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자 이튿날, 2008. 1. 7.달날. 맑음

조회 수 1710 추천 수 0 2008.01.11 12:33:00

123 계자 이튿날, 2008. 1. 7.달날. 맑음


운동장엔 사공이 많아 산으로 와버린 배가
얼마 전엔 돛까지 달아 파도를 가르며 가고,
한편 새마을호 무궁화호 기차도 다닙니다.
아이들이 손수레 하나와 리어카를 그리 끌며 놀고 있다지요.
가끔 그 사이를 자전거가 누비고,
춘향이 아니어도 추천을 타고,
더러 뛰거나 걷고,
혹여는 진돗개 장순이와 쫄랑이 곁에 모여 있습니다.

날씨가 참 희한합니다.
지난 번 계자는 큰 애들이 많다고 날이 거칠더니
이번엔 또 어린 친구들이 많으니 확 풀어졌습니다.
아침에 모여 해건지기를 할 때도
시린 기운이 덜 했지요.
곧잘들 잘 따라합니다.
고요하게 몸을 움직이는 것이며 깊이 바라보기가
나이 어린 친구들에게 만만한 일은 아닐 텐데 말입니다.

화장지를 놓고 ‘손풀기’를 한 뒤
보글보글을 합니다.
잔치 잔치 열렸네,
집집이 음식을 마련하여 잔치를 벌입니다.

경단.
동주 현빈 성빈 진호 태현 찬희 예찬이는
재료를 가져오기 전 미리 글집에 만드는 차례부터 쓰고 있데요.
찬희는 먼저 준비 끝내놓고 스스로 척척척,
지호는 말이 반,
동주는 야무지게, 조용하게 준비며 반죽이며 잘 해내고 있었습니다.
태현이는 만드는 순서를 다 써야 반죽을 할 수 있다 하니
그제야 속도를 냈지요.
성빈이랑 현빈이는
엄마랑 만드는 차례가 다르다고 설명하느라 쓰지도 못하고
나중에는 연필 찾는다고 시간 다 보내고 있었습니다.
우리 귀염둥이 예찬선수는 만들기는 젤 늦었지만
먹는 건 잘 챙겨 먹었다지요.

떡볶이.
희영 소빈 혜원 은결 윤섭 바름 경서 채민 지수가 했습니다.
양이 좀 많더라나요.
“준 거 다 넣었더니...”
어린 친구들은 달라 붙어있던 떡을 떼고
큰 애들은 야채를 썰었습니다.
손발이 잘도 맞았지요.
“지네들이 만들었다고 맛있다 하고...”

현조 윤서 수아 지유 영경 도원이는
호떡집을 열었습니다.
반죽이 좀 질어 슬그머니 싫증이 좀 났던가 봅니다.
도원이랑 도움꾼 계원샘이
옆집인 만두가게에 가버렸네요.
슬금슬금 하나둘 딴 집에 마음 팔려 있었는데,
우리의 의리파 현조가
진행하던 소연샘을 외면하지 않고 홀로 남았다지요.
“언니, 우리 계속 만들어요.
우리에겐 희망이 있잖아요.”
그 현조가 모두 같이 모여
배달돼온 음식을 먹는데 그러더랍니다.
“모두의 정성이 가득 담겨서 너무 맛있는 거 같아요.
안 그래요? 나만 그런가...”

만두.
서정 혜지 이수 재용 귀남 주원 종훈.
진행하는 아람샘 손을 부엌엄마가 보태주었지요.
이수는 만두만 있음 밥을 잘 먹을 거라데요.
서정이랑 혜지랑 귀남이는
뒷정리까지 아주 잘하고 일어섰다 합니다.

폐강의 위기에서 류옥하다 선수가 들어가고
부침개를 갔다가 마음이 바뀐 혜송이랑 현수가 오고
신청이 한 발 늦었던 선아가 들어와
우리가 수제비를 먹을 수 있었지요.
낮은 목소리의 카리스마, 선아를 누구는 이리 일컬었습니다.
야들야들한 겉보기와 다르게 껄렁껄렁한(?) 말투라나요.
혜송이는 부탁하는 걸 잘 들어주어 샘을 편하게 도왔고,
현수는 싸우다가 울었다가 웃다가를 반복하며 보냈다지요.
참말 천진난만한 그입니다.

