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계자 닫는 날, 2008. 1.18.쇠날. 맑음


생명과 평화를 염원하는 백배 절로 아침을 엽니다.
얼마나 좋은 명상법이고 수련법이던가요.
그 까닭보다 산을 오르고 온 다음 날
땀을 내는 좋은 운동으로 손색이 없지요.
왜 하는가 굳이 이유를 달 것도 없습니다.
때론 그냥 하면서 그냥 느끼기만 해도 될 겝니다.
훗날 다시 그 시간이 해석되는 이도 더러 있을 테구요.
그저 숫자를 세며 몸을 낮추고 또 낮추었더이다.
아이들이 얼마나 할까 싶더니
마지막까지 호흡을 가지고 가는 녀석들이 적지 않았지요.

계자 하나가 끝나면 마치 그 계자를 대표하듯
장면 하나로 그 시간들이 뭉뚱그려져 남고는 합니다.
이번 계자는 어디쯤이었을까요.
산을 오르고 돌아오던 길에 만났던,
자연이 준 커다란 선물, 눈썰매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무열샘의 꼬리춤도 잊히지 않을 겝니다.

이번 계자는 아프다는 애들도 거의 없었습니다.
앞의 계자는 아픈 애를 챙기느라
약 만들고 먹이고 붙이고 바늘로 따느라 부산스러웠지요.
그런데 이번엔 아프다고 드러누웠던, 울던 아이들이 없었네요.
좋은 곳에 와서 몸이 힘들 땐 만사 귀찮기가 어디 어른만 그럴까요.
처음 온 애들이 많을 때는 있기 마련인 현상인데...
엄마 보고프다고 우는 아이도 드물었습니다.
(아, 윤찬이가 있긴 했지요.
수민샘이 잘 달래주며 보냈습니다.)
그래서 고맙고 또 고마웠지요.

다시 이곳을 쓸 누군가를 위해 잘 정리하며
차곡 차곡 짐을 싸고 평가글을 쓰고,
‘마침보람’을 위해 복도에 한 줄로 서서
하나 하나 글집에 도장을 받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혹시나 남은 불편한 맘은 없었나 살피며.

