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꼬에서 아침은 힘들지만, 눈이 번쩍 뜨인다. 분위기 때문일까.’(수환샘의 하루정리글에서)

이른 아침 샘들, 간절함으로 티벳식 대배로 백배.

수련이고 수행,

아이들이 들어서기 전 스스로 하는 정화,

그리고 아이들을 맞을 준비입니다.

‘샘들 해건지기 시간에 100배 한 것이 몸과 정신을 깨우고 힘든 둘쨋날 일정을 각오하게 해주는 시간이었다’(새끼일꾼 윤지)

‘힘들게 일어나서 고래방으로 가면서도 졸면서 갔다. 고래방에서 100배 하는 법을 배우고 100배를 시작하면서 잠은 물론 몸에 배여있던 쑤심이 점점 줄어들었고 몸이 개운해졌다. 기분좋은 100배를 하고 아이들과 명상까지 마치니 오늘 하루에 대한 준비가 끝난 기분이었다.’(태환샘)

 

아침 살짝 지나는 바람 달았습니다.

하늘 귀한 줄 늘 알고 사는 산골 삶.

아이들이 고래방으로 건너오고 해건지기.

남방요가 몇 동작과 호흡, 그리고 학교 뒷마을 댓마로 산책을 다녀오지요.

그 사이 야채죽을 끓여냅니다.

늘 그러했지만 예서 아이들은 밥을 잘 먹습니다.

종일 움직이고 계곡까지 다녀오니 얼마나 꿀맛일까요.

밥상을 내는 사람이야 바닥까지 잘 먹으면 신이 나다마다요.

 

‘손풀기’.

아침 산책에서 들고 왔던 잎들을 놓고

명상에 다름 아닌 그림 그리기.

보고 또 보면 얼마나 많은 선들이 잎 하나에도 얽혀있는지.

섬세한 눈을 길러

늘 보고 살지만 새로이 보고 낯설게 보며 새로운 세상 만나기.

 

‘열린교실-1’.

일곱의 교실이 열리고 아이들 수강신청.

‘요걸트병이랑’, ‘젓가락이랑’은 신청자가 없어 폐강.

 

한땀두땀: 희정, 희훈, 무량, 도영.

‘무량이 무겸이는 정말 물꼬에서 일주일 먼저 더 지낸 까닭인지 (지난번과 달리) 너무 잘 따라와주고 먼저 도와줘서 이쁘고 고맙다. 이것이 바로 물꼬효과!’(윤지)

무량이는 서툴지만 혼자서 곰돌이 얼굴을 만들고,

도영이는 돌고래를 만드는 중입니다.

아직 익지 않은 바느질이라

꼬리부분이랑 등이 약간 작아져서 새우 같이 돼버렸지만

또 그런들 어떠나요.

우리가 갖가지듯 새우도 그러할 것이니.

희정이는 낡은 청바지를 오려 어깨에 메는 손가방을 만들었습니다.

거기 가위를 넣고 다녔지요.

그런데 희훈이는 들어왔다가 다른 교실로 전학을 가버렸네요.

 

뚝딱뚝딱: 무겸 형찬 성빈 태희.

책장도 만들고, 헬리콥터도, 총과 칼과 탱크도 만들었지요.

“다음엔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에 복무하는 것을 한번 만들어봅시다.”

다 좋다: 김희정, 은빈, 가영

원하는 교실이 없으면 하고 싶은 교실을 만들면 되겠지요.

봉숭아 꽃물을 들이러 갔습니다.

‘4학년 때부터 봤던, 입이 험하고 귀찮아하던 희정이가 오히려 샘들보다 더 잘 아이들을 데리고 봉숭아 잎과 꽃을 따고 한땀두땀 가서 백반까지 빌려오고... 아이들을 챙기고...’(태우샘)

성장이 주는 기쁨은 자신은 물론 타인까지 즐겁게 합니다.

