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 4.달날. 맑음

조회 수 1320 추천 수 0 2008.02.24 19:46:00

2008. 2. 4.달날. 맑음


입춘입니다.
봄 온다, 마음에 귀띔해 주는 게 이날이다 싶습니다.
마을로 들어오기는 아직 이르고 아무리 목을 빼도 뵈지 않으나
저어기 동구 밖 어데 쯤에 봄이 서성인다는 소식이
남은 겨울을 견디게 하는 게 아닌지.
‘立春大吉 建陽多慶’.
겨울 먼지를 털어내고
대문에 여덟팔자로 혹은 문설주나 마루 기둥에 입춘축을
벌써 붙인 집도 있을 겝니다.
시를 쓰기도 하셨던 외할아버지의 입축서는
참 운치가 있었더랬습니다.
'壽如山 富如海'.
산처럼 오래살고 바다처럼 부하라고 해석하면 되려나요.
할아버지 돌아가신 뒤로는
어디서도 다시 보지 못한 글귀가 되었지요.
올해는 돌탑도 쌓아주시고 반야심경도 써주셨던 이상국샘께
‘玉洞桃花萬樹春(우리 마을 복숭아꽃 가지마다 맺히리)’
이 글 한 줄 부탁드려야겠습니다.

“죙일 어디 갔었니?”
날도 찬데 아이는 산골을 휘젓고 다닙니다.
최근엔 학교 뒷마을인 댓마만 기웃거리더니
(제 깐엔 바쁘답니다.
수학공부도 좀 해야 하고 영어비디오도 봐야 하고...)
슬슬 앞동네도 궁금탄 말이지요.
그러더니 꽤 오랜 시간 얼굴을 볼 수 없데요.
“방앗간 있던 자리 있잖아요...”
한 때 쉬지 않고 돌아가던 방앗간이
문을 닫은 지 이십여 년도 더 되었지 싶은데,
그간 낡을 대로 낡아 마을 한가운데 흉물스럽게 서 있었더랬습니다.
그런데 이 겨울 건물이 헐리기 시작하더니
다음은 터가 잘 돋워져 닦여있었더란 말이지요.
거기 큰 컨테이너 하나가 오늘 들어왔답니다.
해 넘어가도록 마을로 나갈 일 한 번 없을 때가 많은 지라
늘 마을 소식은 대해리 ‘썬데이서울’인 아이로부터 먼저 듣습니다.
“350만 원에 샀대요. 서울에서 손주들이 오면 자기도 하고 그럴 거래요.
그런데...”
할머니들이 구경을 하시더니 너도 나도 사야겠다셨는데
빨간지붕 할머니도 아이를 불렀다데요.
“명함을 받았는데...”
글씨가 아주 작았겠지요.
게다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분도 많으시구요.
“전화번호를 크게 써 드리고 왔어.”
산골 마을에서 아이가 산다는 건 이런 의미겠단 생각이 들데요.
글줄이나 알게 되면
면에까지 나가서 어르신들 심부름을 다닐 수도 있겠지요.

설 장을 보러 갑니다.
우리 공동체에도 설이 왔지요.
올해는 나물도 좀 갖춰서 하고
튀김이며 전이며 생선이며 두루 음식을 좀 하려지요.
밤도 쳐서
올릴 차례상은 없지만 튀김이라도 해먹을 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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