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3. 7.쇠날. 맑음

조회 수 1361 추천 수 0 2008.03.23 19:09:00

2008. 3. 7.쇠날. 맑음


군청 농정과에서 사람들이 왔습니다.
과장님이며 계장님이며
이곳 사정에 대해 그리고 물꼬가 요청한 부분에 대해
의논이 오고 갔습니다.
생산자재 지원,
생태마을 사무국장 인건비,
소모임육성 건,
뭐 그런 얘기들이 있었지요.
올해야 미리 세워진 예산 안에서 하는 게 아니라서 미미할 수밖에 없다지만
이것을 기회로 지원사업을 확대해갈 수 있겠다
아주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고 계셨습니다.
고마운 일이지요.

젊은 친구들과 같이 하는 공부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 친구들이 한 교수 때문에 마음고생이 여간 크지 않지요.
“***를 계속 봐야 돼요?”
지난 학기에는 교수퇴진 움직임까지도 있더니
이번 학기도 이 노인네를 찾아와 하소연을 하고 있습니다.
학점이라든지 자신에게 닥칠 불이익을 감수할 수 없어
어쩌지도 못하고 미움과 반감은 자꾸 커나고 있었지요.
오늘은 몇을 앉혀놓고 이런 얘기를 들려주었더랬습니다.
“사실은 나이든 사람이 덩달아 편승하면 안 되지 않겠는가 싶어 말하지 않았지만
나 또한 그 교수에 대해 여러분들이랑 다르지 않았음을 고백합니다...”
내가 뭔가를 얻기 위해 찾아가야 하고 그에게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만 내 생이 비굴해져버리지 않느냐,
그래서 마음을 바꾸었노라 했습니다.
그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리 여기니 다르게 보이더라, 그가 예뿌기까지 하더라,
누군들 사람들에게 욕먹고 싶어하겠느냐,
특히 학생들한테 좋은 선생이기를 어느 누가 바라지 않겠느뇨,
그의 방식이 서툴 뿐이다,
그렇게 맘을 바꾸고 나 역시 어떤 일을 위해 며칠 전 찾아갔다가
흔쾌하게 그의 허락을 받고
기분 좋게 교수실을 나왔던 얘기였지요.
자기가 바뀌는 게 젤 쉽다는 사실,
저도 잊고 있었던 겁니다.
감정, 그것도 왜 관성이 있지 않던가요,
미우면 한정 없이 밉고
그러지 않고 싶지만 사랑하는 마음 어쩔 수 없고 하는 식의.
그 고리를 끊어주는 지혜가 필요하겠지요,
더구나 그것이 미움이라면.
미움은 미움을 받는 이보다 미워하는 자신이 더 불행한 거니까요.
아무쪼록 그들의 마음이 좋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오늘 가방 정리를 하면서
어딘가에서 옮겨 적어놓은 글귀 하나 눈에 들었네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머지않은 시간, 당신과 나의 이야기다. 시간은 가고
젊음은 진다. 보름달은 반달 되고 더운밥은 찬밥 된다. 당대를 휘두른 젊음과
권세도 우주공산의 호랑이 된다. 몽당빗자루가 된다. 귀 어둡고, 눈 어둡고,
걸음 어둡다고 마음까지 어둡진 않을 것이다. 인간의 영토를 넓힐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이다. 사랑의 기억뿐이다.

소설가 이철환님이 어느 책 모퉁이에서 그리 말하고 있었습니다.
앞글의 맥락이 어떠하였든 상관없이
울림이 오래인 글이었지요.
‘인간의 영토를 넓힐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이다...’
꼽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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