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계자 닷샛날, 2008. 1.17.나무날. 맑음

조회 수 1441 추천 수 0 2008.02.18 20:15:00
124 계자 닷샛날, 2008. 1.17.나무날. 맑음


산에 가는 날입니다.
이야기도 자꾸 하면 울퉁불퉁 하던 얘기가 다듬어져 가지요.
산을 오르기 전 그 산에 얽힌 이야기들을 풉니다.

“옛적 이곳은 아주 너른 분지로 대궐 같은 집이 즐비하여
이 마을이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부자가 됐나 궁금도 하였는데...”
달못이라는 곳에서 금은보화를 조금씩 캐내
나누며 사이좋게 살아가던 마을이
어째서 모든 걸 잃게 되었던 걸까요?
골이 깊은 이곳은 이야기 또한 많기도 합니다.
오늘은 그 가운데 ‘달못’이야기를 듣고
바로 그 달못을 찾아 길을 떠났지요.

지난 계자의 산오름날 글도 이리 시작했더랬지요.
새벽 샘들의 김밥싸기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계속 춥다는 라디오방송을 들으며 걱정들이 컸지요.

앞의 계자와 같은 길을 잡습니다.
올 겨울 마지막 계자라 조금 가벼이 가자는 생각도 있었고
아무래도 눈이 녹지 않았을 거라 꽤나 미끄러울 것을 예상하여
수월한 쪽을 골랐지요.
‘계원이랑 소연이랑 여기서 쉬었었고, 여기서 밥 먹었었고, 누가 어디서 넘어졌고 하면서 이전 생각을 다시 돌이켜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거 같애요.’(새끼일꾼 아람 글에서)
무덤 두 기가 있는 첫 쉼 자리까지야
숨이 좀 가쁘달 뿐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드뭅니다.
무덤가 너른 곳에 앉아 비로소 가파르게, 산이다 싶게 오를
산길을 준비하여 신발끈을 다시 맸지요.
그런데 사십오도도 넘는 경사길을
벌써 기어오르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그 길이 아니여!”
물론 돌아서 오르게 될 곳이 거기랑 만나기는 합니다만
힘을 한 번 빼주지요.
산에서, 그것도 길을 따라 가지 않는 산행은
안내자의 안내를 잘 따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니까요.
주루룩 미끄럼을 타고 내려옵니다.
낙엽들이 주는 선물이지요.
다리를 뻗대며 균형을 잡고 서보려던 아이들도
누군가 자연스레 미끄러진 걸 보며 금새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능선이지만 길이 수월치만은 않습니다.
채현 형찬 이정이가 좀 힘들게 올라갔지요.
현우도 많이 무서워했습니다.
사탕을 들고 기다리는 2지점을 향해
하나 둘 당도하였지요.
“어떡해요, 무서워요!:”
“우린 무서운 데로 가는 거예요.”
그때까지 줄기차게 울음으로 일관한 현주도 있었지요.
정말 산이 떠나가라 엉엉 울데요.
“빨리 가.”
한편 울면서도 빨리 가라 앞사람을 재촉하기도 하여
뒤에 있는 이들이 웃을 수밖에 없도록 한 것도 현주였답니다.

다시 길을 잡습니다.
외길이라 그 길인 줄 알고 벌써 앞서가는 아이들을
샘들이 다시 불러 세웁니다.
“옥샘 보다 먼저 가면 초코파이가 없어지고
맨 뒤의 상범샘보다 늦게 오면 저녁밥상이 사라지는 거 알지?”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며 나아갑니다.
눈길은 내려서기가 더 어렵지요.
다리가 후들대기도 합니다.
오르기도 또한 쉽지 않지요.
“넌 할 수 있어!”
잡아주고 밀어주고 받쳐주며 갑니다.
‘길 없고 자연산은 처음이었다, 우리가 길을 만드는.’(새끼일꾼 진주의 글에서)
길을 헤쳐 가는 뿌듯함이 일기도 하였겠지요.
우리 앞에 놓인 삶의 길도 그리 헤쳐가기를 바래봅니다.
‘너무 무서웠는데도 재밌는, 너무 웃음이 나오는... 뒤를 돌아보면 낭떠러지...’(새끼일꾼 민경의 글에서)
가슴이 뜨거운 시간들이지요.
이래서 산을 오르고 또 오르는 거구요,
같이 말입니다.
그리 어려운 코스는 아니라 하나
희중샘은 땀 범벅입니다.
곁의 윤찬이도 흠뻑 젖어 있었네요.

