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자 사흗날, 2008. 1. 8.불날. 흐림

조회 수 1607 추천 수 0 2008.01.13 22:42:00

123 계자 사흗날, 2008. 1. 8.불날. 흐림


물꼬엔 신비하고 비밀스러운 일이 많습니다.
울타리에 있는 평범한 나무 한 그루 가운데
해와 닿아있는 뿌리가 있는데
어떤 거인이 와서 당겨도 아직 뽑힌 적이 없답니다.
늘 그렇진 않지만
사람이 해를 건져주어야할 날이 있는데,
몸을 풀고 마음을 다진 뒤
오늘 해건지기 셋째마당이 그러하였지요.
그 나무에 굵은 밧줄을 매고
길게 늘어서서 당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꿈적을 안하네요.
하지만 웬만큼 해가 건져질 만큼은 당겼다 싶을 때 징이 울렸고,
우리들은 아침밥을 먹으러 들어갔지요.
“제대로 안 해서 그런가 봐요.”
그러게 말입니다.
오늘 영 우리들의 힘이 모자랐던 모양입니다.
죙일 해가 꾸물꾸물했네요.

하루에 열린교실을 오전 오후 두 차례 몰아서 엽니다.
‘참과학’에서 자원봉사를 온 이들과 시간 조율을 하다 보니
그리 되었지요,
그렇다고 아주 무리한 일정일 것도 아닌지라.
‘열린교실 1’.
‘한코두코’를 맡은 수진샘은
바로 여기서 뜨개질을 배웠더랍니다.
초등 2년 때부터 와서 6학년이 되고
새끼일꾼이 되고 대학생이 된 그입니다.
귀남 은결 주원 승인 지윤 바름이를 데리고 하고 있었지요.
“잘 했제?”
귀남이는 교실이 끝난 뒤에도
아이들 사이를 다니며 코앞에 내밀고 자랑을 하였습니다.
그러다 원하는 대답이 아니면
팽 돌아서서 가버립니다.
몇 차례 오니 소박한 이곳의 문화를 잘 누리게 된 게지요.
5학년짜리 여자애가 그러는 모습은
다른 데서 보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지유 윤섭 수아 도현이는 ‘다 좋다’에 들어갔습니다.
지유는 정말 이것저것 다 하고 싶어서 간 교실입니다.
“샘! 별의별 게 다 있어요!”
허드렛 물건들을 모아둔 상자에서
지유는 다시 쓸 만한 것들을 뒤적이며
감탄에 또 감탄입니다.
도현이는 ‘참과학은 시시해서, 뚝딱뚝딱은 정훈샘이 있어서,
한땀두땀은 바늘에 찔릴까봐, 뜨개질은 하다보면 지겨워서,
그리고 그림책은 유치해서’ 해서
이 교실로 왔다 합니다.
로봇도, 해골섬도 만들고 매도 만들고
서로들 도와서 잘 하더라지요.

‘그림책’에는 선아 이수 승연 채민 경서가 들어갔습니다.
“쉬운 건 스스로 하라고 했어야 하는데
급한 마음에 거의 도와주고...”
진행한 아람이형님과 소연이형님의 반성도 있었네요.
자기 껀 어렵다고 안하려고 하던 승연이는
다른 애들 게 쉽다며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별 흥미를 보이지 않아도 기다리고 있으면
자기 자리를 그리 찾아가는 아이들입니다.

소민 혜원 가야 혜지 서정 희영이는 바느질을 했지요.
주머니가 대세입니다.
복주머니, 동전지갑, ...
혜원이와 소빈이는 만들고 나서 꾸미기에 바쁘더니
단추도 달고 끈도 달았데요.

스피드컵 쌓기와 필름통을 만들어 연주한 ‘참과학 1’은
경이 윤서 현조 도연 태현 예찬 동주 영경 하다 종훈이가 했습니다.
동요 ‘나비야’를 혜지는 놀라운 감각으로 연주했고
도연이와 하다도 ‘학교종’ ‘비행기’를 들려주었지요.
아이들은 가요 ‘텔미’에도 도전했더랍니다.

