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자 여는 날, 2008. 1. 6.해날. 맑음

조회 수 1571 추천 수 0 2008.01.10 18:05:00

123 계자 여는 날, 2008. 1. 6.해날. 맑음


“버스다!”
차 한 대 소리에도 민감한 산골,
이곳에 사는 류옥하다 선수의 고함에
우르르 아이들을 맞으러 나갔습니다.
그런데 하루 세 차례 들어오는 시내버스 소리였지요.

역에 모였던 아이들을 태우고 여행사버스가 왔습니다.
“애들이 되게 어리고, 목소리 크고, 귀엽고...”
“동생들이 더 귀엽더라구요.”
윤섭이 동생이 따라 온다 했다던가요.
제발 데리고(엄마한테) 가라고, 오지 마라고, 골치덩어리랬다나요.
하지만 예서 지내는 동안은 그리울 걸요.
“애들이 저학년 티가 팍팍 나던데...”
“샘 말씀 잘 들으라고 엄마들도 애들한테 신신당부하고...”
역에 나갔던 샘들이 풍경을 전했습니다.
이수랑 동주는 역에서 울었다지요.
어머님들이 내내 마음이 에인겠습니다.
희중샘은 영동역 맞이가 기분이 색달랐다 합니다.
그렇겠지요, 마을로 들어온 아이를 만나는 것과
처음부터 데리고 들어오는 건 무게가 다를 겝니다.
오는 동안 버스에서 곁에 앉았던
혜원 소빈 바름 승인이가 던지는 질문들을 대답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지요.
“아이 참, 올 때마다 있어.”
도연이가 수진샘한테 짜증입니다.
“그건 내가 할 소리거든.”
서로의 반가움을 그리 나누고 있었지요.
도연이는 현애샘도 반가운가 봅니다.
툭툭 치고 지나가더라나요.
그런데 옆 학교 선생님인 것을 확인한 순간
태도 확 달라졌다지요.

대문으로 정신없이 애들이 쏟아져 들어왔지요.
도현이도 있고 도원이도 있고 도연이도 있고,
세트 메뉴 같은 현조 은결 윤서가 왔고,
물꼬의 절대적 지지자 쌍둥이 성빈 현빈이가,
성큼 자란 인상파 현수가 왔습니다.
“이게 누구야, 희영이!”
멀리 인도에서 희영이도 왔습니다.
“야, 너 인도스러워졌다.”
아주 멋있는 처자가 되어 나타났지요.
“아, 우리 부산 아저씨 재용!”
식구 같은 경이도,
광주에서 또 걸음한 승인이가 바름이와 함께 왔습니다.
“여기 자주 오면 저 언니처럼 예뻐져.”
귀남이가 아주 활달해지고 정말 예뻐져서 왔지요.
지윤이와 지수는 새끼일꾼 언니들 따라서
엊저녁 미리 와 있었습니다.
그러니 와 봤던 애들이 열 넷,
그리고 새 얼굴들이지요.
전국에서 여러 계층의 아이들이
(부모가 없는 아이들에서부터 어렵게 사는 아이들이며)
마흔 모였습니다.
이 마을에 둘이 있으니
더하여 마흔 둘이 되는 건가요.

전체 일정을 안내하기 위해 아이들이 앉았는데,
작습니다.
쳐다보고 한참을 말문을 열지 못했네요.
“이것들을 데리고 무슨 얘기를 하나...”
점심 때 노는 것도 꼭 그리 작디 작게 놉니다,
‘수건돌리기’를 하고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를 하고.
혜원 소빈 서정 채민이들이
놀이기구처럼 희중샘을 타고 놀기도 하였는데,
은결이랑 경서는 또 그 애들한테
그러지 말라며 막아서기도 했지요.
자잘한 일들로 재미날 것 같은 계자입니다.
흔히 여기선 책방에서 친해지기 시작한다는데
오늘은 ‘두멧길’에서 가까워졌다지요.
눈이 있어 더 그랬을 겝니다.
지치지 않는 아이들의 눈싸움으로 말입니다.
예찬이는 샘한테 뎀비다
호되게 눈세례를 받기도 하였지요.
새끼일꾼으로 처음이어 어찌 해얄지 잘 모르겠다던 정훈형님을
애들이 새끼일꾼으로 잘 만들어주고 있었습니다.
아주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눈을 붙여주고 있었지요.