제법 가파른 두어 곳을 지나
숨을 고르니 점심 먹을 녘입니다.
예현, 먼저 산마루에 닿아있는 형길샘 보며
“형길, 기다렸어?”
농담을 던지기도 합니다.
한 고개를 넘어왔구나 싶은 여유가 생겼던 게지요.
역시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
울었던 녀석들도 금새 눈물 그치고 김밥을 입으로 밀어 넣습니다.
남자어른들이 많으니 역시 좋데요.
기표샘 무열샘은 거의 짐꾼이었습니다.
늘 2명씩 왔으면 좋겠다는 다른 샘들의 주문이 다 있었지요.
귤을 들고 있던 형길샘,
맨 앞에 걷던 샘은 드셨나,
맨 뒤의 샘은 또한 드셨나 확인 먼저 합니다.
늘 어른을(선배를) 먼저 챙겨주는 그입니다,
그 또한 서른이 넘은 어른이며도.
참 예의바른 그입니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먼산을 바라보며 먹는 김밥은 참말 답니다.
채현 세영 세훈 수민이들이 곁에서 재잘대고 있었지요.
‘아, 정토다, 여기가, 극락이다...’
그때 세영이가 물었습니다.
“이 김밥 누가 쌌어요?”
“샘들이, 새벽에.”
“힘들었겠다.”
그렇게 헤아려주는 아이들도 더러 있지요.

다시 일어섰지요.
“와!”
“이거 보셨어요?”
신비의 발자국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마치 설인이 지나간 듯한.
그게 보석이지요.
산이 간직하고 있는 보물들 말입니다.
‘한 고개를 넘어서도 아이들은 간간히 보석 얘기를 했고 정말로 믿는 듯이 보였다.’(형길샘 글에서)
그러면 아니었단 말인가요.
“보석은 어떻게 생겼어요?”
“보석 찾으면 어떻게 해요?”
그래, 늘 분배가 문제이지.
우리는 좋은 일 하는 물꼬에 기증하기로 했답니다.
수민이는 보석 같은 걸 봤는데
너무 멀리 있어 길을 벗어나 갈 수가 없었답니다.
“야아, 아까워라. 그럴 땐 뒤에 오는 사람들과 오면 되지.”
누군가의 통탄이었습니다.
세훈이 또한 보석 같은 걸 주웠는데,
저어기 앞 사람들과 멀어져서 달리다 그만 놓쳤다지요.

생각보다 덜 춥다고들 했습니다,
바람도 자고.
고맙다마다요.
늘 하늘이 고맙다마다요.
어린 서현이는 깡있는 언니 호정이를 닮았나 봅니다.
참 잘 걷습니다.
인영이는 새끼일꾼 시켜도 되겠데요.
그런데 아이들 챙기며 오고 있는 인영에게
먼저 와 있던 동생 세훈, 팩 뒤돌아서 인영이를 야단쳤습니다.
“누나가 맨 뒤에 오니까 걱정돼 죽는 줄 알았잖아.”
형제애의 절정이었지요.

이젠 순조로운 능선길입니다.
“어느 순간 아이들이 저만큼 가고
예현이랑 툭 떨어져서 끝에 걷고 있는데...”
호젓한 겨울 산길은 노래 ‘한계령’이 절로 나오더라는 상범샘입니다.
‘저 산은 내게 오지 마라 오지 마라 하고
발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아픈 내 가슴을 쓸어 내리네
아아 그러나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그 길 끝에 또 한 차례 죽은 자의 집을 만나지요.
호흡을 한참 고르고 나면 이제부턴 내리막길이고
마을이 멀지도 않습니다.
이즈음 좀 움직여줬던 몸은 화장실을 찾지요.
숲 예제 아이들이 스윽 들어갔다 스윽 나온답니다.

비탈길을 내려섭니다.
이번 산행의 가장 가파른 길이지요.
아이들보다 여자 샘들이 더 일입니다.
남자 샘들이, 혹은 먼저 내려온 아이들이
아래에서 겹겹이 안전막을 만들어보기도 하였지요.
“저쪽으로 조금 돌면 훨씬 수월한데...”
하지만 위험 앞이라고 느낀 이에겐
다른 소리들이 잘 안 들리지요.
“그럴 땐 몸을 그냥 맡겨보는 거야.”
차라리 힘을 빼고 앉아버리면
그대로 멋진 미끄럼틀이 된답니다.
외려 몸의 긴장이 더 큰 사고를 부르기도 하지요.
“어!”
그런 와중에 호열이가 그만 데굴데굴 굴렀지요.
종대샘의 외칩니다.
마침 앞에 있던 희중샘이 받쳤답니다.
“부모님께 꼭 말씀드려,
부모님이 잘 사신 공으로 오늘 목숨 건졌다고.”