 

단추랑: 재인 아린.

단추와 빨대를 이용한 악기를 두 자매가 어찌나 곱게 만들던지요,

장식품으로도 손색이 없겠는.

 

병뚜껑이랑: 윤호 희훈 성호 건호 영준.

모아두었던 병뚜껑으로 요요와 탈 것들을 만들었습니다.

성호는 요요 두 개를 달아 볼라, 아마존 무기요,

윤호는 돌아도 가는 앞바퀴를 달았지요.

바퀴를 돌려 보여주자 모두의 탄성,

“우와!”

윤호는 진행을 맡았던 다정샘이 보이지 않자

다정샘 작품까지 챙겨 펼쳐보이기에 들고 나왔더랍니다.

 

열린교실을 마치며 ‘펼쳐보이기’.

한껏 뽐을 낸 뒤,

“신기했어요.”

“다들 창의적이에요.”

“잘했어요.”

서로에게 해주는 감상과 찬사들.

 

가마솥방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밥상을 샘들이 차립니다.

‘열린교실을 하는 대신에 점심 때건지기 준비에 참여했는데 색다른 경험을 했다. 감자깎기가 아닌 철수세미로 감자질 깎고 세훈이가 도와 감자 홈을 칼로 파냈다. 40여 인분의 식사를 단 두셋끼리 준비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았다. 밥노래의 내용처럼 밥 먹기 전에는 항상 그 밥 준비를 위해 노력한 사람들을 생각해야겠다.’(화목샘)

밥바라지를 따로 두지 않고 샘들이 하고 있는 계자입니다.

수시로 드나들며 손발 보태는 샘들.

가래떡은 다정샘과 새끼일꾼 윤지가 아침을 먹은 뒤

잠깐의 쉼을 반납하고 썰었지요.

깨를 볶습니다.

농사를 짓고(짓기,라기 보다 겨우 좀 얻는 이라고 해야 옳은) 거두고

그리고 갈무리했던 것을 이리 쓸 때,

아이들을 위해 이렇게 할 때,

뜨거운 여름날일지라도 불앞에서 즐거운 노래가 나오는,

그래서 우리는 이리 모여 아이들과 북적이고 있나봅니다.

 

‘한껏맘껏’.

놀고 싶은 이들은 더 놀고, 쉬고 싶은 이들은 쉬고.

남자샘들은 달골에 올라 쓰러진 남의 밭가로 간 호두나무를 치워냈습니다,

남자 샘 가운데 수환샘만 학교에 남아 남자 아이들이 찾을 때를 대비하고.

소사아저씨와 기표샘의 활약이 대단했다지요.

‘삼촌부터 하다까지 여러 나잇대의 남자가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일을 하는 건 꽤 흥미로웠다.’(기표샘)

한껏맘껏의 끝, 달골을 내려온 샘들이 사내 아이들과 축구를 합니다.

영준이와 무겸이 공 때문에 작은 다툼.

드디어 곳곳에서 작은 갈등들이 표면을 드러냅니다.

처음 점잖기야 쉽지요.

이제 전면적인 삶이 되는 겁니다.

꾸몄던 내가 발가벗고 나오는 거지요.

이제부터 우리는 그런 나를 가지고 좋은 공부들을 해나갈 것입니다.

 

‘모둠활동’.

모둠이래야 두 모둠이라고 모두 고래방에서 한 덩어리로 놀았습니다.

고전적이나 여전히 재밌는 수건돌리기.

멀리서 들어도 땀이 나는 열기였더랍니다.

그리고 계곡행.

1년 아린이가 어른들한테 말을 하지 않는다더니

웬걸요, 여기선 샘들이 부모인 줄 아니

필요한 것들, 하고픈 것도 야물게 말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윤호, 아이들이 다 빠져나가고 없는데

저녁 밥상을 준비하는 가마솥방으로 눈물 비질거리며 들어왔습니다.