아, 거의 십여 년 만에 아이들을 배웅하는 역에 나가보기도 했네요.
그래서 제겐 아주 특별한 계자가 되기도 하였더이다.
저 아이들이 자라는 걸 지켜볼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안녕,
눈썰매전용도구를 찾아냈던, 뭐나 긍정적이던 상원,
옷도 이미지도 비슷해서 자매인줄 알았던 세아와 수진,
부엌일도 잘하던 든든한 장남 호열
(전체의 호흡을 끊는다고 문밖에 몇 차례 보냈던, 그래서 맘이 좀 미안한),
털털하던 윤지,
형제애를 한껏 과시하던 성열(호열이랑 분명 집에선 엄청 싸울 겁니다),
선한 선생이 되고자 했던 처음의 마음을 계속 일깨워주던 이정,
결코 보기와 다른 단단한 재희,
좀 시끄럽긴 하지만 상대를 유쾌하게 만드는 동하,
분위기를 장악하는 아빠를 닮아 걸쭉한 남도 사투리를 얹어
한마디 한마디가 아저씨 같이 웃기던 일우
(“니네 아빠도 그리 사람들 많은 때 시끄러우시냐?”
“네.”),
보면 볼수록 새끼일꾼에 다름 아니던 성건이와 인영,
턱턱 부딪히기도 잘하지만 한편 관계를 잘 풀기도 하던 대용,
밝고 한껏 자신을 잘 내밀던 서현,
어른들의 기대가 너무 커서 그만 작아진 것은 아닐까 싶던
듬직하던 태현,
말이 너무나 예뻤던 민석,
기어이 목도리를 마무리해서 두르고 간 인,
걸리지 않게 자기를 잘 쓰며 흐름을 즐기던 채윤,
이곳의 자연 이곳의 다사로움이 누구보다 잘 어울리던 재영,
다시 와서 진가를 잘 발휘하던,
자신이 바느질한 원숭이인형을 끝내 찾지 못하고 간 예뿐 채현
(다시 와서 더 가까워진 아이들이 꼭 있지요),
며칠이 더 저 아이에게 있으면 좋겠던, 한껏 나래를 펴던 수민,
형들에게 휩쓸리지 않고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독립적인 존재가 되길 바란 기현,
엄마를 참 자랑스러워하던 재우,
따스한 아이 민준,
우리를 즐겁게 웃게 했던 환상의 소년 형찬
(이제 알았습니다. 집? 인천 아닙니다. 김천입니다.
형제가 몇 명? 아닙니다, 혼자입니다.),
참 선하고 고요한 아이 요한,
지난 해 봤을 때보다 밝아져서 고맙던 현주,
일상의 일들을 잘해내던 송휘,
저리 키우고픈 딸 예현,
어쩜 저리 무난하게 제 자리를 찾아서 움직이고 있을까 싶은 지훈,
아아아, 떼쓸 줄 모르던 막둥이 세영,
안녕.
백배절을 젤 열심히 하는 걸로 보이던 성혁,
같이 온 사촌은 두고 금새 친구 무리를 만들어 목소리 크던 세혁 ,
산을 내려와 누구보다 뿌듯해하던 현우의 얼굴,
불편하기 이를 데 없는 이곳에 애정을 가져주던 윤정,
오래 와서 자기 식으로 잘 즐기는 동휘
아토피를 치료해주고 싶던 윤찬
(아토피, 핵심은 흙입니다.
일단 흙이랑 아이 삶이 가까우면 반은 치료한 겁니다.)이도 안녕.
그리고 이제는 여기 사는 식구 같은 느낌의 세훈이도 안녕.
(글을 쓰는 동안 얼마나 전화가 하고 싶던지...)
덧붙여
같이 아이들을 지키던 호밀밭의 파수꾼 샘들도 안녕...모다 정말 애쓰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아래는 아이들이 남겨둔 글들입니다.
옮기는 방식은 늘 하듯 했습니다.
옮기는 차례 역시 자모순이라든가 하는 특별한 사항이 없습니다.
맞춤법도 고치지 않고 그대로 싣습니다.
의미가 전달되기 어려울 땐 괄호 안에 주를 넣었습니다.
문단나누기와 띄어쓰기는 전달을 위해 손을 댄 경우가 있기는 하나
그것 역시 아주 드물지요.
아이들 글에서 말줄임표는 “......” 로,
편집자가 글에서 생략한 부분은 “...” 로,
그리고 편집자 주는 괄호 안에 별표(*)로 표시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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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세훈: 물꼬를 마치면서
나는 물꼬에 온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가게 되니 너무 아쉽다. 그리고 이때까지 물꼬에 있으면서 도와주신 옥샘, 상범샘, 소희샘, 희중샘, 형길샘 등등 날 도와주셔서 감사했다. 그리고 열린교실에서 했던 모든 하나 하나들이 재미있었고 집에서 해보지 않은 보글보글방이라던지 너무 재미있었다.
그리고 산너머에선 많이 힘들었지만 운동도 되고 스릴도 있어서 좋았다. 산너머에서 옥샘을 따라가느라 까지고 아프고 했지만 다 갔다오니 재미있었고 보람이 있었다.
그리고 해건지기에서는 요가를 많이 해서 재미있었고 대동놀이도 아주 재미있었다. 나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샘님들, 형님들 애쓰셨습니다!!” .

3년 동휘: 산너머가 요번 계좌에서 제일 기억에 남았다. 이유는 산너머가 힘들기는 하였지만, 운동도 잘 되었고, 내려와 보니 강아지도 있었고, 눈썰매를 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옛날에도 그랬지만 산너머는 언제나 재미있는 것 같다.