산오름은 아이들을 다시 만나고 보는 지점이 되기도 합니다.
안에서만 봤던 것과 달리 이렇게 밖을 나왔을 때,
다른 장이 다른 모습들을 끌어내주는 거지요.
고마운 시간입니다.
“조심하세요.
“손잡고 내려오세요”
“제가 밑에서 잡아드릴게요.”
아이들이 샘들에게 외치고 있었지요.
동휘가 샘 같고 소희샘이 애 같두만요.
‘옥샘이 산너머 전에 해주시던 얘기가 너무 좋았고 아이들이 이번엔 비교적 수월하게 산을 잘 넘은 것 같았다. 세훈이나 동휘는 능숙하게 산을 오르내리며 심지어 동휘는 나를 이리저리 이끌어주기까지 했다.
찬이 같은 어린아이들도 많이 울지 않고 잘 올라가 줘서 고마웠다.’(소희샘의 글에서)

“하나 둘 셋!”
신나게 낙엽을, 또 눈을 미끄럼으로 타고 내려왔던,
먼저 내려온 아이들은
힘이 남아돌아 다시 뛰어올라가 썰매를 탑니다.
“다시 한 번!”
한 쪽에서 미끄럼에 줄을 잇고 있는데,
저 편 위에선 아직도 여자샘들이
소리로 비탈길을 내려오고 있었지요.

웬만큼 일행이 내려서자
앞패는 길을 잡아 다시 걸어갑니다.
아니 겅중겅중 뛰어갑니다.
“우, 우, 우!”
“아-아-아!”
마구 소리를 지르며(무슨 타잔도 아니고)
팔짝거리며 사람 구경한 지 오래겠는 편백나무들 사이를 뛰어갔지요.
아, 해방감, 자유...
야생의 동물이 된 것만 같았더랬습니다.

그리고 돌고개 마을이 보이는 호두나무 밭가에 이르렀지요.
신나게 내려온 감흥에 새끼일꾼 진주는
보이던 나뭇가지 하나를 철봉삼아 폴짝 뛰어 매달렸습니다.
그때, 뚝!
그만 고꾸라지고 말았지요.
하나둘 내려온 이들이 철퍼덕 주저앉기 시작하는데,
그때 우리 모두 한 곳에 동시에 눈이 멎었습니다.
“우와!”
저어기 앞으로 눈썰매장이 펼쳐지고 있었지요.
“누구네 꺼예요?”
“물꼬 꺼지!”
“누가 만들어놨지?”
“샘들이지!”
뭐 저들끼리 다 알아 묻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정말 정말 원 없이 눈썰매를 탔지요.
옆에 눈썰매로 쓰라고 슬렛트가 고맙게도 놓여있었구요.
물어줘야겠지만,
넘의 걸 마구 쓴 걸로 더 혼이 나겠지만,
지금은 뵈는 게(?) 없습니다.
“그래, 타라, 타!”
“눈 한번 못 밟고 가나 했는데...”
종대샘은 예 사는 사람이라고
여기서 줄 수 있는 게 줄어들까 걱정이더니...
“첫 계자가 무궁화호였다면 이번은 KTX 였어요.”

거기서 힘을 쏟은 아이들은 파이를 두 개씩 보충 받았지요.
늦게 온 아이들에겐 다른 주문이 있었네요.
“우아하게 잘 달라고 해 봐.”
거구 종대샘도 갖은 애교를 부리며 받아가고
세혁이는 몇 차례나 다시 폼을 잡은 뒤 받아갔습니다.
그때 윤찬이가 앞에 다가왔지요.
“하나 더 먹어도 돼요?”
사연이 있는 얘기랍니다.
아토피가 심한 윤찬이가 산중에서 사탕을 주었을 적
너무나 먹고 싶은 표정이지만 아토피땜에 자기는 먹으면 안된다 하였지요.
“두 개는 괜찮아.”
그렇게 먹게 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아예 대놓고 먹겠다고 온 겁니다.
“하나쯤만 괜찮은 거야.”
그래놓고 뒤로 또 하나 주고 말았습니다요.