어제 벗어두고 빨래방에 넌 옷을 못 찾았던 것.

그래서 몇 차례 마당을 오갔던 거지요, 이 더운 날.

부엌 일손을 보태러 왔던 새끼일꾼 인건에게 부탁합니다.

“자, 인건아, 모든 걸 멈추고 윤호를 도울 것!”

그래요, 우리가 무에 그리 급한 것들이 있다고

우는 아이 일을 달래주지 못할 것인가요.

 

성빈이가 실수로 건호의 옷을 밟아서 또 다툼이 일어납니다.

사내 아이들의 말하는 법에 대해

역시 좋은 훈련의 시간을 만들어가야겠다 싶습니다.

성현이가 산에 가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샘들이 데리고 교무실을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산이 문제가 아니라 집에 가고픈 게 그리 드러났지 않았을지요.

성현이는 계속 혼자 아이들 밖에서 관망하는 중.

그런데 이 녀석들, 귀신 같이 권력의 중심을 압니다.

“응, 가자, 산! 근데 낼모레!”

속틀을 가리키며 산오름을 안내하니

꼼짝도 않을 것 같던 성현, 촐래촐래 아이들 가는 길 따라 계곡 갔지요.

늘 뒤치다꺼리해주는 할머니랑 살아 자조기술이 아직 조금 서툰 이 친구,

안 씻고 싶답니다.

돌아왔을 적 새끼일꾼 인건이가 데리고 함께 씻었네요.

그러다 또 엄마 보고 싶다고 울지요.

‘또 한편으로는 내가 물꼬 처음 왔을 때(* 일곱 살이었다) 신발장 앞에서 저렇게 울던 기억이 나면서 성현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도 있었던 것 같다.’(새끼일꾼 세훈)

그러면서 달래고.

보고 싶은 엄마가, 사랑하는 엄마가 널 여기 왜 보냈겠느냐, 찬찬히 그리 묻자

주먹 불끈 쥐고 참아보겠다고 돌아서서 나가는 우리의 성현 선수.

 

저녁답에 택배가 하나 왔습니다.

뜻밖에 여기서 초등을 그리고 새끼일꾼으로 그리고 품앗이된 이의 어머니가 보낸

건강보조식품.

언제부터인가 부모님들은 그렇게 건강을 챙겨주고 계십니다.

나이 먹고 일이 힘에 부친다는 걸 짐작하시나 봅니다.

늘 아이 아껴주어 고맙다고,

계속적인 관심 부탁한다는 엽서와 함께 온 상자를 엽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물꼬를 아끼고 물꼬를 지원하는지,

새삼 고마운 순간!

 

저녁을 먹고 ‘한데모임’.

산마을이 떠나가라 노래도 한껏 부르고,

손말도 익히고, 머리도 맞대고.

희정이가 툴툴거리듯 말해서

다시 말하라는 사람들의 요구에 자기 생각을 어여쁘게 고쳐 말하고,

재인이가 모두에게 야물게 자기 의견을 잘도 전하고,

건호가 툭툭 튀어나와서 야유를 받다

결국 모두가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의 질서에 대해 익히고...

그렇지요, 같이 모여서 말을 할 땐 그것의 질서가 있는 법이지요.

한데 모여서 그런 것 익힙니다.

 

‘대동놀이’.

새끼일꾼이 대동놀이를 진행해본 건 1994년 계자 시작한 이래 처음,

앞 꼭지를 새끼일꾼 인건이가 진행을 맡아 본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2월 빈들모임에서 우리들을 즐겁게 했던 그라

고민하고 오라 부탁했더랬는데,

일을 그리 덜어주고 있었습니다.

환한 인건의 얼굴과 신명이 밴 목소리가

우리들의 흥을 더 올려주고 있었지요.

 

그런데, 대동놀이를 하다가 성빈과 희훈이 부딪혔습니다..