경서의 생일이라고
깜짝 잔치가 있은 저녁 밥상이었습니다.
오늘은 모두가 같이 모이는 자리가 네 차례나 있습니다.
처음 학교로 들어와서,
서로 글집을 만들며 제 소개를 하고,
한데모임을 하며 서로 말하기를 하고,
그리고 대동놀이를 하지요.
못 어울리고 혼자 있는 아이들조차
이쯤 되면 한 덩어리로 얽히게 됩니다.
“이어달리기를 하는데 그 길이가 참 길더라구요.”
한참 지났는데 아이는 저 멀리에서 아직 뛰고 있더라고
현애샘이 그랬지요.
어릴 때 많이 하는 놀이들인 ‘여우야 여우야’, ‘무궁화꽃이-’ 같은
고전적 놀이가 아주 흥미를 끕니다.
계자 첫날 감초처럼 하던 몇 전래놀이들을
최근 두어 해는 하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워낙 어려 꺼냈더니
딱 맞춤형 놀이가 되었더랍니다.

집을 떠나 묵는 첫날밤은
어린 아이들에게 성장의 한 고비가 되지요.
혜송이도 할머니가 보고픕니다.
눈물 글썽해졌지요.
“할머니 못 봐서 슬퍼?
나처럼 많이 와보면 괜찮으니까 많이 와 봐.”
현수? 네, 지난 여름 ‘한 번’ 왔더랬습니다.
“내일 해건지기 너무 하고 싶어요.”
“진짜예요?”
“빨리했으면 좋겠어요.”
여기선 밧줄 매고 우리가 해를 건지지 않으면 떠오르질 않는다 했더니
아침을 기다리느라 설렌 아이들입니다.
진지하기도 하지요.
“진짜 해야겠다!”
아무래도 낼 밧줄 매야할 모양입니다.

책을 읽어주며 아이들을 재우고
어른들이 모였습니다.
불가에서 아이들 얘기를 밤을 지새우며 주고받는 일,
언제라도 아름다운 시간입니다.
“지난 여름 물꼬 처음 왔는데 참 보람 있는 일이구나 싶었고,
아이들과 같이 있으면 나까지도 왠지 맑은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
이런 즐거움과 뿌듯함이 물꼬를 다시 찾는 까닭이 아닐까...”
새끼일꾼 아람이었지요.
“학생 때 샘들께 고생시키고...
새끼일꾼 해보니까 샘들한테 공감이 가요.
첫날인데 죽을 것 같애요.”
새끼일꾼 정훈이의 말에 어른들이 이구동성 던집니다.
“네가 얼마나 나댔는지를 알기는 아냐?”
안답니다.
“그래도 이번에 어떤 녀석도 너만큼 나대는 놈이 없다.
네 복인줄 알아라.”
우리의 정훈선수, 이틀도 안 돼 목이 쉬었더랬고,
양말 안 빨려고 그 겨울에 맨발로 이곳을 뛰어다녔더랬습니다.
그 아이가 또 이리 성큼 가서 중 3이 되고,
아이들에게 훌륭한 형님 노릇을 해주고 있답니다.
“올 때마다 점점 가벼움이 더해집니다.
물꼬에 대한 익숙함에 다시 한 번 감사한 날입니다.”
4년째의 겨울을 이곳에서 보내는,
초등학교에서 교편은 잡고 있는 현애샘은 그러데요.
자기가 사는 게 중요하지요.
그는 지금 아주 좋은 때를 보내는 듯합니다.
내 마음이 가벼우면 어데 가서도 그러하지요.
자신이 먼저 잘 살 일이겠습니다.

초등 2학년 때부터 해마다의 계절학교를 다녀갔고
새끼일꾼으로도 중고교 내내 발자국을 예 찍었던 수진샘은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에 붙어 홀가분함으로
이제 품앗이일꾼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승현샘이 입사신체검사에서 문제가 좀 생겨 걸음을 못하게 되었고,
초등학교 때 이곳에서 계자의 경험을 가진 현지샘은
처음 품앗이샘이 되는 계자인데
갑자기 위염으로 입원을 하게 되어 빠졌네요.
그래서 부엌엄마아빠가 셋,
연탄이며 아궁이며를 맡은 젊은할아버지에 샘들이 여섯,
새끼일꾼 다섯을 더해 열다섯의 어른이 같이 합니다.
참과학에선 일정 가운데 사흘을
아홉의 어른들이 같이 할 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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