돌아온 아이들은 아직도 힘이 넘쳐
‘한껏맘껏’시간을 즐기고 있었고
잠시 쉬었던 샘들은 이어 아이들을 씻기기 시작했지요.
아무래도 겨울에 저들끼리 샤워하라기엔 불편함이 큰 이곳이라...
새끼일꾼 소연 계원 아람 민경 진주가 아이들을 씻겼습니다.
녹초가 되었겠지요.
어른이 하나쯤 붙어주었더라면 좋았을 걸,
아쉽고 미안했습니다.
물론 같은 시간 빠진 아이들이 없도록, 또 사이가 뜨지 않도록
아이들을 챙기는 일도 해야 해서 어른들이 그 역할을 하고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씻기는 일이 젤 힘겨우니 말입니다.
저녁.
산너머를 하고 오면 밥을 고봉으로 먹습니다.
채현이는 소희샘 옆에 앉아
소희샘밥 뺏어먹고 또 가져와서 먹었다지요.

마지막 대동놀이인 ‘강강술래’가 이어집니다.
우리가락 배우며 노는 게 너무 재밌고
다른 대동놀이시간들처럼 어렸을 때도 생각나더라며
새끼일꾼들 품앗이일꾼들이 더 열심히 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최고의 순간, 오늘 올 겨울 모든 계자의 최대 압권이
우리 눈앞에서 벌어졌지요.
“문지기 문지기 문 열어주소~”
대문열기를 한 끝에 동애따기를 하는데,
양쪽 꼬리를 소개했지요.
“자, 이 줄 꼬리!”
앞 사람의 허리를 잡은 채로 형길샘은 엉덩이를 한판 흔들어댔습니다.
“자, 그럼 이 줄은 저쪽 꼬리를 잡습니다.”
아, 그때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던 겁니다.
우리는 눈을 닦고 또 닦았지요.
점잖기 이를 데 없는 우리의 무열 선수,
형길샘보다 더한 흔들이로 엉덩이춤을 춰댔지요.
아주 졸도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 진지한 얼굴과 상반된 엉덩이의 웃음이라니...
그렇게 흥을 내줘서 고마웠습니다.
자기 희생이 만인의 웃음이어 코미디언이 됐다던 어떤 이가 있더니만...

종대샘이 지나간 시간 속 아이들의 모습을 담아 슬라이드쇼를 했고,
추운 바깥 때문에 장작놀이 대신 촛불잔치가 이어졌지요.
그런데 아이 하나가 방안에 완전히 자리를 잡은 뒤에
문 앞에서 다음 아이를 보내줘야 할 것을
손발을 조금 맞지 않았네요.
그러면 한마디씩 지난 시간을 되짚을 때도
감정이 충분히 익지 않게 되어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아쉬움이 크던데...
그런 한 순간이 때로 전체분위기를 결정하기도 하지요.
특히 정적인 활동은 더 그렇습디다.
하여 조금 부산하게 시작 되었습니다만
또 금새 진지해지기도 했더랬네요.
추위에 떨며 장작불 앞에서 노래 부르는 분위기도 좋았지만
이런 것도 나름 운치 있더라는 오랜 품앗이 한 사람의 평이 있었더이다.

그래도 젊은할아버지는 감자를 구워내주셨지요.
잘 먹은 뒤의 껍질은 또 요긴하게 쓰입니다.
감자싸움이라고들 하데요.
“10년 뒤를 생각지 못하고 10년 전 까불고 날아다니던 시간들이 후회되는...”
상범샘은 죽는 줄 알았답니다.
아군이 하나도 없더라지요.
그간 상범샘의 행각에 커버린 아이들이 보복(?)을 품었던 겝니다.
10년 한을 풀었다나요.
기표가 뒤에서 팔다리 잡고, 무열이가 앞에서 얼굴 딱 잡고,
누가 감자 멕이고 바르고,
간간히 동하 공격 들어오고...