곧은 성빈이의 의기가 희훈이의 행동에 문제제기를 하고,

입이 좀 건 희훈이는

그저 급한 마음에 한 행동이었을 뿐이지 제자리로 돌아가려했다 화를 내고...

그것이 좋은 소재가 되어

우리들의 말법에 대해 모두가 고민하는 시간 되었지요.

결국 둘의 대사를 다시 반복해 말하는 과정에

몇 번이나 희훈의 말은 강도가 약해져가며 변화되었고

지켜보던 이들은 박수를 보냈더랍니다.

말로 어디 빚만 갚던가요.

언어는 존재의 집.

우리는 이 자연과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리 마음 좀 순순해져 갈 것입니다.

 

덥습니다.

성빈이며 형찬이며 땀띠 투성이들입니다.

저도 턱 아래 목에 땀띠.

그래도 그것들이 즐거움을 멈추게 하진 않지요.

그래도 그래도 또 뛰고 뛰며 여름 속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들 가고 있지요.

 

아이들이 샘들 읽어주는 동화책에 잠이 들고,

자정 다 돼 ‘일꾼 하루재기’를 위해 가마솥방에 모여 앉은 샘들,

하루를 돌아보고 아이들 이야기를 나누며 내일을 준비합니다.

기표샘, 아무래도 빨래를 자신이 맡아야겠다고,

현재 사진 기록을 맡고 있으니 시간도 좀 자유로이 쓸 수 있다 합니다.

일이 돌아가는 모양을 보며

샘들이 그리 자신의 위치들을 요리조리 가늠하며 잘도 움직입니다.

참 기분 좋은 계자!

이야기 한창이던 그때,

우리의 태희 선수, 가마솥방 문을 열더니 휴지통에 오줌을 눕니다.

잠결인 거지요, 하하.

기표샘이 잘 데리고 잠자리까지 데려다주고 그 수습을 했습니다.

 

새끼일꾼 수현과 윤지, 그들이 거의 이번계자 내부 주축입니다,

밥바라지도 따로 없는,

다행히 더없이 순순하고 성실한 샘들 수 넉넉하여 걱정 없지만.

그들을 키운 것이 그 전 세대 새끼일꾼 아람이었고,

그를 통해 이리 훌륭히 클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그리 말하고 보는 이들도 그리 말하는).

이제 이들은 다음 세대를 훈련시켜야하는 책무 앞에 서 있습니다.

‘수현이와 내가 가르쳐주는 것이 큰 역할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새끼일꾼들이 계속 잘 이어지기를 위해서라도 그래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또 드는 생각이 ’물꼬에서 내가 마음이 커졌구나. 좀 더 돌아볼 수 있는 능력이 생겼구나’에 대해 감사함을 느꼈다.’(윤지)

‘“일”은 찾아서 하면 할수록 끊이지 않고 밀려온다는 특징이 있다. 나 자신도 지난 시절 밀려오는 일들을 모두 책임지고, 물꼬를 떠나는 순간까지도 일이 눈에 보여 마음이 불편하곤 했다.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수현)

이 시대 청소년들이 어쩌구저쩌구 해도

여기서 이네들을 보면

우리는 미래를 낙관하게 됩니다.

하여 물꼬 영광의 얼굴, 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새끼일꾼들 아니던가요.

 

아, 하루가 또 지납니다.

폴짝거리던 아이들 뒤로 샘들도 고요해진 시간.

‘아이들이 날아다닌다. 그래, 이건 돌아다닌다는 표현보다 날아다닌다는 표현이 맞다. 그 어린 새들을 잡으러 뛰어다니는 내 다리는 안 그래도 두꺼운데 나날이 부어오르고 있다. 하지만 그 통통 튀는 날개짓이 예쁘게 보이기도 한다. 이 맛에 계속 오는 거지.’(수현)

 

상현달이어도 퍽이나 밝던 간밤이었는데,

오늘은 구름에 가려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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