스파게티.
진행한 정훈샘부터 부산스러웠을 텐데
정우 도현 도연이 패들이 갔으니...
그나마 경이, 가야, 승연이가 수습을 좀 했겠지요.
몰려들까봐 애들이 가장 싫어하는 피망을 앞에 붙여서
들어간 인원도 적절하였다지요.
그런데 정말 피망을 많이 넣었더니
반응이 영 신통찮았다는 후문입니다.
그런데 어른 처지에선 맛나기도 맛났는 걸요.

부침개에는 현수도 떠나고 혜송이도 떠나고
곁에 있던 재현이도 가버려
지윤이와 승인이만 남았습니다.
(재현이는 따로 신청을 하지는 않고
책방을 드나들다가 우르르 다니는 아이들 편에
먹을 것 잘 챙겨먹고 있었습니다.)
처음 해보는 희중샘도 같이 배워가며 하고 있데요.
지나던 소빈이와 혜원이가 샘한테
준비가 안 된 교사라고 한 소리 했습니다.
그런데 바느질 하나, 찌개 하나 끓이지 못하는 이가
교단에 서는 데 무슨 문제가 있던가요.
일상의 배움이 중요한 이곳에선
교사가 되는 과정에서 바로 그런 것을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교대나 사대, 혹은 제도교육의 교사들이
그래서 이곳에 오고 또 오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연수 가듯.
샘들한테도 좋은 공부의 장인 게지요.

오후는 우리 가락을 배우며 시작합니다.
“오랜만에 판소리를 했는데...”
샘들도 반가워하데요.
민요 중심으로 한동안 꾸려왔던 시간인데
오늘은 정통 판소리를 했지요.
유쾌하게도 불렀습니다.
채민이가 이름이 익다 싶더니,
아이가 인근의 초등학교 다닌다며
판소리나 풍물을 배울 수 없겠냐 문의해온 적이 있었습니다.
예서 머잖은 이웃(서송원)에 사는 친구가 와서도 좋고,
그가 또 했으면 싶던 우리 가락을 하고 있어서도 좋았지요.
나중엔 채민이를 비롯한 몇을 앉혀놓고
특별보강까지 했더랍니다.
몸으로 풍물도 익혔지요.
공연도 하였습니다.
물론, 늘처럼, 제법 꼴새를 내며들 하였지요.