‘참과학 2’에서는 떠오르는 타이타닉을 만들었지요.
찬희 지호 재용 현수 혜송 재현이가 같이 했습니다.
참과학 1, 2는 서로 자리를 바꾸어
활동의 경험을 확대하기도 하였더라지요.

현빈 성빈 정우 도원이는 ‘뚝딱뚝딱’에서
망치질과 톱질을 했습니다.
처음해보는 희중샘과 정훈이형님도
좋은 연습의 기회였지요.

겨울엔 연날리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현조 윤서 선아 지윤 도원이가 만들었지요.
“해 주세요.”
어려서 그런가, 잘 안되던 모양이지요.
게다 또 바람이 자지 않았겠어요.
날지 못한 연이었습니다.
바로 흥미를 잃고 다른 놀이 하러 몰려가버리고 했지요.
‘그래도 모여라 하는 소리에
곧장 달려오는 귀엽고 순순한 아이들’이라고
종대샘은 그저 예쁘라 하고 있었습니다.

‘구들더께’.
겨울 한낮, 햇살 드는 방 아랫목에서
배나 등을 붙이고 뒹구는 일은 참 고소합니다.
샘들도 숨꼬방에 찾아들어 눈을 붙이기도 하고
책방에서 마당에서 저마다 하고픈 걸 하기도 했지요.
도현이가 여자 아이들이랑 ‘무궁화꽃이-’를 열심히 하고 있었고
참과학 도움샘들도 무궁화 꽃을 같이 피웠더랍니다.
특히 수정샘, 정말 진지하던 걸요.

오후에는 ‘열린교실 2’가 열렸습니다.
연은 또 먼저 했던 아이들이 들어갔지요.
“우리는 심화학습입니다.”
그런데 저게 뭐랍니까.
연에 쓰겠다고 한지를 챙겼는데
어째 낯이 익은 한국화 그림입니다.
교실 뒤를 돌아봤지요.
걸려있던 작품들이 빠진 자리가 있습니다.
“종대샘!”
“우리도 작품이라서...”
그러하니 그리다 만 그림이나 연습한 그림이 아니라
완성된 그림을 찾았더라나요.
몰라서 그런 게 아니고 말입니다.
이런 샘은 또 처음 봅니다.
여튼 못 말리는 샘입니다요.

성빈 지유 도현이는 ‘뚝딱뚝딱’입니다.
이런, 앞 시간도 뒷 시간도 총칼이 나왔네요.
“평화와 살림에 기여하는 걸루...”
진행하는 샘들도 처음 해보는 일이라
이곳의 가치관을 잘 나누는 게 조금 서툴렀던 듯합니다.
그러나 톱질과 망치질에야
좋은 훈련의 시간이었지요.

‘참과학 1’에서는 ‘숨 쉬는 폐 모형’을 만들고
‘파스퇴르 피펫온도계’도 만들었습니다.
재용 현수 서정 혜진 현빈 영경 경이 혜송 종훈이가 들어갔지요.
“옥샘, 여기다 풍선을 먼저 끼우구요...”
늦게 들어가서 기웃거리는 제게
재용이와 현수가 열심히 도와주었지요.
아이들이 더 좋은 선생입니다.

‘참과학 2’의 제목은 ‘빛과 함께 춤을’이었지요.
도원 도연 찬희 예찬 지호 태현 은결 동주 바름 재현 하다.
빛을 내며 볼펜 통속에서 종이 인형이 정말 춤을 추던 걸요.
회로 연결이 문제가 생기기도 했는데,
수아샘이 열심히 고쳐주고 있었습니다.
“찰리 채플린이 나온 영화의 한 장면 같이...”
그래서 샘들은 또 한바탕 웃었더랍니다.
그러고 보니 참과학 1, 2는
아무래도 애들 이름이 뒤죽박죽인 듯합니다.
어쨌든 참과학을 한 아이들입니다요.

