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23.해날. 흐림

조회 수 1324 추천 수 0 2007.12.31 17:50:00

2007.12.23.해날. 흐림


반건시라 하지요.
이 즈음의 곶감이 한참 맛있답니다.
말캉말캉한 것이 딱히 곶감을 즐기지 않는 이도
손이 가게 되지요.
“더 두면 딱딱해지는데...”
집집이 감타래에 걸어두었던 곶감들을 내리고 있습니다.
젊은 할아버지도 서둘러 거두어 오셨지요.
류옥하다랑 같이 그걸 하나 하나 떼서
상자에 차곡차곡 넣었습니다.
“몇 개씩 나눠 먹을 수 있을까?”
계자에 올 아이들에게
겨울밤 좋은 주전부리가 될 것입니다.

음성에서 한나네가 왔습니다.
미리 약속을 한 사람들은 아닌데
한가할 때 찾아와주어 사는 얘기들을 나눌 수 있었지요.
아직 아이가 어리지만
어느 날엔가 다가올 교육연령기 앞에
미리 생각을 가늠하고 계시나 봅디다.
“얘기 잘 들었습니다.”
“필요한 얘기가 돼야 도움이 되는 게지요...”

학교의 한산함은
집안 아이랑도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게 합니다.
“동물이나 곤충은 새끼들을 위해 사는데
사람은 자기 살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해요.”
무슨 얘긴가 싶었지요.
“사람이 자식을 위해 사는 것은 절반밖에 안돼요.
가정을 떠나기도 하고, 이혼하고, 아이가 있는 데도...”
아하, 그 말이었군요.
“인간은 부모 아래서 살아가는데,
동물, 어류들은 어미를 보지 못하고 죽기도 하고...”
이 아이는 한참 이런 생각들을 하나 봅니다.
“사람들은 미래를 걱정하지만
곤충 동물은 지금만 생각해요.
지금을 행복하게 사는 게 중요해요.”
“그래?”
“인간세계는 미래를 걱정해야지 살 수 있지만
곤충은 지금을 사는 게 중요해요.
아무래도 삶의 길이가 달라서 그런가 봐요.”
어린 날 우리를 둘러쌌던 세계가 우리에게 낳았던 생각들은
얼마나 그 가지가 많았으며,
가만가만 들여다보던 다른 존재들의 세계는
얼마나 경이롭던지요.
우리 할아버지의 어릴 적도 그러했겠고,
우리 어린 날처럼 우리 아이들도 그러하겠지요.
세상이 달라지고 속도 차이가 엄청나다 하더라도
사람살이 여전하다 싶은 생각으로
사는 일에 다사로운 기운 폴폴 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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