참과학!
이번 계자에 스민 과학실험시간입니다.
그들 동아리 이름이기도 하지요.
오교선샘이 여섯의 자원봉사자들인
현희샘 보미샘 수정샘 수아샘 수인샘 경주샘과
색의 혼합을 알아보는 칼라합성 부채를 아이들과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많이 보고 사는 컴퓨터 화면도
결국 어떤 과정을 통해 그 색을 내게 되는가를 알았지요.
춤추는 자석팽이도 만들었습니다.
일자로, W자로, 물결무늬로,
레일을 만들어주는 대로 정말 춤을 추며 왔다 갔다 하데요.
마치며는 움직이는 종이공룡을 선물로도 받았습니다.
늘 이곳에서 하는 이곳 가치관 중심의 비중이 크다가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성이 더 강한)
다른 단체가 와서 새로운 걸 하니 그만큼 상큼하데요.
이곳에서 접하기 어려운 시간을
이리 찾아와서까지 해주니 고맙기 더욱 한없지요.
민족건축인협의회에서 왔던 재작년의 건축터 계자도 생각납디다.
물꼬가 나누려는 고유의 것들이 사라지는 대신
한편 이런 시간이 주는 장점도 있겠지요.
무엇보다 오신 샘들이 어찌나 아이들과 잘 섞이는지,
자기가 맡았던 시간 말고도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 있고,
덩어리로 오면 몰려다니기 쉬운데
제 역할을 찾아서들 하고 있데요.
“애들 뺏긴 기분이었어요.”
아이들도 잘 따라,
소연샘은 이리 시새움을 내기도 하였더랍니다.
참 탐이 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아직 남은 이틀도 좋은 시간이 되길,
그리고 오랜 연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산골의 겨울 저녁,
풍선 하나로도 잘도 놉니다.
“저학년 애들이 와서 얘기를 하는데,
별 내용도 없는 얘기잖아요,
그런데 오늘은 들어주게 되더라구요.”
아이들 얘기를 듣고 있는가 하면,
희중샘은 다른 방 하나를 차지하고
온(오온) 여자애들이랑 ‘무궁화꽃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애들이 (어제 한)대동놀이를 잘 이용하더라구요.”
꼬맹이들이라 놀이와 문화가 지난 번과 확 다르다지요.
“장순이와 잘 놀아요. 좋아하고, 수시로 만지고...”
“규칙(어머니 말씀)도 잘 지켜요.
장순이 만지고 손 씻는 것, 옷 입는 거, 일기장 챙기는 것, ...”
“공기 같은 거 안 하고 몸으로 놀아요.
몸으로 놀아주는 거 좋아하고...”
어려서 아무래도 잠이 부족해 보인다고도 합니다.
“더 잘할 수 있는 활동인데...”
움직이는 양만해도 엄청나겠지요.
일단 넓으니까요.
게다 일정도 많지요.
물꼬는 물꼬대로 며칠 묵어가는 아이들에게
어떡하든지 뭐라도 하나 더 이곳을 누리게 하고파서 말입니다.
저들 역시도 하고픈 게 많지요.
“그런데 이 아이들이란 게, 그렇다고 낮잠을 자라 해도 안 자,
저녁에 일찍 자자하면 그것도 안 해...”
뭐, 며칠 잠깐이니까 그리 대수로울 것 아니다 싶기도 하고.
몇 샘과 윤섭이며 얼마의 아이들은 어두워오는 산골동네를
한 바퀴 산책도 하고 옵니다.
아, 그리고 말 없던 재현이, 현수 덕에 입이 터였네요.
스스럼없고 맑은 현수의 입담에 말입니다.
저절로 곁에서 쿵짝이 맞아 이런 저런 얘기를 도란거리고
대답도 잘하고...
또래문화 속에서의 치유, 혹은 안정과 안도,
그런 것은 어른들이 결코 줄 수 없는 것이겠지요.

밤이 되자 우는 아이가 여럿이었지요.
승연이도 엄마 보고프다 울고
혜지가 배가 아파 울고
찬희도 체 끼가 있어 글썽이고...
정말 대신 아파줄 수도 없고 그저 안타까울 뿐,
배를 쓸어주거나 손가락을 따거나
약을 만들어 먹이거나 약을 이겨 붙입니다.
주원이도 이수도 울고,
현수도 잘 지내다 구색으로 울고,
경서도 은결이랑 싸워 울고...
아, 또 하나.
“외할머니!”
승연이와 지윤이가 ‘옥샘’ 대신 절 그리 부르기 시작했지요.
한 고아원 아이들에게
물꼬가 외가가 되어주기로 하면서 시작한 불림입니다,
특히 연고가 없는 아이들에게.
이번에 온 녀석들이 처음으로 먼저 불러주기 시작했네요.
외할미, 참 정겨운 이름자이지요.
갑자기 너그러운 사람이 된 듯했답니다.

대동놀이 하러 고래방 갔지요.
닭싸움도 하고 토끼사냥도 떠났습니다.
어느 패가 많이 잡나 내기도 했지요.
한 집에서 다섯 마리를 잡았고
다른 집에선 열다섯을 잡았는데,
글쎄 그 열 마리가 멧돼지였던 겁니다.
그래서 두 집이 비기고 말았지요.
와아, 정말 정말 잘 놀데요.
요새 애들이 놀 줄을 모른다니요,
몸을 써서 놀 줄 모른다니요.