‘한땀두땀’에는 희영 가야 혜원 소빈 수아 채민 윤섭 지유가 들어갔네요.
“내가 처음 바느질 한 거니까 엄마 줄 거야!”
청일점 윤섭이는 엄마에게 선물할 쿠션으로
잔뜩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연신 스스로 대견하다 했지요.
다른 애들에게도 베어 보라 주기도 했답니다.
그런데 지유가 펑펑 울기 시작했습니다.
천 두 장을 맞대어 바느질해놓았는데
누군가가 버리는 건 줄 알고 치운 게지요.
“내 손수건 없어졌어요.”
‘매번 느끼지만 저걸 집에 가져가면 정말 저리 소중할까 싶습니다.
모든 순간, 공간이 여기 같다면 항상 모든 것이 소중할까요?’
현애샘이 하루 갈무리글에서 그리 쓰고 있었지요.
아, 규방의 수다가 밥상차림표를 바꾸게 되었습니다.
모둠별로 비빔밥을 먹으면 어떻겠냐 제안되었고
아주 만장일치였답니다,
그제 먹은 것, 어제 먹은 것, 그리고 오늘은 뭘 먹었는데,
그 가운데 뭘 넣으면 맛있겠다는 둥 하며.
그래서 낼 부엌엄마들한테 전달해주겠다 하였지요.

그림책 만들기는 지수 승연 경서 수가 했습니다.
작은 그림동화 출판사가 책방에 차려졌지요.
별스러울 것도 없는 저런 일들이
예서는 다 가치롭게 된답니다.
그림이야 어데서고 그리는 것인데
여기선 화료를 받고 일하는 무슨 작업장의 냄새가 난다니까요.

아니, 이런 경우가 있답니까.
‘다 좋다’가 폐강되는 경우가 다 있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잘 못 꾸렸나 보네...”
머리를 긁적이며 상범샘은 사무실로 갑니다.
마침 다음 계자를 위해 처리할 일들도 있는데
애들이 그걸 알기라도 했던 것일까요...

물론 열린교실이 끝난 뒤엔
‘펼쳐보이기’도 하였지요.
애쓴 것들 보아주고 들어주고 자랑하는
소중한 자리였습니다.
애정을 가지고 다른 사람이 한 작업을 봐주는 일도
좋은 공부다마다요.

오늘 한데모임 진행은 계원이형님과 채민이입니다.
하고 싶다고 손 번쩍 든 두 사람이었지요.
아이들이 소란할 적엔 채민이가 아주 작은 소리로 그랬습니다.
“함께 합니다!”
우리들이 이곳에서 일정을 시작하며 지키기로 한
세 가지 약속 가운데 하나이지요.
누군가 말을 하면 누군가 듣는 것도 ‘함께 하는 거’지요.
책방이 또 문제가 되었습니다.
책이 널려있습니다.
의견 여러 가지로 분분한데
채민이가 또 작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책 잘 꽂기로 약속해요.”
그러게요.
얼마나 간단한 일인가요.
살아가다보면 가끔 아주 당연한 것이 문제가 되고는 합니다.
상식이란 것 말입니다.
그 당연한 것들을 우리는 어느 순간 잊지요.
책을 꺼내서 읽었으면 읽고 제자리 꽂는 것도 당연한 것 아니더이까.
‘내 삶’도 돌아봅니다.
나는 얼마나 상식적인가 하구요.
또 우리들의 교육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하루 이틀일도 아닙니다만.
부모님들도 흔히 손씻기 같은 지켜야할 것들은 잘 일러주지만
다른 이를 불편케 해선 안 된다는 건 잘 가르치지 않나 봅니다.
함께 하라는 건 잘 안 가르치는 게 아닌가,
늘 아이들과 있으면 자주 하게 되는 의심이지요.
아니, 부모만이 아니고
이 사회가 못 가르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일본친구들을 만나면 참으로 놀랍습니다.
그들은 결코 쪽바리라고 우리가 함부로 무시할 대상이 아니지요.
외국을 다니면서 일본사람 무시하는 이들은
한국인들 밖에 없다고들 합니다.
그들이 하는 다른 이들에 대한 배려의 훌륭함은
본을 삼을 일이겠습니다.

