게 어릴 때부터 결정 되어버리고
계급은 고스란히 세습되어진단 말이지요.
그럼 뭐 합니까,
스물다섯 나이에 제 앞가림 못하고 부모 앞세워 나오는 모양새라니...
정말 우리가 무엇을 가르치고 배워야하는지
되짚게 만드는 사건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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