5년 윤정: 맨 처음에 집에서 물꼬 사이트에 있는 사진을 보고 재미가 없을 줄 알고 가기 싫어어했는데 직접 6박 7일 동안 경험(체험)을 해보니까 생각보다 아주 많이 재미있었다. 물꼬 자유학교에 와서 많은 친구도 사귀었는데 지금 헤어지니까 싸이월드나 e-mail로 만나기로 했다. 이런 캠프는 처음이었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부모님없이 무사히 지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나는 만두만들 때와 감자 먹을 때 썰매탈 때가 정말로 기억에 많이 남았다. 만두 만들 때와 감자만들 때는 밀가루와 재를 얼굴에 묻히고 놀아서 즐거웠다. 지금까지 너무 재미있어서 여름물꼬 때 올 것이다. 왠지 헤어지면 정말 아쉬울 것 같다.
그런데 우리학교는 체험학습도 별로 없고 공부하고 자유시간 같은 것도 없다. 또 우리학교에서는 뛰면 안된다. 그 반면 계자는 학교인데도 우리에게 자유도 주고 온통 다 체험 직접해보는 것이라서 우리학교처럼 다 비슷한 학교보다 이렇게 색다른 학교가 좋다.

6년 윤지: 내가 물꼬 생활을 하면서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자연 속에서 일주일동안 생활하면서 새로운 것도 배웠다. 다시 생각해도 너무 재미있고 기억 속에서 잊어지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생활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2가지가 있다. 물꼬에서 새로 사귄 동생 인영이와 채윤, 수진, 나, 윤정이가 같이 Tell me를 춘 것이다. 하면서 부끄럽기도 했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마지막 날 밤에 감자에 있는 검은색으로 얼굴에 묻혀서 모두 다 얼굴이 망가져있는 것이다. 너무 재미있었고 좋았다.

옥샘, 상범샘, 형길샘, 수민샘, 희중샘, 소희샘, 무열샘, 영화샘, 기표샘들게...
샘들 저 윤지에요. 1주일 동안 생활하면서 그냥 있어도 재미있는데 샘들하고 같이 있어서 더 즐거웠던 것 같아요. 저희를 도와주시고 같이 생활한 것으로도 감사해야 하는데 언제나 샘들 힘들게 괴롭히고 불편하게 해드려서 너무 죄송해요. 그래도 이런 일이 있어서 샘들 이름 까먹지 않고 같이 있었던 일 잊지 않게 될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하구요. 샘들 수고하셨습니다. 샘들 만약 다음에 물꼬에서 만나게 된다면 더욱 더 즐겁고 재미있게 지내면 좋겠어요. 샘들 고마워요. ~♥♥♥♥♥♥♥♥♥♥
2008. 1.18.금요일 박윤지 올림

3년 상원: 나는 손풀기가 가장 재미있었다. 손풀기에서 주전자가 가장은 아니고 자유시간이 가장 재미있었다. 자유시간 때 미래 그림을 그려서 더 재미있었다.
산에서는 내리막길과 눈썰매가 가장 재미가 있었다.
눈썰매를 탈기구는 내가 알아냈다. 재미가 너무 있었다.
대동놀이는 밤에 한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하지만 추워서 싫다.
하지만 놀이가 재미있다. 나는 한 대모임에서 꼬리잡기가 재미있다. 하는 방법에서는 처음에 노래를 불러서 노래가 끝나면 가위바위를 한다. 이기면 진 사람 이긴 사람 뒤로 가야 한다. 그래서 두 팀이 나무면 꼬리를 잡는 것이 꼬리잡기놀이이다.

2년 세아: 열린교실②에서 “한땀두땀”을 했다. 나는 바느질을 하트와 당근을 만들었다. 그래서 바느질을 다해서 :완성:을 했는데...... 당근은 이상하게 만들어져서 하트만 자랑했다. 그리고 하트의 눈을 단추로 꾸몄다. 그리고 입은 4B연필로 그렸다.(* 그림: 하트모양 장식품)

7살 성열: 오늘 뚝딱뚝딱을 해다 거기에서 뚝딱뚝딱에서 칼을 만들어다 그리고 해건지기를 해다 (* 그림: 뚝딱뚝딱하고 있는 장면)

5년 이정: 열린교실 때 뜨개질을 배웠는데 재미있었다. 엄마의 말씀을 떠올리면서 떴다. 첫코을 빼지 않으면 코가 늘어나거나 부채모양으로 ‰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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