잠자리에 가기 전
모둠들끼리 앉아 보낸 하루를 정리합니다.
“왜 나부터 해요?”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할 때 샘이 지호 이름을 불렀는데,
버럭 소리를 지르더라지요.
그 앞에 여섯 명이나 한 뒤였는데요.
앉아는 있었는데 아무것도 안들은 거죠.
그래서 또 웃음바다가 되었더랍니다.
정우는 그러더라데요.
“오늘 아침에 울었어요.
매일 아침 엄마가 일어나라고 했는데,
오늘은 그게 없는 거예요.”
웃으며 대구사투리로 시작해서 그만 목소리가 젖었지요.

밤이면 샘들은 불가에 모입니다,
아이들과 보낸 시간도 정리하고, 낼 일정도 확인하러.
새끼일꾼 정훈이형님은 하루 갈무리글에서 이리 쓰고 있었습니다.
‘...... 훈장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맞긴 맞는 거 같다.
아, 이렇게 힘들 줄이야.
공짜로 이렇게 이용하신 다니 돈 조금이라도 줘요.
이젠 자유학교 일꾼으로 오기가 무섭다. 이번은 겨울이라 다행이지 여름엔 아마 반죽을 거 같다. 겨울에도 땀나기는 여기서 처음인 거 같다. 겨울에도 땀나는데 여름은 ... 열사병으로 병원 갈 거 같다. 아니면 지옥.
아, 너무 힘들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지금 쓰고 있는 손이 저려온다.
자유학교 애들은 자유가 넘치고 즐거운 학교라 생각하겠지.
선생님은 뭐야. 무슨 예비군(군대) 훈련도 아니고... 아, 무서워......’
정훈이는 아이로 계자 왔을 적
이 아이들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았습니다.
“네가 나댄 거는 아나?”
그거는 또 안다데요.
이 아이가 자라 다시 이곳을 와서 움직이는 걸 보고 있노라면
침 흘리는 아이마냥 자꾸 웃음이 줄줄거립니다.
‘경서랑 이수가 보기만 하면 업어 달래서 등골이 휜 거 같다.
아이들이 나 말고 정훈샘을 더 많이 괴롭혔는데 그걸 보니 재밌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놀면서 보니 앞 일정에서 봤던 아이들이 생각나고 보고 싶다.‘
희중샘입니다.
현애샘은, 전에는 (처음의) 하루 이틀이 정신이 없었는데
익숙하고 편하더라지요.
경력이 쌓이나 봅니다.
학교에서도 작년 학급보다 올 해 학급이 훨씬 안온했다지요.
저도 몇 가지를 보탰습니다.
“청소가 중요한 것은...
아이들도 정리된 공간에 긴장감을 갖지요.
흐트러져 있으면 아이들도 아무렇게나 물건을 던져둡니다.”
지난 계자에 다녀간 새끼일꾼 선아 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 있을 공간인데 한 번 더 쓸 게 되더라는.
또, 이곳의 불편함을 샘들 손발로 메꾸자니
여간 힘이 들지 않지요.
게다 퍽이나 잠이 모자란 일정입니다.
“어느 순간 에라 모르겠다 벌러덩 누웠다가도
아자, 하고 일어납시다!”
그리고 역시 지난 계자를 다녀간 형길샘 얘기도 전했습니다,
스스로 평화를 누리고, 한편 계자진행에 긴장도 같이 가지자고.

이번 계자에 움직이면서 그런 생각이 듭디다,
물꼬에 뭔가 세대교체가 일어나는.
젊은 기운에 의존해서 일정을 진행하던 때를 넘어가는 듯합니다.
저 자신부터도 나이를 먹었고 말입니다.
어디로 어떻게 나아갈지요...


때마다 필요한 것들을 가져다주는 하늘이 고맙습니다.
오늘도 학교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어미새가 모이를 물어오듯
사람이, 물질이, 꼭 그만큼 와 줍니다.
참 고마운 일입니다.
가난해서 외려 부자인 이곳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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