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29.흙날. 그예 눈 뿌렸네 / 122 계자 미리모임

조회 수 1711 추천 수 0 2008.01.01 22:18:00

2007.12.29.흙날. 그예 눈 뿌렸네 / 122 계자 미리모임


날이 꾸덕거리더니
정오를 지나며 그예 눈을 뿌렸습니다.
봄날 같던 겨울이더니
계자 시작하는 줄 아는 게지요,
아이들이 예 오는 줄 아는 게지요.
농사꾼만 날씨에 경외감을 갖는 게 아니랍니다.

저녁을 먹는 식구가 꼭 스물입니다.
점심부터 품앗이일꾼이며 새끼일꾼들이 들어와 주었습니다.
모임이야 저녁 일곱 시이지만
미리 안팎으로 할 준비들이 만만찮지요.
공간이 늘어나면 청소도 그만큼 늡니다.
달골에서는 31일부터 엿새간 ‘평화의마을 새해맞이 공동단식’도 있어
지내는 동안에야 수발들 일이 없지만
구석구석 먼지는 털어놓고 사람들을 맞아야지요.
공동체식구가 얼마 되지도 않아
손발이 더욱 필요할 밖에요.
형길샘은 어제부터 일찌감치 들어왔지요.
고 3때부터 손발을 보탠 그는
20대의 뜨거웠던 무수한 날들을 물꼬와 함께 했고
이제 서른둘 아름다운 청년기의 최고봉에 이르렀습니다.
“계자를 해야겠네. 평소하고 또 다르네...”
논두렁 조희순님이 활기를 띄는 움직임들을 보며
고개 주억거리고 있었지요.

공동체식구 가운데는 종대샘 상범샘 젊은할아버지가 같이 하고
영동대 유아교육과에서 민화샘 희중샘,
부산과 양산에서 어린이집에 있는 상오샘과 효빈샘,
새끼일꾼 셋도 함께 합니다.
초등 4년 때 계자를 왔던 선아는 고 2를 앞두고 있고,
일곱 살 때부터 계자를 왔고
새끼일꾼으로도 계자를 거르지 않고 있는 중 3 지윤이,
4학년 때부터 와서 중 2가 되어 첫 새끼일꾼이 된 영환이는
먼 인도에서부터 날아왔습니다.
물론 다시 인도편 비행기를 타고 떠날 거지요.
미리모임은 함께 못했지만
햇수로 품앗이 5년차가 되는 승현샘은
1월 중순의 대한항공 입사를 앞두고
마지막 여유를 이곳에 쏟기 위해 곧 합류할 참입니다.
가마솥방에는 박진숙엄마와 김점곤아빠가 함께 하니
모두 열다섯의 어른들이
마흔 넷의 아이들과 같이 엿새를 보낼 거지요.

“처음 와서 자꾸 걱정이 되는데...”
“교사들이 하는 최고의 오류 가운데 하나가
가르치려 드는 것 아닐까 싶어요.
같이 고민하고, 모르는 것 모른다 하고, 겸손하고...
그리 지내면 되지요.”
“2007년도 해를 같이 보내게 되어서도 기쁩니다.”
“계자를 하는 동안 아이들도 아이들이고 타인도 타인이지만
결국 나를 보는 자리가 될 겝니다.
편하게 자신과 마주할 수 있기를...”
“불현한 곳이지요.
아이들 불편함을 어른들 손으로 메웁니다.”
“날이 차면 힘은 들지만
한편 그만큼 즐거움이 커지기도 하지요.”

다시, 하늘에 고맙습니다.
눈바람이 반갑습니다.
백스물 두 번째 계자는 또 어떤 날이 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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