아이들이 잠자리로 간 뒤
가마솥방 불가에서 샘들은 이번 계자 전체를 돌아보았습니다.
‘아까 산에서 내려오면서 집 얘기를 하는데 집에 가는 게 어색하게 느껴졌어요. 그만큼 물꼬가 우리집 같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어요... 2주가 너무 빠르게 지나갔고 그 시간동안 진짜 행복했어요.’
새끼일꾼 소연이는 그리 썼습니다.
제게 좋은 자극을 주었던 그입니다.
다른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고
제 흐름을 잘 지키며 계자 진행에 몰입해주던,
보면 볼수록 깊이를 더해가는 아이입니다.
계원이와 소연이의 핑퐁(있었던 사람만 알지요~)박자가
자칫 무거워지기 쉬운 어른 모임에 활력을 주었습니다.
거기에 아람이의 감초역도.
늘 그렇듯 새끼일꾼은 물꼬에서 영광의 이름입니다.
참으로 빛나는 그들이지요.
이제 품앗이일꾼이 된 아이들도 역시 그런 새끼일꾼의 자리를 거쳤습니다.
그런데 ‘품앗이일꾼’이란 이름이 되는 순간
이제 다른 질을 요구하게 됩니다.
‘이눔들아, 그래 이제 좋은 시절 다 갔고나...’
냉정한 시간이 그들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과 같이.
하기야 대학을 졸업하면 더 냉혹한 시간들이라 하더만요.
‘이제 덜 너그러워지는 거다, 너들한테, 세상이.
그 시작을 이곳에서 하고 있는 거다.’
한편 안쓰러움도 일지만
반면 세상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 일들도 채워져 있던가요.
첫발 떼는 그 아이들,
아니 이제는 품앗이샘들한테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밀도 있게 한 해를 예서 보냈던 장기방문자 종대샘은
그 시간만큼 이제 익어진 눈으로 쓴소리를 맡겠다며 운을 떼기도 했지요.
“지난 여름엔 중학생 나이에 이런 마음 쓰는 것 자체만으로 높게 사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나 내 몸을 나를 기쁘게 하기위해 쓰는 게 아니라 봉사하러 온 곳의 사람들을 편하게 하고 기쁘게 하는데 써야하지 않는가, 아끼지 말고 잘 써야겠습니다.”
그리고 당신도 계속 봉사를 해나가겠다 다짐했지요.
“또 공동체에 대한 오해 중에 큰 게 ‘공동’으로 사용하는 거라는 착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분명히 남의 집이지요...”
그의 갈무리글을 옮겨봅니다.
‘종대의 계자 참여하기 시즌 2
여섯 번째 계자, 지난 여름부터 쭈욱 참여한 계자.
봉사를 별로 해본적이 없는 내게 계자는 참된 봉사가 무엇인지 음미하는 기회를 주었다. 희생을 강요하지-원하지-는 않지만 자기를 온전히 쓰는 것. 특히 계자에서 스스로 즐기기 위함이 아닌 아이들로부터 즐기기가 되어야 하며, 아이들을 위한 일들-청소, 정리 등등-에 성실히 하는 마음과 자세가 필요함을 돌아본다.
또한 손님으로의 자세를 견지한다는 것. 익숙한 것(지켜야할 것들)으로 손님으로서의 지켜야 하는 것들을 잊지 않고 조심하는 마음도, 봉사하는 이의 중요한 덕목이지 않을까? 즉 주인의 마음을 편하게 배려하며 하는 봉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품앗이로 오는 이들이 집단으로 오는 걸 경계합니다.
진행하는데 있어서도 서로를 바라보는데도
별로 좋은 방식이 아니었던 여러 차례의 경험이 있지요.
그런데 한 기수 다섯이 같이 모여 이번 계자에 품앗이로 왔습니다.
다행히 워낙 잘 움직이기도 해서 문제가 생긴 건 아니었으나
고급인력이 각 계자에 잘 나뉘어 쓰였다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요.

지난 십년 세월을 돌아보며 품앗이들에게, 또 새끼일꾼들에게 들려준,
97년부터 와서 물꼬행 10년이 된 형길샘 얘기도 있었습니다.
그저 시간만 듬성듬성 채운 게 아니라
거의 모든 계절의 계자를 놓치지 않았고
어느 해 겨울들 여름들은 온 방학을 다 예서 살다시피 했던 그입니다.
“...첨엔 이렇게 오래 올 줄 몰랐습니다. 오다 보니 다른 부분도 있지만 물꼬랑 겹쳐지는 부분이 분명히 제 자신에게도 의미가 있고,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 같은 삶을 꿈꾸는 ... 나도 물꼬를 돕고 물꼬도 나를 성장시키고... 때론 게으름에 젖을 때도 있었지만 긴장하면서 물꼬에 왔습니다.”
그래, 그래서 그랑 물꼬는 관계가 좋은지도 모릅니다.
좋은 관계일수록 어려워할 줄도 아는 긴장이 있고 예의가 있을 때
더 오래 건강하게 가지 않던가요.
“이번에 품앗이가 된 일꾼들, 각별한 과거의 애정이 있고 그 친근함과 예정을 가지고 올 텐데, 긴 세월이 흘러도 오게 하는 힘이지요. 그런데 가고자 하는 그곳과 더불어서 간다는 건 정, 친근함으로만 되지 않습니다. 그곳이 향하는 곳을 나도 바라봐야 하는 것 아니겠는지...”
이곳의 오랜 어른다운 주문이었습니다.
소중한 길눈밝힘이가 돼준 게지요.
그의 말을 통해
이곳에 살고 있는 식구들도 또 깊이 배우는 한 순간이었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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