아이들 풍경이야 아침부터 밤까지 그럴 수 없는 재미이지요.
옷 잃어버리면 엄마한테 혼난다고 울기 시작했던 현수는
어둑해지자 엄마 보고 싶다고 주제가 바뀌었습니다.
휴지로 눈물을 닦던 그가
또 휴지를 막 뜯는 겁니다.
“엄마보고 싶어서 울 때마다 쓸 거예요.”
재용이도 한 마디 거들었지요.
“물꼬가면(*오면) 학원 안가서 좋아요.
그런데 엄마가 보고 싶어.”
“이걸 하면 저걸 버려야 하는 게 생이다.”
곁에서 한 어른이 우스갯소리를 합니다.
가야는 밤에 책 읽어주는 게 참 좋다지요.
혜송이랑 현수는 설거지를 너무나 사랑합니다.
때마다 앞치마를 매는 거지요.
그런 일곱 살 여덟 살의 모습은
다른 아이들을 움직이게 하는데 자극이 되기도 하였답니다.
정우도 웃겨요.
“안 해도 되죠?”
설거지를 하는 다른 사람들이 있으니
안 들어가겠다는 얘기지요.
“응.”
모둠샘도 흔쾌히 그러라 하는데
그래도 앞치마 두르고 부엌을 들어갑니다.
참 따뜻하게 길러진 친구구나 싶습니다.
틱틱거리고 뺀질하기 쉬운
5, 6학년 때의 남자 아이들과 많이 다릅니다.
적당히 장난칠 줄 알고
적당히 물러날 줄도 아네요.
5학년 담임인 현애샘은
그래서 더욱 정우가 예뿐가 봅니다.
애들, 참말 여간 웃긴 존재가 아닙니다,
새삼스러울 게 뭐 있을까요만.
“언니 안경 벗으면 미스코리아 나가도 되겠다.”
채민이가 소연이형님한테 덕담을 했지요.
곁에 있던 계원형님인가 아람형님이 얼른 꼬리를 달았습니다.
“나는?”
“언니는... 이름이 좀...”

“와아, 수아쌤 잘 뛰데요...”
“종대샘이 베개 잡으면 아무도 못 막아요.”
대동놀이의 열기에 대한 평가들입니다.
이어달리기에 이어
두 개의 공을 따라 물꼬축구 한 판 했지요.
안간힘을 쓰며 공을 몰고 가다
음악이 나오면 춤을 추는 겁니다.
언제해도 재밌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해서 신명을 더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불가에서 하는 샘들 하루재기.
오늘은 식구들이 많습니다.
일정 전체를 진행하는 샘들에다가
참과학 여덟 샘(한 분 먼저 가시고)이 함께 했지요.
“여기는 모든 말이 순우리말 같아서 정말 좋았습니다.”
경주샘입니다.
아이들과 과학실험을 진행해본 경험이야 여러 번 있지만
이렇게 생활을 하면서는 첨이라
긴장도 했다던 현희샘이지요.
그런 만큼 재미도 더했더라고도 합니다.
수정샘은 여기 아주 살고 싶다네요.
밥도 맛있고 자연도 그렇고 아이들이랑도 재밌고, 여기가 딱 맞다나요.
일정 중간에 개입하면서 계자 흐름이 깨지지 않게
분위기를 잘 타며 애를 쓰자고
참과학샘들은 단단히 결의들을 하였다 합니다.
그분들 덕에 한 일정을 다 쉬기는 처음이라는 현애샘 말처럼
참과학이 지켜준 교실들로 샘들이 호흡을 잠시 가다듬을 수도 있었지요.
무엇보다 이곳에서 그런 일정이 들어가니
재미가 더하던 걸요.
먼 길 마다 않고 마음을 내서 달려온 그들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맡은 일정만이 아니라
구석 구석에서 아이들과 섞였던 샘들이지요.
이런 분들과 함께라면 같이 일을 또 만들고 싶다마다요.
“초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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